경기 회복 기대감에 주목받는 원자재 펀드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원유 기준)가 연초 대비 60.51% 상승했고 구리 68.31%, 아연 41.69% 등 비철금속 역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원자재 관련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6월 15일 기준)은 31.85% 상승하면서 섹터 펀드 중 상반기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 펀드의 자금 유입도 이어졌다. 최근 3개월 해외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입액 톱10 중 원자재 펀드가 3개나 이름을 올렸다. 금액 기준으로 총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렇다면 하반기 원자재 펀드의 투자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상반기 원자재 펀드 수익률의 개선은 당연히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달러 약세다. 글로벌 금융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재정적자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국채 신용도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달러 위상이 약화됐다. 이렇듯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구매력을 보전하기 위한 원자재의 매력이 높아졌다.둘째, 원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다.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요인은 각국의 원자재에 대한 전략적 비축이다. 원자재가 달러 대체 및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 상품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 말고도 수급 측면도 원자재 가격 결정에 주요한 변수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한 수요 붕괴로 감산과 함께 원자재 수요도 급감했다. 그러나 2009년 들어 원자재 가격의 급락을 틈타 원자재를 싸게 축적해 두려는 선취 매수가 나타났고 외화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전략 상품 비축이 진행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셋째,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는 원자재 시장 전체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신정부의 신뉴딜 정책이나 중국의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으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앞서 언급한 모멘텀과 맞물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적으로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달러를 살펴보자. 막대한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가 미국의 재정적자를 빌미로 달러를 대체하는 슈퍼 통화를 논의한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러시아와 브라질 등이 국제통화기금(IMF)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금융 구제안과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여전히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달러화 폭락의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브릭스 국가의 미 국채 대규모 매도에 따른 달러화 폭락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왜냐하면 외화보유액 대부분을 달러화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개도국이 달러화 가치를 급락시킨다면 자신들의 외화보유액이나 대외 지급 능력을 훼손시키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형태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개도국의 미 국채에 대한 신뢰도와 새로운 기축통화 언급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미 국채와 달러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볼 수 있다.한편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빙 시즌을 맞이하며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중국의 자동차 판매와 원유 수입 역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감축도 성실히 이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OPEC의 5월 생산량이 일평균 2591만 배럴로, 목표 생산량을 일평균 106만 배럴 초과했지만 2008년 12월부터 꾸준히 감산을 지속해 오면서 공급량을 조절해 유가의 급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이렇듯 원자재 가격의 조정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경우에는 원자재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가장 우수하다. 그렇다면 어떤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일단 원자재 펀드에는 원자재 관련 기업 투자 펀드와 파생상품 펀드가 있다. 전자는 주로 원자재 및 에너지 등 천연자원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말하고 후자는 국제상품가격지표인 CRB(Comodity Reserch Bearsu) 지수나 로저스 국제상품지수(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 등 원자재 관련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파생상품 펀드를 말한다.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 역시 어느 한 펀드에 집중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파생상품 펀드는 원자재 가격 변동과 직결되는 펀드이므로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와 다르게 고스란히 가격 상승분이 파생상품 펀드에 반영된다.따라서 가격 변동에 따른 타이밍 매수·매도 전략을 취해야 하는데 대처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원자재 기업 펀드에도 같이 투자해야 한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된다면 분산 투자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그러나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는 원자재 비중에 따라서 펀드 수익률의 편차가 나타난다. 최근 원자재 펀드 중에서는 비철금속 비중이 높은 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블랙록자산운용의 ‘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과 ‘월드에너지투자신탁’이 대표적이다. 두 펀드의 3개월 수익률(6월 15일 기준)은 각각 39%, 24%로 같은 운용사 상품이지만 수익률은 15%포인트가 차이 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첫째, 경기에 민감하고 산업재로 많이 사용되는 철광석이 원유와 다르게 과점적 시장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철광석 시장은 발레(Vale), 리오틴토(Rio Tinto), BHP 빌리톤(Billiton)이라는 빅 3가 세계 철광석 무역의 3분의 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철광석 가격 협상이 공급자 우위에 있기 때문에 유가보다 빠르게 조정된다.둘째, 구리 등 비철금속의 재고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구리의 경우(LME 기준),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55만 톤까지 재고가 쌓였다가 최근 6개월 사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면서 30만 톤 아래로 떨어졌다. 물론 원유 재고도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구리만큼의 재고 감소율을 보이지는 않았다.마지막으로 원유와 비철금속의 수요처가 조금 다르다는 것도 수익률 차이에 일조했다. 원유는 선진국과 개도국 중 어느 한 곳에 편향돼 있지 않아 글로벌 경기 전체에 영향을 받는 반면 비철금속은 중국 등 개도국으로 수요가 집중돼 있다. 그런데 최근 경기지표를 살펴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실물지표의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 반면 중국의 자동차 판매, 비유동자산 투자 증가 등 개도국은 실물지표의 개선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실제로 글로벌 석유 기업이면서 에너지 관련 기업 펀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엑슨모빌 주가가 3개월 동안 8.35% 상승하는 동안 호주계 철광석 생산 기업이자 비철금속 관련 기업 펀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BHP 빌리톤의 주가는 무려 37.74%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따라서 원자재 펀드라고 하더라도 업종이 다르면 수익률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투자 시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지 각 펀드마다 투자설명서나 운용보고서를 상세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