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반기 증시 전망

2009년 상반기 주식시장은 랠리를 경험했다. 지난해 10월 코스피지수가 1000 이하까지 하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5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하지만 잘나가던 국내 증시가 5월 중반 이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왜 이렇게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걸까. 또한 향후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향후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신문이나 방송, 혹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등에서 최근 증시 조정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국내 증시 조정을 본격적으로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국내 증시는 단기간 급등해 과거 대비 또는 타 국가 대비 싸지 않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과연 현재 한국의 주식시장은 얼마나 비싼 걸까. 일반적으로 주식이 싸고 비싸다는 판단은 현재 주가 대비 기업의 이익 가치 혹은 자산 가치와 비교한다. 먼저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과 국내 상장 기업의 전년 실적을 비교해 보자. 현재 코스피지수의 시가총액은 727조 원 수준 정도이고 2008년 상장 기업은 순이익 32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현재 시가총액을 과거 실적으로 나눈 비율을 주가수익률(PER:Price Earning Ratio)이라고 하는데 현재 코스피지수의 PER는 22.45배 수준이다. 이것만 가지고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싸고 비싸다고 판단할 수 없다. 코스피지수의 과거 PER 추이와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2004년 이후 역사적 코스피 PER와 비교한 결과 현재 코스피지수의 PER 22.45배는 과거 평균 12.67배보다 높고 코스피지수가 2000 선을 넘었던 2007년 10월 PER 18배보다 높다. PER로 검토한 현재 코스피지수는 고평가 상태로 판단된다.반면 최근 장부 가치 대비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금융 위기로 향후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점을 고려할 때 장부 가치와 비교한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 수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Price on Book-value Ratio)은 1.28배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1분기 코스피지수의 총 장부 가치는 577조 원이다. 최근 시가총액으로 나누면 코스피지수 PBR는 1.25배로 나타난다. 장부 가치로 코스피지수의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을 점검한 결과 코스피지수의 PBR는 과거 평균보다 낮아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또 헷갈리는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가치대비가격지표(Value-to Price Ratio, 이하 VP지표)를 이용해 판단해 봤다. VP지표는 기업의 장부 가치 및 미래 이익 가치를 고려해 내재 가치를 판단하고 현재 주가로 나누어 추가 상승 여력을 확인하는 지표다. 그러므로 VP지표가 ‘1’ 이상이면 현재 주가가 저평가 상태로 해석할 수 있고 ‘1’ 이하이면 저평가 상태로 볼 수 있다. 코스피지수의 현재 장부 가치 및 향후 3년간 이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VP지표를 검증한 결과 현재 0.97배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정 지수 ‘1’에 근접한 수치로 코스피지수는 현재 적정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그렇다면 향후 국내 증시의 큰 위협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향후 이익 전망이 가장 큰 위협이다. 2009년 상반기 국내 증시는 향후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상업은행 부실 가능성, 동유럽 파산 우려 및 제너럴모터스(GM) 부도 가능성 등이 지난 2월 국내증시를 압박했다면 3월 들어 2009년 1분기 미국 주요 은행들의 양호한 실적 소식과 공공 민간 투자 프로그램(PPIP) 등 향후 금융 부실 해결 방안 등이 마련되면서 글로벌 증시 반등과 함께 국내 증시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국내 상장 기업의 실적 전망도 큰 폭으로 개선됐는데, 특히 지난 1분기 전후에 실적 전망이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었다.하지만 한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지난 3월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된다. 이로 인한 향후 실적 전망 둔화와 3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향후 지수를 압박할 가장 근본적이고 영향력 높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향후 실적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2010년 비중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증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2009년 상반기 국내 기업의 2010년 실적 전망 추이는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변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재부각되면서 국내 기업의 2010년 전망치는 8% 감소했지만 3월 3% 소폭 늘어났고 지난 4월에는 2010년 순이익 전망이 무려 54%가 넘게 증가했다.지난 4월 지나치게 급격히 증가한 국내 기업의 2010년 전망은 5월 3% 정도 감소해 향후 추가 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국내 상장 기업의 12개월 실적 전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2010년 비중이 늘어나 지난 3월 전월 대비 7% 증가했고 4월과 5월에는 각각 42%와 43% 넘게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불투명한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추세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의 눈높이는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증시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된다. 향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어 이익 증가율 또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대한 3분기 실적 전망 여파로 10월 국내 증시는 지난 4월 실적 시즌과 반대로 실적 쇼크가 발생될 개연성이 존재한다.하지만 향후 국내 증시가 실적 악화 우려로 조정을 받아도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하반기 지수가 일시적으로 크게 하락할 경우 연기금 등의 저가 매수세가 적극적으로 유입되면서 지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연기금은 2008년 말 주식 투자 비중은 12~22%로 재조정했다. 2009년 상반기 연기금 투자는 코스피지수 1200 선 이하 구간에서는 적극적인 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 1200선 이후 연기금은 순매도로 돌아서 지난 5월에는 1조4000억 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2009년 5월까지 연기금은 누적 금액으로 2조6000억 원 넘게 순매도를 기록해 연기금의 2009년 권고 투자 비중 17%를 고려하면 향후 5조 원이 넘게 순매수 여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대비 크게 증가한 연기금의 매수 여력이 2009년 하반기 주식시장 고비 때마다 연기금의 저가 매수가 크게 기대되는 근거다. 2009년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1200 이하로 하락할 경우 연기금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지수 방어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2009년 하반기 국내 증시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양호한 투자 심리와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로 상반기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3분기 실적 전망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2009년 10월 조정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09년 4분기에 진입하면 2010년 미국 및 선진국 경기 회복이 부각되면서 증시는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2009년 3분기 업종별로는 환율 안정 수혜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 마진 개선으로 향후 실적 개선이 뚜렷한 에너지 및 화학 업종의 비중 확대를 제안한다. 또한 하반기 전기료 인상 호재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유틸리티 업종과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철강 업종의 비중 확대도 제시한다.2010년 미국 및 선진국 경제 회복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4분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주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또한 2009년 4분기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권 및 건설 등 고베타 업종 또한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중원·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 simon@hmci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