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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럽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한국의 정치판만은 아니다. 경제도 최근 상황은 대중에게 혼란을 주기에 딱 알맞다. 도무지 미래 예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 위기는 끝났는가. 따라서 저금리 시대도 바로 막을 내리는가. 인플레이션 경고와 논쟁은 어디에서 비롯돼 어떻게 가닥이 잡힐 것인가. 아무리 귀 기울여 봐도 정답이라고는 없을 문제들만 사방에 가득 차는 국면이다.경제에서 혼란의 발단은 최근 세계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듯하다. 자연스럽게 이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예를 들면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추진해 왔던 금융 완화 정책을 점검하면서 현재 문제가 인플레이션인지, 디플레이션인지 논란이 일었던 것이 그런 본보기다. 한쪽에서는 그간 돈이 마구 풀린 것, 즉 팽창된 통화가 인플레를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반대쪽은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에 비해 수요 자체가 위축돼 있다며 아직까지는 앞서가는 걱정이라고 반박한다.이런 상황에서 국제기구들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들고 나섰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월 초반 캐나다에서 열린 포럼에서 “경기가 오는 9~10월 전환점을 맞고 내년 상반기에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위기가 끝나면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고 불을 질렀다.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도 같은 자리에서 “이제는 경기 부양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동조, 가세했다. 이들의 언급은 전문가적 시각에서 던지는 사전 경고일 수도 있고, “이런 위기에서 국제기구는 도대체 뭐하고 있나”라는 곳곳의 비판을 의식한 면피성 발언일 수도 있다. 양면성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헤지 펀드나 실물 쪽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장의 전문가들 중에서도 석유 곡물 등 원자재를 예로 들면서 다시 거품이 우려된다고 하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당장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쪽의 견해가 많은 듯하다. 정부 입장부터 그런 것 같고 한국은행도 그쪽에 선 듯하다.실제로 한국은행은 6월 정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2.00%로 유지했다. 지난 3, 4, 5월에 이어 4개월째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5.25%였던 기준금리는 2008년 10월부터 매달 인하돼 2.00%까지 내려갔는데 그 기조를 일단 유지하면서 상황을 좀 더 신중하게 보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경기 상황이 아직 어느 쪽이라고 하기엔 이르고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한은은 금통위 회의 직후 “최근 국내 경기는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 등에 힘입어 내수 부진이 완화되고 생산 활동이 호전되는 등 하강을 멈춘 모습”이라고 진단하고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 선진국의 경기 부진으로 향후 성장의 하향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하강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들을 제시했다. 경기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데다 인플레이션은 걱정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한은이 이러니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올 것인지, 아직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더 해야 할지 여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두 주장 모두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소비자물가도 아직은 괜찮은 편이고, 노동시장에는 실업자가 넘쳐나는 데다, 아직은 시작도 못한 기업 구조조정 등을 보면 당장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분명히 어려워 보인다.그러나 각국이 앞 다퉈 가며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라는 논리로 시중에 자금을 밀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갈 것인가.두 가지 관점에서 선택은 결국 경기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 이는 결국 미래 예측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개인은 개인사로 끝난다지만 재정정책을 펴는 정부나 금융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한은의 판단은 또 다르다.이들의 선택에 따라 경제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곳곳에 산재한 위험까지 잘 봐야만 한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