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식형 펀드 투자 전략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22% 상승(6월 9일 기준)했다. 이는 풍부해진 글로벌 달러 유동성으로 신용 경색이 완화되고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위험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되면서 실물시장의 개선보다 투자 심리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5.02%를 기록했다.주식형 펀드 내에서는 포지션 변화에 적극적인 액티브 펀드가 25.6%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인덱스 펀드의 20.56%보다 앞선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3조4561억 원이 이탈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순수 주식형 펀드 자금 역시 1조5671억 원이 유출됐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수익률 반등에 따른 환매 욕구가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사모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개인보다 기관의 펀드에서 자금이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이익을 바로 실현하는 편이기 때문에 작년 말이나 연초에 설정한 주식형 펀드를 환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반등은 주로 금융·심리지표의 개선에서 비롯됐다. 그에 반해 실물지표는 아직까지 강한 회복의 증거를 보여준 것이 없다. 금융회사 통화량, 소비자기대지수 등 비실물지표에서 뚜렷한 개선이 나타난 반면 기계 수주액과 자본재 수주액 등 실물지표는 이제 막 회복의 징후를 보이는 정도다. 그러나 하반기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개선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그 이유는 첫째, 비록 실물지표의 회복이 뚜렷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축 속도가 뚜렷하게 완화됐다. 연초 이후 실물지표의 하강이 크게 둔화되면서 4월에는 플러스(+) 기여도로 반전했다. 경기 반등 시 통상적으로 금융지표에 이어 시차를 두고 실물지표 개선이 이뤄진다.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금융지표가 먼저 반응을 보이고 뒤이어 실물 부문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과정을 거친다. 실제 과거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사례를 보면 대개 3~6개월 시차를 두고 금융지표가 실물지표에 선행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둘째, 재고 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추가적인 감산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 재고 출하 비율이 장기 평균 수준까지 회복돼 이미 충분한 재고 조정이 이뤄졌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가동률이 회복되면서 증산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셋째, 경제 주체의 심리가 지난 2008년 4분기 당시보다 더 나빠지기는 어렵다. 지난 2008년 4분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사적 수준의 하락 폭을 기록한 것은 금융 위기에서 시작됐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연쇄적인 금융 시스템 붕괴 공포를 야기하며 기업 투자, 가계 소비, 자산시장 등 모든 경제 부문에 치명적인 위축을 가져왔다. 유례없는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를 수직으로 낙하시키면서 경기 사이클 저점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실 자산 매각과 국유화라는 2가지 대안으로 미국의 금융 위기가 완화되면서 리먼 사태와 같은 공포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결국 국내 경제는 상반기에 이미 경기 사이클상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 턴어라운드(Turn-around)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개선에 가장 주요한 원인이며 주식형 펀드 장기 투자 전략의 핵심이 된다. 하지만 하반기만 봤을 때, 특히 하반기 전반만 고려하면 턴어라운드 요인으로 하반기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상승 폭이 상반기보다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상반기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25%를 상회하면서 향후 경기 회복 기대치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한편 글로벌 경제 회복을 결정짓는 미국의 소비가 더디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상반기와 같은 주식형 펀드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미국의 소비 회복의 전제 조건인 경기 침체의 회복 속도가 과거 경기 침체기보다 길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WEO)에서 알 수 있다. IMF는 2010년까지 미국 경제가 L자형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 컨센서스 및 여타 전망 기관보다 훨씬 비관적인 시나리오다.이를 종합해 볼 때 하반기에는 주식형 펀드 수익률의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 따라서 상반기보다 목표 수익률은 낮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주식형 펀드의 매수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변동성을 감안해 거치식보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 역시 상반기와 다름없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한편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2009년 들어 넉 달 연속 반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경기가 바닥을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경기 회복 국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의 비중이 높은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가장 먼저 그룹주 펀드와 금융주 비중이 높은 펀드가 하반기 이슈 펀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 진행될 대기업 집단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물론 속도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구조조정은 기대치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자금시장 안정과 경기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구조조정 압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 보면 구조조정 이슈는 지속적인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실 징후가 곳곳으로 이전되던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고 향후 구조조정의 진행 과정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지만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조정은 불확실성 제거라는 심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불필요한 비용 구조를 바꿔 수익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외 위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내 기업들은 이번 구조조정을 재무 건전성 회복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자산 재평가와 핵심 사업으로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다.또한 금융회사의 리스크 완화도 예상된다.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부실상각 압력도 절정을 지났을 가능성이 높고 부실 자산 매입을 위한 자금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등 부실 자산 시장을 또 하나의 수익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위기 극복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다음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펀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의 정책이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환경문제로 집중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수년 동안 기술력이 축적돼 있으며 상용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또한 해당 산업들은 정보기술(IT) 화학 중공업 기계 등의 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국내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정 산업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그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정부 투자로 인프라를 형성하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용 증가를 위한 새로운 산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주권도 확립해야 하며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고갈돼 가는 화석 에너지에 대한 대책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성공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보지만 장담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국면에서는 기업 실적과 주가 속도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이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 버블인 것이다. 1999년 정보기술(IT) 버블 때도 그랬고 2005년 바이오 버블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버블의 교훈이 이번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