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관련 산업 전망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신용 위기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액정표시장치(LCD:liquid crystal display) TV 판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1분기 전 세계 LCD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했다. 자동차 판매, PC 판매 등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LCD TV 판매 강세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경쟁 업체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최근의 LCD TV 판매 강세의 원인으로 △디지털방송 전환 △각국의 경기 부양책 △가격 탄력성 △브라운관(CRT) TV 대체 수요 등을 들 수 있다.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가격 탄력성과 CRT(cathode-ray tube) TV 대체 수요다.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6개월간 LCD TV 판매 가격은 평균적으로 24% 하락하면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불황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LCD TV만큼 가격이 하락한 상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LCD TV 판매 강세는 이상한 현상도 아니다.42인치 LCD TV 평균 가격은 926달러까지 하락해 1000달러 벽이 깨졌고 32인치 LCD TV 평균 가격은 500달러대에 진입하면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이 정도 가격대면 LCD TV를 더 이상 사치품으로 볼 수 없다.소비자는 이미 LCD TV를 필수 소비재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2009년에도 LCD TV 판매 가격은 추가로 하락할 전망이어서 LCD TV 판매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가격 탄력성과 함께 CRT TV 대체 수요도 LCD TV 판매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 소위 브라운관 TV로 일컬어지는 CRT TV가 전 세계 TV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만드는 업체도 감소하고 있고, 찾는 소비자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 시장인 중국에서조차 지난 1분기에 팔린 TV 5대 중 3대가 LCD TV였다는 결과를 보면 200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LCD TV가 TV 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매년 1500만~2500만 대씩 감소하는 CRT TV 수요만 LCD TV가 흡수해도 LCD TV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 LCD TV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LCD 강국인 한국 IT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2007년 12월부터 시범 실시돼 왔던 중국 농민 가전제품 구매 보조금 지원 정책(이하 가전하향)이 2009년 2월부터 중국 전 농촌지역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가전하향은 정부가 지정한 가전제품을 농민이 구입할 경우 구입액의 13%를 보조금으로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중국 정부는 가전제품의 농촌 보급 확대와 내수 소비 촉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가전하향은 2012년 11월까지 4년간 실시되고 금액 기준으로 9200위안(1400억 달러)의 가전제품 관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하향 시범 실시 기간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가전제품이 컬러 TV와 냉장고였다고 하니, 향후 가전하향으로 인한 중국 내 LCD TV 판매량 증가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중국 정부는 가전하향으로 4년 후 농촌지역 가전제품 보급률을 현재의 도시지역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 도시지역 100가구당 컬러 TV 보급률은 138대인 반면 농촌지역은 94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농촌지역 컬러 TV 보급률이 138대까지 상승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향후 4년간 농촌지역 컬러 TV 수요량은 87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LCD TV 비중을 60%로 잡으면 향후 4년간 LCD TV 판매량은 중국 농촌지역에서만 5200만 대로 추정된다.이는 전 세계 LCD TV의 4년간 예상 판매량의 8%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또한 2009년 5월부터 중국 정부는 가전하향 2탄인 이구환신(以舊換新)이라는 전 국민 가전제품 교체 보조금 지원 정책을 도시지역까지 포함해 시작했다. 따라서 LCD TV 판매 강세는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을 포함한 중국 전 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는 아직 TV용 LCD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 없어 LCD 패널 구매는 전적으로 한국과 대만 LCD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한국 IT 기업들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최근 미래 세계의 이야기를 다룬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이라는 영화를 봤다. 미래 세계에서는 투명한 유리창을 건드리니 컴퓨터 화면이 나타났고 주인공은 유리 위의 화면을 터치하면서 영상을 조작하는 장면이 있었다.감독이 상상하는 미래 세계 속에 이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Active Matrix Organic Light-Emitting Diode) 디스플레이가 보편화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꿈의 디스플레이’라고 하는 AM OLED 디스플레이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다. 2009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휴대전화용 AM OLED 패널 가격이 20달러 안팎까지 하락함에 따라 휴대전화 업체들의 AM OLED폰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풀터치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자사 풀터치폰 중 70%를 기존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화면 대신 AM OLED 화면으로 대체할 계획임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M OLED폰 출시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TFT-LCD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AM OLED는 명암비, 색 재현성, 응답 속도 등 성능에서 TFT-LCD 대비 탁월해 완벽한 동영상 구현이 가능하고 180도의 완벽한 시야각, 얇은 두께와 저소비전력으로 디자인 지향적, 환경 지향적인 디스플레이 기기다. 또한 휘는(flexible) 디스플레이, 투명(transparent) 디스플레이가 가능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미래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2009년 휴대전화와 PMP(Portable Media Player)에서 시작될 AM OLED 채용은 2010년 노트북, 2012년 이후에는 TV까지 확대될 전망이다.특히 AM OLED 디스플레이는 얇은 두께와 낮은 소비전력으로 노트북에 가장 적합한 디스플레이로 평가된다. AM OLED의 기술과 공정은 TFT-LCD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 기존 TFT-LCD 업체들이 AM OLED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 IT 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매김할 전망이다.한국은 원천 기술의 부재와 길지 않은 IT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거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저력이 있다. 또한 이후 TFT-LCD 시장에서 전 세계 1위에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더욱 단축됐다.이는 1970~80년대부터 형성된 과학기술 육성을 통한 IT 강국 건설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와 정부의 지원, 그리고 과학기술 인재 육성의 노력이 1990년대 후반부터 결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IT 산업은 최종 제품의 전방산업뿐만 아니라 부품 소재와 장비를 포함하는 후방산업의 체력도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LCD TV 판매강세와 AM OLED시장의 성장으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SDI의 수혜가 예상되고, IT 공정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소디프신소재의 매출 확대도 예상된다.강정원·대신증권 애널리스트 jeffkang@daishin.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