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기업 & 진 기업
올해 한국의 100대 기업에는 무려 16개 기업이 무더기로 새로 진입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이 이렇게 대거 변화한 것은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조사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가장 화려한 성공 신화를 쓴 기업은 아마도 기아자동차일 것이다.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의 침체 속에서 뛰어난 디자인과 합리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12위에서 순위가 78계단 상승해 34위로 올라섰다.기아자동차의 질주를 이끈 것은 순이익이다. 기아자동차는 2007년 순이익이 135억6300만 원에 불과했다. 이 회사의 같은 해 매출이 15조9485억 원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1년간 거의 ‘헛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매출은 16조3822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불과 2.72% 늘었을 뿐이지만 순이익은 738% 성장한 무려 1138억 원을 기록했다.삼성SDI 역시 순위를 무려 400계단이나 끌어올리며 종합 순위 74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TV 브라운관과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생산 업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이차전지(축전지) 등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그룹 신수종 사업의 ‘돌격대’ 역할을 맡으며 큰 폭의 실적 상승을 일궜다. 삼성SDI의 2008년 매출액은 3조7262억 원(분야별 순위 57위), 당기순이익은 388억7877만 원(153위), 시가총액은 2조5057만 원(49위)이다.국내 1위 비료 업체인 남해화학은 지난해 세계적인 가뭄으로 인한 곡물 가격 급등, 바이오 작물 확산, 게다가 환율 상승까지 겹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남해화학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54.42%,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394.91%나 뛰어올랐다. 그 결과 종합 순위가 전년에 비해 149계단이나 올라 79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세아베스틸이 전년 대비 매출액 53.99%, 순이익 147% 상승해 50계단 뛰어오른 종합 순위 84위를 차지했으며 순이익 증가율이 무려 772.38%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한 코오롱은 87계단 상승한 종합 순위 94위를 차지했다. 코오롱의 2007년도 순이익은 108억 원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944억 원을 기록했다.올해 순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한국전력공사다. 한전은 올해 순위가 작년에 비해 무려 399계단이나 미끄러지며 403위를 기록해 100대 기업에서 탈락했다. 2008년 2조9500억 원대의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것이 직격탄이었다.한전은 지난해 환율 급등, 원자재 값 강세, 경기 침체라는 3중고에 시달렸다. 경기 불황으로 전력 수요가 줄고 해외에서 사 오는 원유와 유연탄 가격이 치솟았던 게 한전의 발목을 잡았다. 한전은 이를 전기료 인상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에 밀려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우울한 한 해를 보낸 건 하이닉스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이닉스는 지난해 종합 순위 24위에서 431위로 순위가 407계단 떨어지며 한국의 100대 기업과 멀어졌다. 하이닉스의 작년 당기순손실은 4조7196억 원에 이른다.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 그룹과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들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30위→415위) 두산인프라코어(43위→438위) 두산건설(94위→109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75위→465위) 금호석유화학(78위→423위)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