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사막 ③

이 주의 명작스테판 B 폴터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요소 아버지’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 요인 중의 하나가 아버지의 죽음이다. 자기가 좋아했거나 싫어했던 것이 갑자기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기 시작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모습.조직 관리나 인간관계, 갈등 해결의 기술을 한 수 배우려고 한다면 으레 경영서를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히려 인문서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경제 경영서보다 더 인간학적인 통찰과 함께 문제 해결의 근원적인 해법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스테판 B 폴터가 쓴 ‘아버지(원제 Father Factor)’라는 책은 ‘부모학’이지만 ‘인간관계학’으로도 읽힌다. 저자인 폴터는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에는 아버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를 ‘아버지 요인(father factor)’으로 규정한다. 우리가 무슨 직업을 갖고 있든 상관없이 ‘아버지 요인’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아버지 요인이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버지의 태도, 행동, 가치, 직업윤리,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 유형 등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이 조직 생활을 힘들어하고 인간관계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면 상당 부분은 아버지의 문제에 기인한다는 뜻이다. 물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 역시 아버지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버지가 자신의 진로와 직장 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성인이 된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문제들의 근원을 추적해 보면 아버지의 영향이 아주 크다.특히 아버지의 직업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이 주로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아버지가 영향을 주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 “아버지는 전기 기사였지만 저는 변호사입니다. 그러니 아버지가 제게 영향을 주었을 리 만무하지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아마 직장에서 자신이 하는 말이나 감정이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서 깜짝 놀라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아버지가 자기에게 말했던 방식 그대로 부하 직원에게 말하고, 때로는 똑같은 말과 표현을 사용한다.흔히 아들이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거나 딸이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한다. 특히 유년시절 부모의 영향이 대개 이런 영향을 끼친다. 또 부모가 이런 말을 입에 담으면 어느새 그 자녀도 자신도 모르게 부모가 한 말을 따라하다 깜짝 놀라곤 한다.아버지 요인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직업 선택과 경력 발달을 결정하는 기초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개발하려는 능력과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에도 결정적 영향을 준다. 저자는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잠재 능력과 역량을 극대화하길 원한다면 아버지 요인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아버지 요인을 인식하지 못하고 알지 못할 때에는 업무와 진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아버지 요인을 의식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면 오히려 힘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 요인 중의 하나가 아버지의 죽음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깨닫고 놀라곤 한다.아버지와 친근하게 지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성인이 된 자녀들도 문득 자신의 진로에 회의를 느끼고 심사숙고하는 일이 흔하다. 자기가 좋아했던 것이 갑자기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기 시작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나도 아버지의 죽음은 여전히 대단한 힘과 영향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는 아버지가 자신의 삶에 주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곤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은 아버지가 사생활을 넘어서 직업 세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정말 그럴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직업을 바꾸려고 생각할 때 마음속에서 ‘난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자녀를 둔 적이 없다’고 속삭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아버지가 자녀에게 역할 모델이 되지 못했거나 닮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생각의 이면에 깔려 있는 분노와 화로 인해 많은 딸과 아들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아버지와 전혀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절망적으로 애쓴다. 이런 진로 선택은 어렸을 적에 가정에서 경험한 끔찍한 사건들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직장 생활에서 극단적인 공격성과 냉담함을 보인다.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에게 남겨진 유산은 남성에 대한 실망과 환멸을 극복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이런 유형의 관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권위를 가진 인물들을 신뢰하지 않는다.(이혼 등으로 친아버지가 부재할 경우) 친아버지보다 아이를 키워준 양아버지 혹은 아버지 역할을 하는 다른 인물의 영향력이 더 크다.아버지 요인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인식하느냐, 아니면 그것을 무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에 부여하는 가치는 이미 수년 전에 부녀지간 혹은 부자지간이라는 맥락과 배경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남성이나 여성이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더 이상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거짓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는 아버지에게 인정 받기를 바란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일과 돈의 가치에 관한 아버지의 태도와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들과 딸은 돈과 일에 관해서는 마치 먹이를 찾는 매처럼 아버지를 주시한다.이 책에서는 아버지의 유형을 성취지상주의형, 시한폭탄형, 수동형, 부재형, 배려하는 멘토형의 5가지로 분류한다. 성취지상주의형은 외모와 성취, 승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모든 가치를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아버지의 유형이다. 이 유형의 자녀들은 직업 세계를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시한폭탄형은 화내고 폭력을 행사하며 위협해 자녀를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아버지 유형이다. 이 유형의 자녀들은 타인에게 인정을 구하려 들고 가능한 한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 수동형은 근면하고 성실하지만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해당된다. 부재형은 가족생활에서 벗어나 있고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는 아버지 유형이다. 아버지에 대한 거부의 경험으로 이상에 맞는 직업이나 직장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지만 항상 헛수고로 끝나고 만다. 배려하는 멘토형은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아버지의 유형이다. 배려하는 멘토형 아버지를 둔 자녀는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믿고 확신하며 꿈과 목표를 추구하며 모험을 시도한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갖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속해서 성공을 거둘 확률은 정서적 지지와 심리적 지원을 받을 때 훨씬 높아진다. 자신의 아버지 요인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배우자, 혹은 멘토를 찾아라. 성공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저자는 “아버지 요인을 이해하고 화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성공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만들면서 끈기와 결단이 더해진다면 누구나 자신의 목표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떤 아버지를 두었고 지금은 어떤 아버지로 살아가는가?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