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의약 시장이다(2008 IMS 기준). 이에 따라 그만큼 복잡하고 재미있고 또 도전할 것이 많은 흥미로운 곳이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노령화와 인구 증가로 의약에 대한 성장 가능성도 대단히 크다.한국 시장의 또 다른 흥미로운 특징은 약을 소비하는 인구의 상당 부분(60%)이 서울 지역에 밀집돼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40%는 아직도 약의 혜택에서 벗어나 있어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펴면서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의약 업계에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필자는 올 초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의 제약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새삼 알게 된 것은 크기나 플랫폼, 업무 전략 등에 관계없이 다국적 제약사들은 모두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한국 시장에 대해 같은 문제점들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예들 들어 정부가 해결해 줘야 하는 병목현상들이 있다. 건강 산업의 구조적인 질서와 보수적인 업무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나 보험 수가의 적절한 집행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에 투자비용 회수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나 출시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이러한 불확실성은 한국 의약 산업의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오해를 불러왔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는 2009년 5월 보건복지부 및 관련 기관들과 함께 ‘윤리적 마케팅’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를 통해 유럽 미국 아시아, 특히 한국 시장에서 의약 산업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각 제품 담당 매니저(Product Manager)들과 모든 이해관계인들이 함께 고민하며 윤리적·합리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강화했다.일반적으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의약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유는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로간에 제대로 소통할 때 비로소 인식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하나의 특별한 사례가 산업 전반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도록 언론의 각별한 도움도 필요하다고 본다.각 국가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 환경에서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아 문화들 사이에도 큰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문화 차이는 서구권 나라 사이에도 존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인들의 습관이나 예의범절에 적응해야 하지만 이것은 다른 어느 나라에 가서도 마찬가지다.더구나 15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문화에 배타적이었던 한국이 빠르게 변화하고 세계화되고 있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 한국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한국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그래서 한국 사람들과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유하고 있는 비슷한 점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나라의 침략과 어려움을 겪은 한국의 역사는 현재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경쟁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한국말로 ‘위기’는 ‘위협(threat)’과 ‘기회(opportunity)’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위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런 관점이 세계에 줄 수 있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이유로 한국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기회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약력: 1955년 브라질 출생. 상파울루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학 경영학 석사. 1977~98년 바스프 매니저. 2001년 파키스탄 머크 사장. 2008년 한국머크 대표이사 사장(현). 2009년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제약위원회 위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