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의 야만인들’
세계적인 사모 펀드 KKR가 1988년 성공시킨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의 이면을 파헤친 책이다. 두 명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100건이 넘는 인터뷰를 통해 두 달 동안 벌어졌던 ‘추악한’ 두뇌 게임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살려냈다.드라마는 RJR 내비스코의 최고경영자(CEO) 로스 존슨이 월스트리트 M&A 전문가와 손잡고 비밀스럽게 차입 매수(LBO)를 추진하면서 시작된다. RJR 내비스코는 담배 회사 RJ레널즈와 식품 회사 내비스코가 합병한 거대 기업이다. RJ레널즈는 카멜과 윈스턴, 살렘 등 미국을 대표하는 담배 브랜드를 만들었다. 내비스코 역시 미국인들에게 ‘비스킷의 대명사’로 통하는 전국 최대 식품 회사였다.아낌없이 회사 돈을 뿌리며 스포츠 스타와 어울리기 좋아하던 로스 존슨은 사내 암투의 사다리를 밟고 마침내 미국 20대 기업 RJR 내비스코의 정점에 올랐다. 그는 자가용 비행기와 초호화 별장, 고급 자동차 등 온갖 특혜를 누렸고 이사회 멤버들에게 똑같은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1987년 주식시장 붕괴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어느 날 존슨은 LBO로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M&A 업자의 유혹에 귀가 솔깃했다.LBO는 인수할 기업 자산을 담보로 미리 돈을 빌려 그 기업을 인수하는 신종 M&A 기법이었다. LBO의 성패는 인수 후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얼마나 빨리 빚을 털어버리느냐에 달려 있었다. 기업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경영진의 도움이 필수였다.존슨의 LBO 추진 소식은 금융가를 벌컥 뒤집어 놓았다. 수많은 M&A 꾼들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딜’에 끼어들기 위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초반 존슨의 승리는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LBO의 선구자인 KKR가 뛰어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더구나 존슨이 ‘외부 세력’에 엄청난 이득을 약속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존슨은 ‘탐욕의 대명사’로 비쳐졌다.900쪽이 넘는 책에서 저자들은 그 뜨겁던 탐욕의 결과가 무엇인지 묻는다. 수만 명이 일하던 RJR 내비스코는 그 후 사라졌다. 사업 부문은 갈가리 찢겨 팔려 나갔다. M&A 업자들만 막대한 수익을 챙겨 떠났다. 바로 ‘문 앞의 야만인들’이다. 1.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이시형 지음/중앙북스/1만3000원2. 넛지/리처드 탈러 외 지음/안진환 옮김/리더스북/1만5500원3. 원형지정 주식실전매매1/황호철 지음/나눔터북스/2만 원4. 4개의 통장/고경호 지음/다산북스/1만1000원5.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최진기 지음/한빛비즈/1만8500원6.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7. 원형지정 주식실전매매2/황호철 지음/나눔터북스/2만 원8. 필립 코틀러 카오틱스/필립 코틀러 외 지음/ 김명철 외 옮김/비즈니스맵/1만3000원9. 원형지정 주식실전매매3/황호철 지음/나눔터북스/2만 원10.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이지성 지음/다산라이프/1만 원게랄트 브라운베르거 외 지음/오승구 옮김/웅진윙스/290쪽/1만3000원튤립 투기 공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까지 세계를 뒤흔든 금융 위기 17장면을 모았다. 과학 천재 뉴턴도 남해회사 주식 투기의 거품을 알아채지 못했다. 프랑스혁명 배후에는 연금제도의 실패가 있었다. 금융 위기는 항상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된다.오나스 리더스트럴러 외 지음/조성숙 옮김/황금가지/348쪽/1만6000원스웨덴 출신인 저자들은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학계의 스타들이다. 이들은 21세기 신경제를 ‘가라오케 자본주의’로 부른다. 사람들이 똑같은 노래를 똑같은 창법으로 따라 부르는 가라오케 클럽에 빗대 만든 신조어다. 저자들은 이런 가라오케 자본주의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업 전략을 제시한다.게랄드 트라우페터 지음/노선정 옮김/살림Biz/ 392쪽/1만5000원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뇌과학 전문 기자가 ‘직관의 기술’에 대해 쓴 책이다.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직관적으로 내린 결정이 돌아보면 최고의 선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직관을 통해 최고의 선택이 내려지는 메커니즘을 쉽고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직관력과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도 제시한다.전경일 지음/비즈니스맵/288쪽/1만2000원600여 년 전 문익점이 붓두껍에 몰래 숨겨 들여온 목화씨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 경영학적 탐구다. 저자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문익점의 목화씨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엮어낸다. 당대 혁신의 씨앗이었던 문익점의 목화씨는 조선에서는 잊혀졌지만 일본으로 흘러가 오늘날의 도요타자동차를 탄생시켰다. 도요타자동차의 창업자 도요다 사키치는 방직기 개발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