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무용가 한창호 김은정

그들의 손짓, 발짓, 얼굴의 작은 표정 하나하나가 곧 춤이 된다.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작은 기지개 하나에도 춤을 향한 그들의 진정성이 묻어 있다. 그렇게 그들은 삶을 춤춘다, 현재를 춤춘다, 미래를 춤춘다. 인간을 이야기한다. 온앤오프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한창호 김은정 부부 이야기다.스스로를 ‘춤꾼’이라고 말하는 한창호 김은정 부부는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만나게 된 것도 무용 공연의 뒤풀이 장소에서였다. 이들이 만나 창단한 무용단이 바로 ‘온앤오프 무용단’이다. “항상 무용단 생활과 공연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랑이 싹트게 됐고 결혼에까지 이를 수 있었죠.”(한창호) 춤으로 만난 이들답게 결혼 생활 내내 춤이 함께했다. 기존의 틀과 낡음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몸짓’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온앤오프 무용단’을 창단한 이후로는 국내 및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느림과 빠름, 작업과 일상, 삶과 죽음, 그 모든 양면과 모순을 껴안고 춤을 만들고 닦는다고 해서 온앤오프(ON&OFF) 무용단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한창호 김은정)한국의 무용 예술계에 만연한 제도적 모순과 부조리로부터의 해방과 후배들에게 열린 창작의 장을 조금씩 열어주기 위한 춤·공연·문화운동의 실천으로부터 시작된 무용단이 바로 온앤오프 무용단이다. ‘온앤오프 무용단’의 작품들은 사회적 형식에 가려진 우리네 인간들의 정체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을 부각시켜 강력한 주목과 호소력을 지닌다. 그렇기에 ‘온앤오프 무용단’의 공연장은 번듯한 예술극장만이 아니다. 거리 클럽 공원 미술관 극장 등 다양한 공간들이 그들의 공연장이다. 또한 단순히 춤이 그들 작업의 전부가 아니다. 그들의 춤은 비디오와 비주얼 아트, 테크놀로지 등과 자연스레 융합한다. 그래서 춤은 그들에게 특별한 예술 작업이라기보다 한없이 일상에 가까운 존재의 증명 행위라고 할 수 있다.이들 부부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무용단을 창단하고 처음 함께 ‘몽환’이라는 제목의 무용 작품을 진행했던 순간이었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춤을 출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이들 부부에게 춤은 곧 삶이었다.이런 그들의 춤터이자 삶터는 바로 ‘춤공장’이다. ‘온앤오프 무용단’의 창단과 함께 문을 연 이 공간에서는 무용단의 리허설과 함께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이들 부부의 ‘춤공장 현대춤 워크샵’이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말하는 ‘스튜디오’라는 이름 대신 ‘춤공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는 따로 있다. “춤이라는 노동을 통해 작품을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춤공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죠.”(김은정)원래 이문동에 자리해 있던 ‘춤공장’은 지난 2005년 문래동 철제 상가 거리로 그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훨씬 더 그 이름다운 의미를 지니게 됐다. 사실 ‘춤공장’이란 이름에는 더없이 어울리지만 무용단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문래동 철제상가 거리는 이들 부부만이 아니라 많은 젊은 예술가들의 혼이 자라나고 있는 예술촌이라고 할 수 있다.한창호 김은정 부부가 둥지를 이곳으로 옮긴 것도 임차료 인상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래동 철제상가 거리의 묘한 매력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공장촌 특유의 시커먼 풍경과 시끄러운 소리 아래 꿈틀거리는 인간의 생명력은 춤꾼에게 너무나 매혹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낮 동안의 시끄러운 작업 소리가 사라진 고요한 밤의 무한한 자유로움에 매료되기도 했다.문래동 철제상가 일대에 모여든 다른 예술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한창호 김은정 부부는 문래동 철제상가 일대의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물레아트페스티벌’을 기획했다.이 페스티벌은 연극, 무용, 마임, 비주얼 아트, 전시, 문학, 학술 행사 등 예술가의 실험 정신과 관객이 함께 마주한 자립적이고 독립적인 예술 잔치로, 지난 2007년에 이어 2회째 펼쳐졌던 작년 10월에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대만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5개국 70여 개 팀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활발한 교류의 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창호 김은정 부부의 ‘춤공장’은 페스티벌의 주최를 맡았고 김은정 씨와 한창호 씨는 예술감독으로 페스티벌을 이끌었다. 물레아트페스티벌의 ‘물레’는 솜을 자아서 실을 만드는 기구의 이름과 ‘문래동’이라는 독특한 지역성을 나타내는 발음상의 ‘물레’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그런 만큼 ‘물레아트페스티벌’은 ‘물레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레질을 하면서 서로 교감하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삶의 소통이란 천을 만들어 간다는 뜻에서 ‘물레정신’은 예술인들과 관객들에게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경계 없는 교류’를 통해 실험적인 정신을 자유롭게 발산하는 축제로, 장르와 국경, 예술가와 관객의 구분을 허물고 진정한 예술의 소통을 마련하는 ‘물레아트페스티벌’은 올해 10월에도 어김없이 펼쳐질 예정이다.“물레아트페스티벌의 궁극적인 취지는 문래동의 근로자와 예술가들, 그리고 시민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참여하는 예술이라는 점이에요. 예술이 비단 화려하고 좋은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요.”(김은정)“사실은 우리가 여태까지 춤을 춰 왔지만 춤 출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때 받은 서러움을 풀어보자는 취지도 있었고 한국의 무용계 시스템에 속하지 않거나 속하지 못한 젊은 공연 예술인들과 함께 마음껏 우리의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기획하게 됐죠.”(김은정)축제를 통해 서로가 목말랐던 예술인들과 관객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는 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축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그들이다.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함께 춤춘다. 무대 위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인간의 고통과 욕망을 함께 토로한다. 요즘 이들 부부가 고심하는 춤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과 사리사욕에 관한 춤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요즘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공연에 대한 테마예요. 사람들에게 인간의 이기심과 사리사욕이 얼마나 자신을 철저하게 망각시키는지, 그리고 그 망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춤을 준비하고 있어요.”(한창호 김은정)아직 예술가가 예술만 하고 살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인만큼 이 젊은 예술가 부부에게도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로를 안아주며 서로에게 ‘최고’라고 응원해 주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준 이들 부부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로 살아갈 예정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가진 실천적 예술가로 기억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의 꿈은 ‘삶과 인생을 맛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전달하는 예술가’다.한창호(위) 조선대 무용학과(현대무용) 졸업. 2004년 과천한마당축제 자유참가작 대상. 2006년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2006년 신진예술가 선정.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안무가 육성 사업 선정 안무가. 온앤오프 무용단 대표(현). 주요 작품: ‘들꽃’ ‘춤哭’ ‘가난한 사랑’ 등.김은정 성균관대 무용과 졸업.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Cal Arts: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공연과 안무 전공. 2007년 뉴욕 링컨센터 인스티튜트 인터내셔널 에듀케이터 워크숍 연수. 온앤오프 무용단 예술감독 및 안무가(현). 주요 작품: ‘사랑굿’ ‘몽환’ ‘마르셀의 강’ 등.김성주·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