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원 일반택시 vs 2000원 마티즈 택시

최근 경차에 대한 인기가 무섭다. 경기 침체와 고유가, 그리고 경차 기준을 800cc에서 1000cc로 높임에 따라 소비자들의 경차에 대한 인기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택시에도 경차를 도입함에 따라 조만간 길거리에서 마티즈나 모닝 택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 경차가 잘 팔린다고 해서 경차택시도 성공할 수 있을까.저렴한 가격 때문에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교통사고율 세계 3위인 우리나라에서 안전성이 취약한 경차택시를 외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우리 주변에는 잘못된 예측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최근 실제 이용률은 처음 건설 당시 예측한 예상 이용률의 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민간 자본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면 그만큼의 차액을 세금으로 보전해 줘야 하는데, 예측한 결과와 실제 결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작년에만 1660억 원의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 줬고 향후 30년간 보전해 줘야 할 금액이 무려 14조 원이라고 한다.공항철도를 이용하면 무거운 가방을 갖고 지하철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갈아 타야 하고 또 공항에 도착해서도 지하철 입구에서 공항 탑승구까지 먼 거리를 큰 가방을 들고 가야 한다. 하지만 막히지 않고 갈 수 있고 요금도 일반 리무진 버스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장점도 있다. 반면 경쟁 상대인 리무진 버스의 경우, 집 근처 웬만한 버스정류장에서 쉽게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공항 출입구에 내려 주기 때문에 탑승구까지 이동하기도 쉽다. 단점이라면 도착 시간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과 요금이 비싸다는 점이다. 어쨌든 소비자는 두 가지 방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비교해 본 결과 지하철보다 리무진 버스가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고 공항철도보다는 리무진 버스를 더 많이 선택한 것이다.손실 규모는 작지만 서울의 수상택시도 마찬가지다. 2007년 서울시에서는 한강의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는 수상택시를 도입했다. 도입할 당시에는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막상 시행해 보니 실제 이용 고객은 하루 평균 100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요금이 비싸고 선착장에서 대중교통과의 연계도 잘 안 돼 소비자가 기존 교통편 대신 수상택시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사전에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바로 소비자의 선택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그러면 최근 정부가 도입하려는 경차택시의 미래를 예측해 보자. 정책 수립자의 생각처럼 기존 택시보다 요금이 20% 저렴한 경차를 탈 것인지, 아니면 너무 작아 위험해 보이는 경차 대신 요금이 500원 정도 비싼 일반택시를 탈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면 경차택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먼저 현재처럼 일반택시와 모범택시만 있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 응답자 100명 중 94명이 일반택시를 이용하고 나머지 6명만 모범택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추가로 경차택시가 도입되면 어떨까. 경차택시가 도입되면 응답자의 39명이 경차택시를 선택한 반면 나머지 56명은 그대로 일반택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택시 차종은 마티즈보다 모닝일 경우 이용자 수가 38명에서 41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범택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어차피 모범택시를 이용하던 고객이 요금이 저렴하다고 해서 경차택시를 이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경차택시가 성공하려면 기존 자가용 이용자, 버스나 지하철 이용 고객을 흡수해 택시의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 일반택시 고객을 경차택시 고객으로 전환할 경우 비싼 요금을 보다 더 싼 요금의 택시로 대체시킴으로써 택시 업계의 전체 수익은 더 낮아질 것이며 하루 종일 택시 안에서 근무해야 하는 택시 운전사만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택시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보다 더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정책이란 소비자와 기업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기에 그만큼 더 어려운 것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