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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쪽은 역시 정치인들인 것 같다. 무엇보다 정치적 성향과 정책에 대한 견해가 사람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일 것이다.대중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는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점에서는 연예인과 같다. 대중에 비치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대통령처럼 비중이 큰 정치인의 경우에는 특히 대중을 향한 정교하고 감성적인 노출에 따라 인상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많다.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틀에 들어맞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지자와 비지지자의 경계선이 뚜렷한 정치인이었다.대통령직에 도전할 때부터 그랬고 현직에 있을 때는 더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는 늘 관심과 화젯거리가 됐고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국의 대통령 중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다.정책에 대해서도 늘 응원과 비판이 엇갈렸다. 종종 ‘좌편향’이라는 시비를 받았고 성장보다 분배 문제에 치우쳐 사회 전체의 파이 키우기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받았다.그렇다고 노무현 정부가 모든 정책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나간 것은 결코 아니었다. 긍정적인 평가도 많이 받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나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현실적 접근은 전통적으로 그의 지지 기반에서조차 비난을 해댄 정책이다. 전혀 ‘좌편향’이 아니라 ‘우편향’ 정책이라며 지지자들로부터 시비도 받았던 선택들이었다. 이 때문에 본인 스스로 정치적으로 어려움에도 처했다.이런저런 점을 두루 보면 한국적 풍토에서 대통령 한 사람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말이 많은 편이었고 표현 또한 거칠다는 것이 단점처럼 규정되기도 했지만 이 또한 나름대로의 새로운 캐릭터를 확보하려는 의지일 수 있다. 연예인이 그렇듯 정치인도 인기(지지도)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한국적 풍토에선 국정 지지율이 30% 아래로 내려가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정치 분석가들도 있다.정책과 노선은 유보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평가는 어떨까. 격동의 현대사를 앞쪽에서 헤쳐 온 역동적인 운동가로서, 변혁적 활동가로서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평가에서는 오히려 담담해질 수 있다. 정책보다 평가의 기준이 단순하고 잘잘못을 따지기도 쉬운 까닭일지 모른다.필자는 노 전 대통령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본 경험이 있다. 그의 집권 초·중반기 3년 반 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로서의 인연이다. 격동의 시대에 변혁을 꿈꾼 그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 왔다.두메산골 오지의 빈한한 농가에서 태어나 상고를 나온 것, 현역 육군 보병으로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마친 것, 불과 수십 명을 뽑던 시절 법대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 등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삶의 의지를 어떻게 펼쳐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경력을 놓고 드문 경우라고 하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과 구별되는 그의 장점은 다른 데 있다.힘들게 이룬 판사 자리를 1년도 안 돼 버린 것, 한국에서 상류사회로 진입하는 대표적 열쇠인 변호사증을 구속과 함께 빼앗긴 것, 의원직 사퇴, 지역 정서 타파를 명분으로 나섰지만 낙마한 대선 이전의 세 차례 선거 출마가 바로 그것이다. 기득권이 될 만한 것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어낸 과정이다.그런 삶을 살았다는 것과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물론 다른 차원이다. 사실 현직에 있을 때는 대통령직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했는지 평가하기가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오래지 않아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비극적으로 세상도 떠났다. 이 과정이 냉정하고 엄한 평가에 지장을 줄지, 그 반대가 될지도 쉽게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계 언론계 정계 시민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평가할까.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소환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데는 한국의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대의 대통령은 결코 봉건 왕조시대의 왕이 아니다. 단지 선출직 공무원인데 다만 공무원 중 1호 정도라는 우리 스스로의 명확한 인식도 필요하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