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일요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북한의 우주발사체 ‘은하 2호’가 발사됐다. 진짜 위성발사체인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위장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위성의 궤도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내심 노려 온 세계 10번째 인공위성 발사체 보유국 자리를 북한에 빼앗기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온난화를 비롯한 다양한, 그래서 두려울 수밖에 없는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해 우주에 거는 인류의 기대와 희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주 공간을 대상으로 한 국가 간, 그리고 기업 간 경쟁이 대두될 것이라는 예측은 따라서 꽤 현실성이 높다. 우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위성이나 우주선 등 임무를 수행하는 장치, 즉 탑재체(搭載體)를 개발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같은 탑재체를 우주로 보내는 발사체 기술이다.우리나라의 탑재체, 특히 위성 탑재체 기술은 우리의 정보기술(IT) 경쟁력에 힘입어 거의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데 비해 발사체 기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발사체 개발 기술의 낙후는 이 기술이 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온 국제 정치적 장애물 탓이 매우 큰 데, 이를 감안하면 올해 우리나라가 발사하게 될 과학기술위성 2호(100kg급)용 우주발사체(KSLV-I)의 개발은 우리나라 우주개발사의 한 획을 긋는,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이런 역사적·정치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는 항공우주산업이 가져다주는 경제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항공우주산업이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으로 육성될만한 것인지 말이다.항공우주산업은 조선 및 자동차와 함께 대표적인 시스템 종합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율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위성이나 헬리콥터와 같은 제품의 kg당 가격은 반도체의 약 2~3배에 이르고, 자동차에 비해서는 약 500배에서 1000배 정도에 달한다(항공기나 위성이 ‘금값’이라는 말은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처럼 항공기나 위성이 비싼 이유는 그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제약 조건에 부딪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 및 이를 통한 첨단 기술 개발이 수반되기 때문이다.항공우주산업의 파급효과를 계량화하는 시도는 아직 완전한 수준에 도달해 있지는 않지만, 한 연구는 작년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산업 분야 기술 개발에 투자한 약 1800억 원의 금액이 약 3조5000억 원에 이르는 생산액과 약 30조 원에 달하는 기술 파급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수치를 적당히 줄여 잡는다고 하더라도 항공우주산업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산업인 셈이다.물론 항공우주산업은 장기간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그래서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투자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서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온 국민이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 침체의 공포 앞에 떨고 있는데, 위성이 어떻고 비행기가 어떻고 하는(글자 그대로 ‘뜬구름 같은’) 얘기는 너무 안이해 보일지도 모른다. 이해할만한 일이다. 곧 이 경제 위기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두려운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오른 환율로 인해 이제 더 이상 구독할 수 없게 된 논문들을 생각할 때마다 필자 역시 당장 내일이 걱정되고 마음이 조급해진다.그러나 오늘이 어려울 때, 그때가 바로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씨앗을 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일도 모레도 힘들겠지만, 적어도 5년 뒤 10년 뒤에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것이 우리를 버티어 주는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국민대 경영대 교수 약력: 1970년생. 93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졸업. 98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 박사. 2006년 영국 워릭대 경영학 박사 과정. 98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인터내셔널 컨설턴트. 2006년 국민대 경영대 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