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배한성

40년 차 성우에게 출연 작품 수를 물었을 때 대답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3년 전 책을 낼 때 어느 기자가 일일이 세어봤나 봐요. 2만 편 정도 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더 되는 것 같거든요.(웃음)”대한민국 넘버 원 성우로 자타 공인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성우 배한성(63). ‘맥가이버’ ‘가제트’ ‘콜롬보’가 그의 음성을 빌려 탄생한 주인공들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탄산음료 같은 청량감을 선사한 그 ‘멋진’ 남성들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듯하다.“목소리 나이는 한 40대 중반쯤? 목소리가 노화가 가장 늦다고 하더라고요. 신체 나이는…. 얼마 전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푸시업 경기를 했는데 2등을 했어요. 연속으로 30회 정도는 하니까 아직도 꽤 괜찮은 편이죠?(웃음)”중학생 때 덜컥 가장이 되어 힘겹기만 한 청소년 시절을 겪었다. 학비 때문에 4년제 대학은 꿈꾸기도 어려워 짧게 끝내야 했던 대학. 대학 2학년 때 성우로 합격한 방송국은 그에게는 인생을 걸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그저 죽어라하고 열심히 했어요. 대중적 잣대로 보면 성공했는데 사실 처음부터 유명한 성우가 되겠다는 계획은 없었어요. 그런데 무작정 열심히 하면 안 되고 남들과 조금 다른 감각을 가지고 열심히 했죠. 성공은 자기 평가가 아니라 타인의 평가이거든요. 열심히 하니까 저절로 따라온 것 같아요.”배한성은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또 하나 유명한 것은 유달리 지저분한 대본이다.“늘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책이라도 봐야 하거든요. 아마도 마음껏 공부하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인 것 같아요. 대본에도 영어 단어든 한문이든 시간만 나면 써대니 지저분하죠. 요즘은 늦둥이 아들도 안 보는 중학교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니면서 외워요.”교통방송에서 무려 17년간 ‘함께 가는 저녁길’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그나마 ‘호학’ 근성이 잠을 잤던(?) 시기. 2년 전 17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뒤,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학교 최고경영자(CEO)과정을 4개나 섭렵해 버렸다. 공부도 생방송처럼 열심히 한 덕분에 개근상까지 탔다.“정릉동에 오래 살았는데 고미술품을 하도 모아대니까 친구들이 ‘정릉 박물관장’이라고 불렀어요.(웃음) 우리 고미술 세계는 그야말로 절제된 아름다움의 극치예요. 3년 전에는 전시회도 열었죠. 방송인으로서는 최초일 겁니다.”그는 요즘 기업이나 건물주를 대상으로 골동품 판매·대여 회사의 홍보와 마케팅을 돕고 있다. 취미가 일로 전환된 셈이니 더없이 즐겁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8월부터 80일 동안 열리는 ‘인천 세계 도시축전’의 홍보대사, 서울예술대 겸임교수 등 바쁜 ‘이유’가 수없이 많다.“희생, 나눔, 봉사….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아니 진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에 더욱 빛났던 카터 대통령처럼 말이죠. 목소리로 자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참 많아요. 기아대책기구, 한국 생명의전화 홍보대사도 맡고 있어요.”배한성의 ‘진화’에는 쉼표가 없다. ‘누굴 만나더라도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국민 성우’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약력: 1946년생. 1969년 TBC 공채 2기 성우로 데뷔. 2만여 편의 라디오 드라마, 외화, 영화, 애니메이션 작품에 목소리 출연. ‘맥가이버’ ‘형사 콜롬보’ ‘가제트 형사’ 등 역할로 대중적 인기를 얻음. 40년 성우 인생을 회고한 저서 ‘열정을 담은 천의 목소리, 배한성(2006)’ 발간. 현재 서울예술대 방송연예학과 겸임교수이자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셀러브리티 인터뷰에 응한 유명 인사들에게는 ‘성공을 부르는 V 와인’ 발디비에소(ValdiVieso)를 선물로 드립니다. 발디비에소는 1879년 설립된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이며 남미에서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 메이커입니다. 특히 발디비에소의 영문 표기에서 보듯 ‘승리의 V’가 두 번이나 들어가 있어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공을 부르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장헌주·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