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역습, 과거로부터 미래를 읽다’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10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1980년대를 주름잡던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무려 10년 동안이나 그 어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런 의문에 대담한 가설을 제시한다. 일본은행이 의도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1990년대 일본은행은 통화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늪에서 일본 경제를 구해내라는 정부의 요청을 일관되게 거부했다. 심지어 일본 경제가 결정적인 기로에 서있던 1992년과 1993년, 1995년, 그리고 1999년에는 거꾸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기까지 했다. 이런 조처는 구매력과 국내 수요를 위축시켰고 정부의 시장 개입 노력을 무력화했으며 엔화 강세를 불러왔다. 엔화 강세는 그나마 자라고 있던 경제 회복의 싹을 잘라버렸다. 통화 정책의 엇박자로 일본 정부는 재정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선진국 중에서 가장 큰 빚더미에 올라서게 됐다.일본은행은 왜 그처럼 긴박한 시기에 고집스럽게 통화량을 늘리지 않았을까. 통화 팽창이 몰고 올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은 그럴듯한 답이 되지 못한다. 일본은 1990년대 전반기 큰 폭의 인플레이션 하락을 경험했고 후반기에는 확연하게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세계 경제사에서 적극적인 통화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행에 대한 수수께끼는 더더욱 풀리지 않는다.독일 출신 경제학자로 일본은행금융연구소와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소에서 근무하고 1997년부터 7년간 도쿄 소피아대 교수를 지낸 저자는 일본은행 관계자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일본은행이 일본의 경제구조를 위해 의도적으로 경기 침체를 연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경제의 근·현 대사를 파헤치며 언뜻 믿기 힘든 이 주장이 분명한 사실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중앙은행은 베일에 싸인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 책의 원제는 ‘엔의 왕자들(Princes of The Yen)’이다. 그들은 위압적인 대리석 건물 안에 자신들만의 왕국을 구축하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누리고 있다.● 리하르트 에이 베르너 지음/오영상 외 옮김/480쪽/유비온/2만3000원1. 4개의 통장/고경호 지음/다산북스/1만1000원2.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이시형 지음/중앙북스/1만3000원3.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4.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박정원 지음/다산라이프/1만3000원5.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신현만 지음/위즈덤하우스/1만2000원6.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이지성 지음/다산라이프/1만 원7. 이기는 습관2/김진동 지음/쌤앤파커스/1만2000원8. 일본전산 이야기/김성호 지음/쌤앤파커스/1만3000원9.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세일러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10.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김영사/1만3000원신용인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340쪽/1만5000원올 초 삼성은 계열사 사장 중 20여 명을 물갈이 했다. 그룹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삼성전자는 1400명의 본사 직원 중 90%를 현장으로 내보냈다. 복장 자율화, 장기 휴가 제도, 자율 출퇴근제도 잇따라 선보였다. 반도체 전문가로 인텔과 필립스를 거쳐 삼성전자 전무를 지낸 저자가 삼성이 이토록 변화에 목을 매는 이유를 들려준다.폴 호켄 지음/유수아 옮김/에이지21/326쪽/1만8000원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인 저자는 강연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명함을 분류하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100만 개가 훨씬 넘는 소규모 사회단체들이 생태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 번도 미디어의 주목이나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 ‘이름 없는’ 거대한 풀뿌리 사회운동 현상이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보여준다.최진택 지음/P당/264쪽/1만2000원직장인들에게 사장은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두려운 존재다. 요즘 같은 불황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장의 사고를 꿰뚫어야 한다. 사장은 직원에게는 ‘자네만 믿네’라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인재를 물색하고 직원들이 회사 돈을 함부로 쓰고 다니는지 의심한다. 직장인을 위한 사장 사용 설명서다.장병두 구술 및 감수/박광수 엮음/정신세계사/312쪽/1만2000원올해 104세가 된 장병두 옹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해 ‘현대판 화타’로 불린다. 하지만 2006년 무면허 의료 행위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이후로는 환자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뛰어난 민중의술을 낡은 족쇄로 묶고 비과학적이라고 낙인찍는 기득권자들의 논리가 과연 옳은지 논란을 불렀다. 민중의술 합법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병두 옹의 삶과 의술 이야기.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