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호스트 이창우 권미란 부부

몇 년 전, 국내의 내로라하는 라이벌 홈쇼핑 회사의 쇼핑 호스트들이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를 모은 일이 있다. 홈쇼핑의 얼굴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쇼핑 호스트이기에 더욱 관심의 초점이 됐던 이들이 바로 GS홈쇼핑의 쇼핑 호스트 이창우 차장과 CJ홈쇼핑의 권미란 쇼핑 호스트다.“홈쇼핑 방송을 보고 한눈에 이 여자다 싶었죠.(웃음)”(이창우)이들 부부의 인연의 시작은 바로 홈쇼핑 방송이었다. 쇼핑 호스트로 일하다 보면 경쟁사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다. 2005년 동료들과 함께 모니터링하던 중 그의 눈길을 끈 이가 바로 ‘맨얼굴로 방송하는 여자’로 유명한 CJ홈쇼핑의 권미란 쇼핑 호스트였다. “제가 이용(理容) 전문 쇼핑 호스트거든요. 2004년부터 맨얼굴로 화장품 시연 모델을 자청하면서부터 맨얼굴로 방송하는 일이 많았죠.”(권미란)당시 방송에서 모델이 아닌 쇼핑 호스트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방송한다는 것은 거의 파격에 가까운 일이었다. “화장품이나 이용 제품의 효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모델만이 아니라 진행자가 직접 비교 모델로 나서는 것이 보다 확실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권미란)그녀의 예상대로 ‘맨얼굴로 방송’한 덕분에 그녀가 진행하는 이용 제품들은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고, 덕분에 그녀는 그 후 스타급 쇼핑 호스트로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화장기 없는 얼굴에 반해 같은 회사에 다니는 후배에게 조르고 졸라 소개받았죠. 만나고 난 다음에는 결혼까지 그냥 속전속결로 달렸죠.”(이창우)“정말 막 밀어붙이던데요?(웃음) 처음엔 만날 생각도 없다가 만나게 됐고 또 한 1년은 만나보고 결혼을 결정해야지 했는데 워낙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만난 지 몇 달 안 돼 결혼에까지 이르렀어요.”(권미란)그 ‘추진력’에 반했다는 권미란 쇼핑 호스트의 말대로 이창우 쇼핑 호스트의 뚝심과 추진력은 이미 업계에 파다하다. 사실 그가 쇼핑 호스트로 성공하게 된 것도 특유의 추진력 때문이니 말이다. “원래는 광고회사에서 AE(Account Executive: 광고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1998년부터 쇼핑·잡화 머천다이저(MD)로 전직하게 됐고 홈쇼핑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다 방송을 눈여겨본 관계자들이 권유해 쇼핑 호스트가 됐죠.”(이창우)거저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매 순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마케팅과 방송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쇼핑 호스트가 된 후에도 각종 잡지와 관련 정보들을 섭렵하며 다방면으로 지식을 쌓아 왔다.“방송을 맡은 상품이 수십억 원대 대박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쇼핑 호스트가 직접적으로 얻는 이득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해냈다’는 보람과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에 늘 최선을 다하죠.”(이창우)권미란 쇼핑 호스트 역시 이창우 쇼핑 호스트 못지않은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대전 극동방송 구성작가로 일하던 그녀는 특유의 말솜씨와 미모를 인정받아 TBC 대구방송 MC로 본격적인 방송 생활을 시작했고 2001년부터 쇼핑 호스트로 활동하게 됐다.“처음 맡게 된 분야는 화장품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화장품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웠기 때문에 방송이 너무 힘들더군요.”(권미란) 그저 달달 외워서 하는 방송이 아닌 진짜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 위해 이용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일일이 피부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고 피부 전문 아카데미에도 다니며 피부관리사 자격증까지 따냈다.“우리 쪽에서도 이 사람을 탐내는 분들이 많았죠. 스카우트 해 오라는 눈치도 은근히 많이 받았어요.(웃음)”(이창우)“이창우 쇼핑 호스트야 워낙 내로라하는 쇼핑 호스트이다 보니 우리 회사 쪽에서는 차마 스카우트 해 오라는 얘기는 못 하시던 걸요?(웃음)”(권미란)하지만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대표하는 쇼핑 호스트이다 보니 비밀 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단다.“연애는 하다 깨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남자인 저보다 여자인 권미란 쇼핑 호스트가 입을 타격이 더 크잖아요. 게다가 경쟁 회사 쇼핑 호스트와 사귀다가 깨졌다고 하면 그 처지가 어떻게 되겠어요. 결국 결혼 전까지는 쉬쉬할 수밖에 없었죠.”(이창우)만난 지 3개월여 만에 결혼을 한 후에도 경쟁 업체에 근무한다는 사실은 때때로 두 사람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곤 했다. “아무래도 경쟁 업체이기 때문에 궁금한 점들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은근히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쪽에서는 이번에 무슨 방송한대?’ ‘무슨 상품이래?’라면서요.”(이창우 권미란)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일에, 그리고 자신의 회사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는 프로들이었다. 결혼한 후 지금까지 회사 일을 집에서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하지만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뿐, 서로의 일을 이해해 주고 방송 모니터링을 해 주는 등 동료 쇼핑 호스트로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사실 회사원들처럼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의 도움 없이는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죠. 홈쇼핑은 새벽 1시 20분이 마지막 방송이고 아침 6시 20분이 첫 방송이기 때문에 서로 마지막 방송과 첫 방송이 함께 걸리는 날에는 얼굴 보기도 힘들 때가 많아요.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권미란)“집안일을 도우면서 살림살이나 생활용품들에 대한 경험과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 쇼핑 호스트로서도 도움이 많이 된 걸요. 남자지만 생활에서 우러난 멘트들을 하다 보니 방송을 보시는 분들이 더욱 신뢰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이창우)서로의 방송에 대해 “남편은 순발력은 좋지만 말이 좀 빠르다”(권미란)느니 “아내는 톡톡 튀고 발랄해서 좋지만 조금 천천히 호흡을 가졌으면 좋겠다”(이창우)며 모니터링을 아끼지 않는 두 사람은 서로의 꿈에 대해서 100% 지지를 보낸다.“지금 14개월 된 아이가 있는데요. 쇼핑 호스트를 하면서 제 꿈은 모두 이룬 것 같아요. 결혼도 했고, 집도 샀고, 아이도 낳았죠.(웃음) 개인적으로는 아이 딸린 엄마에게 방송할 수 있게 해 준 회사에 감사해요. 좀 더 나이가 들면 이용과 관련된 공부를 한 것을 살려 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문적인 에스테틱 사업을 하는 게 꿈이랍니다.”(권미란)“제 꿈은 나중에 늙더라도 지팡이를 짚으면서까지 방송을 하는 거예요. 방송을 보는 이들이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쇼핑 호스트, 치열하고 재미있게 언제나 저다움을 잃지 않고 오래 현역으로 뛰는 쇼핑 호스트가 되고 싶습니다.”(이창우)이창우(왼쪽) 1970년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대흥기획 AE, GS홈쇼핑 MD, 홈쇼핑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똑소리 살림법(토요일 오전 8시 40분)’ 진행 등 10년차 쇼핑 호스트. 현재 GS홈쇼핑 차장.권미란 1974년생. 대전극동방송 구성작가, TBC대구방송 MC 공채, CJ홈쇼핑 쇼호스트 공채, 양일훈 에스테틱 아카데미 고급과정 수료, 피부관리사 자격 취득, 현재 CJ홈쇼핑 이용 전문 쇼핑 호스트, 한국피부미용연구학회 정회원, 저서 ‘맨얼굴로 방송하는 여자’.김성주·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