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임금 지원
실물경제가 매우 어려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조, 특히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욕구는 그칠 줄 모르는 듯하다.정부가 국민 혈세를 동원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난 3월 26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는데 월 기본급을 4.9%(8만7709원) 인상하고 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신차종의 국내 우선 생산을 명문화하라는 게 골자다. 같은 날 기아자동차 노조는 ‘생계비 부족분’이란 명목의 특별 성과급을 달라며 사측을 압박했다.르노삼성자동차는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차·부장급 간부 사원들이 노조를 설립했고 올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 노조는 사측 임원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임단협 1차 상견례를 강행했다.정부가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논란이나 한·EU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미칠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동차산업 지원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분명하다.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160만여 명. 전체 고용의 10.4%를 차지한다.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공무원 노조 또한 휴직하지 않고 노조 전임 활동을 해 온 공무원이 500여 명, 또 자격 없는 공무원이 노조 활동하는 기관이 100여 곳이라니 그들과 그곳은 무법자였고 법치 사각지대로 허비된 국민 혈세가 100억 원을 헤아린다는 보도다. 민주노총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위원장이 투쟁 대상을 민주노총 조합원을 위한 사안으로 한정하지 않고 정치,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노조 전임자’란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면서 근로계약상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 전임자 수가 지나치게 많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노조 전임자에게 지원한 임금 총액은 4288억 원으로 2005년의 3439억 원보다 25% 이상 늘었다. 노조 전임자 1명당 노조원이 2005년 153명에서 2008년 149명으로 전임자가 그만큼 늘었음을 보여준다. 노조 전임자 1명당 노조원 수는 일본 500~600명, 미국 800~1000명, 유럽 1500명인 점에 비춰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나 된다.외국의 경우 산별노조 체제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별노조의 전임자는 노조의 조합비로 임금을 지원받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근로계약상의 업무를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노조 업무만 수행하는 사람에게 임금을 지원하는 사례는 없다.이렇게 노조 전임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전임자가 되면 누릴 수 있는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가령, 국내 대표적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전임자가 되면 기본급, 고정 잔업 수당 이외 75시간의 휴일 특근 수당 등을 받아 실제 일하는 조합원보다 보수가 많다. 이런 것은 사소한 이익에 불과하고 출퇴근 면제, 차량 및 유류비 지원 외에도 조직 변경, 물량 이관, 배치전환, 하도급 용역 변경 등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됐다.노조 전임자들이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으면서도 경영자를 적대시하는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해도 기업이 생존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은 지금, 전임자들은 조합비로 자신의 급여를 받으면서 어떻게 해야 자신과 조합원들이 정년까지 회사와 함께 성장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이영희 노동부장관은 3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2010년 1월 1일부터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원을 금지하기로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규정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원 금지 문제가 또다시 예민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이 규정은 1997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신설된 것으로, 노동계의 반발에 부닥쳐 몇 차례에 걸쳐 보류를 거듭해 오고 있다. 현재 올해 말까지 그 적용이 보류돼 있는데 이제 13년 만에 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노총들의 거센 반발로 시행 여부는 미지수다.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약력: 연세대 대학원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5년 국회의원 보좌관. 2002년 위드스탭스 홀딩스 대표. 2009년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