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왜 한국 시장서 고전하나

구글코리아는 지난 4월 22일 서울 사무실에서 올해 1분기 실적과 신규 서비스를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기자들의 관심은 최근 한국 정부와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빚고 있는 마찰에 쏠려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요구한 ‘본인확인제’에 대해 구글코리아는 미국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자회사인 유튜브 한국 사이트에서 본인확인제를 실시하지 않고 업로드 기능을 아예 없애는 등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응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구글코리아에 대해 위법성을 찾아 추궁하겠다는 보복성 방침을 지시, 논란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기자들의 질문에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이사는 “정부 측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인터넷 실명제는 사용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법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한국 게시판을 없앰으로써 한국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원규 연구·개발(R&D) 센터장은 “한국 내에서 운영되는 서버는 하나도 없다. 구글은 현지법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어 서비스와 한국 광고가 나오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언어 서비스를 지원할 뿐 한국만을 위한 서비스라고 보기 힘들다”며 한국법 적용 범위의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그리고 정부나 수사기관이 e메일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 센터장은 “사용자 아이디, e메일 등의 조회 의뢰가 10여 건 있었다. G메일은 한국어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서버는 외국에 있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한국법 차원보다는 도덕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한국 정부와 구글의 관계는 지금 분위기와는 다르게 매우 열렬했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06년 글로벌 기업인 구글의 R&D센터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보였다. 당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나서 KOTRA와 함께 12억5000만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었다. 정부와 구글이 한국R&D센터를 유치하면서 맺었던 계약 사항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있다.일부에서는 정부가 R&D센터 연구원의 급여를 80%까지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확인된 바는 없다. 구글은 R&D센터와 관련해 규모, 인원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공개를 꺼리고 있으며 본지가 R&D센터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취재를 요청했으나 구글 측은 응하지 않았다.이제 2년 정도 운영된 구글R&D센터의 연구 성과와 관련해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은 없다. 구글의 이 대표는 4월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한국에서 개발된 서비스를 가장 많이 선보였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선보인 구글지도, 화면 구성의 변화, 주제별 자동 묶음 검색, 질문 응답형 검색 도입 등은 외국 사이트에서 하던 서비스를 한국화하거나 기존 네이버 등 한국 포털 서비스에서 이미 하고 있었던 서비스를 도입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구글의 한국R&D센터에서 인터넷 핵심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현재 방통위를 위시한 정부와 여당은 ‘국내법을 수렴하지 않은’ 구글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00년 한글 사이트를 시작으로 2006년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든 이후 정부와의 마찰과 미미한 시장점유율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이 대표는 구글의 2009년 1분기 성적표를 발표하며 “올해 3월 검색량은 작년 동기에 대비 47% 성장을 보이며 업계 평균 16%보다 3배나 높게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어 검색 부문 톱3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 측이 강조한 단기 성장률 외에 한국 시장에서의 다른 지표를 보면, 세계적으로 올 분기에 14억2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9%의 성장을 이룬 구글의 명성에 걸맞다고 할 수는 없다.인터넷 시장조사 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구글 검색 점유율(2009년 3월 기준)은 2.8%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05년 3월과 비교할 때 1.7%에서 4년간 불과 1.1%의 점유율 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동안 점유율 1위인 네이버는 68.1%에서 73.3%로 5.2% 성장했다. 도메인별 웹사이트 순위에서 구글은 10위권 밖이고 분야별로 나눈 집계에서 유튜브가 3월 기준 순방문자 435만1000명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 5위에 올랐을 뿐이다.국내 포털 시장에서 1, 2위인 네이버와 다음이 검색 점유율 89.%로 압도적인 가운데 3위를 탈환하기 위한 전쟁은 치열하다. 지난 3월 엠파스와 합병한 네이트와 또 다른 글로벌 포털 야후, 그리고 구글이 각 집계에 따라 3위를 나눠 갖고 있다. 구글이 검색 점유율에서 3위지만 페이지뷰 점유율에서는 네이트가 7.9%로 3위, 프런트 페이지뷰 점유율은 야후가 5.9%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최근 검색 시장 성장률로 고무된 구글과, 검색 시장까지 아우르며 거대 포털로 태어난 네이트 중 누가 먼저 3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가다. 야후는 급격한 점유율 하락세를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검색 서비스 점유율은 검색 광고 매출액을 추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포털 업체는 온라인 광고를 광고주에게서 수주하기 위해 일정 수치 이상의 인터넷 이용량이 필요하고, 만일 이에 못 미치면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로 온라인 광고를 판매하게 되므로 점유율과 이용자 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의 보고서는 “구글은 오프라인 미디어나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광고 매출액이 기대되지만 3월 초에 연간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불경기가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구글코리아는 최근 광고 영업 및 마케팅 부문 30여 명을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직원이 150명이라고 볼 때 20%를 정리 해고했다. 미국 본사가 지난 3월 전 세계 지사를 대상으로 2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진행된 것이다. 일부 업계에서는 구글코리아의 저조한 실적이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고, 이와 함께 정부와의 갈등 등 최근 구글이 보인 일련의 움직임이 한국 사업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이 대표는 이와 관련, “시장의 침체 때문에 조정이 필요했다. (경기 침체) 이전에는 시장 성장 속도에 맞춰 오히려 사람을 충분히 뽑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장 침체가 일어났는데 고용은 계속 이전과 같이 진행돼 부조화가 있었다. 이번 구조조정은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클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광고 영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가 있었지만 보다 나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의혹을 일축했다.구글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레이철 웨트스톤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의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월 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는 특정 국가의 법률과 민주적 절차의 부재가 우리의 원칙에 너무 벗어나, 해당 국가의 법을 준수하면서는 사용자 혜택을 주는 사업을 도저히 영위할 수 없는 문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글이 하고 있는 모든 것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다 많은 정보는 보다 많은 선택과 자유를 의미하며, 개인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것이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다”라고 덧붙였다.다른 나라 시장보다 유난히 탈 많고 말 많은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단계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