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지는 부동산시장 어디로
본격적인 반등을 알리는 서막인가. 과잉유동성에 따른 착시 현상인가.집값 향방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해석을 놓고 전문가들마다 시각차가 뚜렷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시작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계속된 규제 완화에서 비롯됐다. 참여정부 내내 꽁꽁 묶여 있는 재건축 관련 규제들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4월 3주차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평균 0.2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값이 오른 곳은 강동구로 한 주 만에 1.21% 값이 뛰었고 송파구(1.14%) 강남구(0.46%) 양천구(0.37%) 서초구(0.36%) 순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들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과열로 치닫는 모습이다.특히 강동구는 천호동 일대 지구단위계획안이 통과되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현재 서울시는 천호·성내동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와 연계해 개발, 첨단 업무 지구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강남발 집값 상승은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경기도는 그동안의 하락세를 딛고 8개월 만에 0.07% 상승세로 반전했다. 특히 과천시 재건축 단지는 3월 말 용적률을 250%까지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 주 만에 상승률이 8.23%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에 가보면 관망세를 보여 왔던 투자자들이 완전히 매수로 돌아섰다는 것이 중론이다.분양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청약에 돌입한 인천 청라지구는 견본주택마다 청약자들로 북적거렸고,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는 양상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자금을 푸는데 소극적이던 금융회사들도 건설사, 개인들에 대한 대출을 늘릴 태세다.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최근 집값 급등 현상에 대해 “저금리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부동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환율, 주식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김 대표는 “지금 강남 재건축으로 향하는 수요는 그동안 시장을 관망하던 큰손들”이라면서 “이들의 통찰력은 기관투자가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시장 회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 아래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가격 변동성이 큰 물량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에 서광을 비추는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 구름 뒤 태양이 밝게 빛나는 모습) 효과가 뚜렷하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도 “연말 대비 송파, 강남구는 15%가량 값이 뛰었지만 하반기 전 물건을 선점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달라진 투자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적인 저점 매수 상품인 경매도 몰려드는 투자자들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경매는 특성상 일반 매매보다 10~20% 싸게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경기 침체로 경매로 내몰리는 물건이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경매 정보 제공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월 상반기 서울 경기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각각 81.6%, 79.6%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세대 매각가율은 올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송파구는 제2롯데월드 건축 호재에 힘입어 아파트 낙찰가율이 92.7%에 달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기대 심리에 편승한 측면이 많다는 의견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예금 등 안전 자산에 몰려 있던 자금들이 지나친 낙관론에 의지해 증시, 부동산 등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회의론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들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외신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시장을 잘못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손경지 하나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투자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전화가 많이 오고는 있으나 현금 보유액이 많지 않은 고객에게는 대부분 회의적으로 대답한다”고 밝혔다. 지규현 GS건설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지금 강남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수요들은 투자 손익을 정확하게 따져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지고 경기지표들의 우상향 변곡점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요즘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투자와 실수요를 명확하게 구분해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투자 목적이라면 향후 시장 변화를 면밀하게 봐가며 투자 시기를 저울질해야 한다. 반면 실수요자들에게는 하반기가 적당한 매수 타이밍으로 거론된다. 손 팀장은 변곡점인 지난 2006년 11월 이후 값이 30% 정도 빠졌다면 3분기 쯤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올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전 자산 위주로 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경매, 급매 등 저가 취득이 가능한 상품은 단연 ‘0순위’ 투자처다. 물론 막연한 기대 심리는 금물이다. 고액 자산가들이라면 50억~100억 원대 근린상가, 오피스 빌딩 등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최근 강남 지역에서는 원화 약세 틈을 타 저가에 우량 오피스 빌딩을 구입하려는 해외교포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투자의 걸림돌인 세금 규제, 금리, 경기 침체 중 2가지가 해결됐다는 것이 투자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991년 유럽, 일본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맞았을 때 되레 우리에겐 호기였다는 것을 다들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 힘든 상황인데다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불황을 빠르게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투자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금리, 재정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지만 지금은 반대이기 때문에 풀린 돈이 자산 가치 상승부터 촉발시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김 소장은 다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반짝 상승했다가 2001년까지 약세장을 기록했다”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약세장이 그때보다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 위기 전 시세의 90% 선에서 집값이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경기 침체로 이자 부담이 낮아진 것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소장 김선덕)는 최근 ‘소득과 담보대출 이자율 변화에 따른 균형 주택 가격의 변동’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급매물이 줄고 집이 팔리는 것은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낮기 때문”이라며 “최근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아파트 값 상승세는 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 수요의 선취매 영향도 있지만 저금리로 인해 주택 실수요가 늘어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12월에는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6.8~7.5%를 넘나들어 이자 부담으로 팔려는 사람이 늘고 집값도 하락했다”며 “올 들어 금리가 5% 초반으로 하락한 것이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5% 이하로 떨어지면 신규 주택 구매력이 늘어나 집값 거품이 더 커진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된 요지다. 보고서는 반대로 금리가 지난해 말처럼 7~8%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