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문 - 삼성증권
삼성증권 프라이빗 뱅크(PB) 영업팀장 35명은 요즘 사무실 대신 대학으로 매일 출근한다. 삼성증권이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과 함께 개설한 ‘글로벌 PB 고급과정’을 듣기 위해서다. 삼성증권은 올해 다섯 기수로 나눠 전국 지점의 PB 영업팀장 178명 전원에게 이 과정을 듣도록 할 예정이다.이들은 자산관리와 대안 투자, 기업금융, 영업 스킬, 프로젝트 수행 등에 대해 최고의 전문 강사들로부터 3주간 117시간에 걸쳐 집중 교육을 받게 된다. 핵심 영업 인력을 현장에서 빼내 이처럼 장기간 대학에서 집합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금융계 최고의 맨파워를 자랑하는 삼성증권이 이런 파격적인 방식을 택한 것은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고액 자산가들을 만족시키려면 PB 역량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영업 핵심 인력을 대거 장기 교육에 보낸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금융업 간 장벽이 없어지고 고객 수준이 크게 높아지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획기적인 역량 향상 없이 압도적인 차별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내년 ‘글로벌 PB 고급과정’ 교육을 전체 PB로 확대할 계획이다.삼성증권은 지난 2005년 업계 최초로 PB 서비스를 전 지점으로 확대하며 자산관리 영업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고객 기반과 자산관리 노하우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예탁 자산 1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 고객을 5만1000명 넘게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예탁 자산만 해도 32조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개인 고객 자산의 78.6%에 달하는 수치로, 삼성증권이 PB 영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예탁 자산 1억 원 이상인 고객은 거래 지점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Fn Honors Club’이라는 PB 서비스에 가입돼 전문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와 세무, 부동산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 혜택을 받게 된다. 몇몇 전문 점포 차원에서 서비스가 이뤄지는 타사와 달리 삼성증권은 본사 역량을 결집한 체계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PB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다. FH삼성타운, FH갤러리아 등 자산관리 핵심 상권에 있는 대형 허브 점포는 고액 자산가와 법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모 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자체 콘퍼런스를 개최한다.삼성증권은 올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본사 조직에서 담당한다. 메릴린치, UBS 등 해외 자산관리 전문 금융사는 100억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 금융사에서는 초고액 고객 서비스는 일반 지점이 아니라 본사 전문가 조직이 직접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리서치와 상품 개발, 투자은행(IB) 등 본사 각 조직의 역량을 최대한 집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삼성증권의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는 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본사 ‘투자컨설팅파트’를 주축으로 주식 펀드 채권 부동산 세무 등 각 분야에서 전문 역량과 컨설팅 경험을 갖춘 40여 명의 전문가 그룹이 유기적 협력을 통해 맞춤형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주식과 채권, 대안 상품 등 투자 관련 컨설팅은 물론 가업 승계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자문 등도 포함된다.삼성증권의 상품 개발 능력은 독보적이다.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식 외 자산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소매 채권 영업 강화를 통해 4조 원의 매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선보인 ‘삼성 SMA(Separately Managed Account)’도 삼성증권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상품은 주식, 채권, 대안 투자, 현금 등 주요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자산 배분과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형 PB 상품이다. SMA는 자산 현황과 투자 목표, 위험 허용도 등을 반영해 맞춤형 투자 전략을 수립해 하나의 계좌에서 여러 자산을 효율적으로 종합 관리해 준다.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시장 규모가 7000억 달러에 이르며, 특히 미국은 2001년 이후 연평균 2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PB 서비스는 투자 전략 제시에 문화·예술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덧붙인 개념인 반면 SMA는 실제 고객 자산의 운용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운용 서비스라는 차이가 있다.삼성증권은 철저한 사후 관리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PB 서비스의 핵심을 단순 판매에서 자산 배분과 사후 관리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철저한 사후 관리를 위해 담당 PB와 전문가 그룹이 함께 고객의 보유 상품을 모니터링하고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상품 추천이 아니라 세심하고 빈틈없는 자산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삼성증권의 대표적인 사후 관리 서비스로는 최우수 고객 전용 리포트인 에셋저널과 ‘One&Only’가 있으며, 고객별 맞춤형 스페셜 리포트인 월간 잔액 분석 보고서, 이슈 상품 리포트(월간), 개별 상품 A/S보고서(분기) 등이 있다. 또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테마를 중심으로 관심 있는 PB 고객을 초청해 소규모 세미나도 수시로 개최한다. 최근에는 토지 보상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전략, 증여, 부동산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삼성증권의 PB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홍콩 금융 전문지 ‘아시아머니’는 삼성증권을 3년 연속 국가별 ‘최우수 프라이빗 뱅크’ 한국 1위로 선정했다.삼성증권의 올해 화두는 ‘고객 중심 경영’이다. 전국 PB 영업팀장을 불러모아 ‘글로벌 PB 고급과정’을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PB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PB 부문을 총괄하는 안종업 영업전략실 전무는 “국내 대표 자산관리 금융회사로서 글로벌 금융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적절히 대응하는데 다소 미흡했던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갈수록 금융 환경이 복잡해지고 상품이 다양해져 실력 있는 PB를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객들이 상품 선택에 굉장히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펀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불완전 판매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실망한 고객들이 많다. 해법은 PB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삼성증권은 2006년부터 이미 상품별 난이도에 따라 일정 교육을 받은 사람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왔다.팀제 전환은 올해 가장 큰 변화다. 과거에는 PB 개인이 영업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팀 전체의 시너지를 높이는 쪽으로 간다. 이는 고객 중심 경영의 일환이다. 본사 조직도 상품이나 기능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 과거에는 고객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보다 자신이 서비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채권에 자신이 없다면 팀내 역량을 갖춘 PB와 협력하면 된다. 그게 바로 고객 중심의 사고다.고객 조사를 해보면 사후 관리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 대부분 고객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단계까지는 잘한다. 하지만 사후 관리가 잘 안 된다. 올해는 판매에서부터 철저한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의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려고 한다. 프로세스 중심의 자산관리 영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