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청와대가 뭇매를 맞고 있다.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혼선을 보이면서 “청와대는 뭣하고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노후 차량 교체 시 세(稅) 감면 방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가입,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최근 들어 ‘욕먹을’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발표된 후 바로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다.청와대의 고민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있다. 노후 차량 교체 시 세 감면 방안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전제 조건들이 붙어야 하는데 주무 장관이 너무 서둘러 방안을 발표한 게 문제였다. 이런 경우라면 정책 홍보에 관한 매뉴얼을 다듬고 장관을 좀 더 교육하면 된다.그러나 나머지 정책들은 경우가 다르다. 청와대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쉽게 말해 정책 조율을 잘한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PSI 가입 문제를 보자.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전후에 PSI 가입 시기를 세 차례나 연기했다. 왜 그럴까. 표면적인 이유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간 이견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하려다 실패한 PSI 가입 카드를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 카드의 하나로 쓰고 싶어 했다. 그래서 북 로켓 발사 후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통일부는 그러나 PSI 카드를 쓸 경우 개성공단 억류 직원 문제 등 다른 대북 현안이 꼬일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중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PSI 가입 시기는 4월 15일에서 19일로, 다시 21일 이후로 세 번 연기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월 22일 “PSI는 가입한다”면서도 “가입 시기에 대한 질문은 이제 그만 받겠다”고 말했다. PSI는 당분간 잊어 달라는 주문이다.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혼선의 본질적 원인을 청와대의 상황 판단 능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상황 판단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문제가 꼬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만 복잡하게 만들 PSI 카드를 뽑지 못하도록 청와대가 당초에 상황을 정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방안은 어떤가. 정부는 지난 3월 15일 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양도세 폭탄을 피하려고 지난 수년간 거래를 미뤄 왔던 다주택자들은 이 발표를 듣고 매물을 내놨고 이 중 상당수는 거래됐다.그러나 한나라당이 제동을 걸었다. 양도세를 줄여줄 경우 부동산 시장을 투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걱정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강부자 내각’ ‘부자 정당’ 소리를 듣는 판에 양도세 중과 폐지안까지 통과시킬 경우 4·29 보궐 선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어쨌거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은 여당의 반발로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런 정책 혼선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 발표를 믿고 주택을 처분한 다주택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제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청와대로서는 죽을 맛이다. 당정 협의까지 끝내 놓고 호기롭게 발표한 것인데 여당 내에서 딴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과 더 완벽하게 얘기를 끝냈어야 하지만 표(票)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행동까지 모두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표정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말을 위한 말’일 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은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뜻이지 뭘 어떻게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경제와 남북문제는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청와대가 이를 시원하게 풀어나갈 ‘마법의 지팡이’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