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구조조정 방안 확정

위기에 빠진 해운 업계를 구하기 위해 정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일부 업체의 부실이 해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퇴출 또는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동시에 살릴 기업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자금 지원은 물론 중·장기적인 지원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4월 2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확정한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발표됐다.한국의 해운 산업은 지난해 해외에서 367억 달러를 벌어 들여 정보통신(527억 달러), 조선(413억 달러), 철강(381억 달러), 석유제품(378억 달러)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또 2003년 420척이었던 한국 국적 선박이 작년에는 819척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세계 6위의 선박 보유국이 됐다.그렇지만 외형에 비해 실속을 따져보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자사 소유 선박으로 영업하는 게 아니라 용대선(배를 빌리는 것) 위주 영업이 지나치게 많고 이마저도 다단계 구조로 돼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불경기를 맞으면 해운 업계 전체를 위기로 내몬다.자금 조달이 용이한 호황기에 주로 선박을 확보하고 불황기에는 선박 금융이 위축되는 악순환 구조와 177개 해운 업체 중 90%가 중소기업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정부 방침에 따르면 공공부문과 민간, 채권 금융회사 공동으로 선박 펀드를 만들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체의 선박을 시가로 사 준다. 채권 금융회사가 60%(2조4000억 원), 구조조정기금이 30%(1조 원), 민간에서 10%(4000억 원)가량 투자하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선박의 평균 가격이 300억~400억 원 정도인 것을 고려해 100여 척을 사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대상은 신용 위험 평가에서 C나 D등급을 받고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퇴출되는 업체가 소유한 선박이 우선 매입 대상이다. 그러나 매입 가격이 장부가보다 낮은 시가여서 해운 업체들의 반응은 미지수다.60% 이상 공정이 진행된 선박의 경우에는 수출입은행의 제작금융과 선박금융 지원을 받게 된다. 올해에만 제작금융은 3조7000억 원, 선박금융은 1조 원가량 활용할 수 있다.이와 함께 주채권은행이 실시 중인 38개 대규모 업체(신용 공여 500억 원 이상 등)에 대한 신용 위험 평가를 4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나머지 170개 업체도 6월 말까지 평가를 마무리해 워크아웃 또는 퇴출 기업을 선정하기로 했다.현재 여신 규모 500억 원 이상인 38개사를 대상으로 한 평가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평가 결과는 공개되지 않지만 5~7개 업체는 퇴출이나 워크아웃 등급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용대선 비중이 높고 자사선 매출 비율은 낮은 업체들이 이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140여 개 업체에 대해서도 은행 자율적으로 6월 말까지 신용 위험 평가를 실시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되는 선박으로 투자되는 선박 펀드의 설립 요건을 완화해 한국 국적 선박이 해외에 헐값으로 매각되는 것을 막기로 했으며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선박 투자 회사에 지분 15% 이상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이와 함께 무등록 업체의 용대선 실태를 이달 말까지 조사해 부실 가능성이 있는 용대선은 조기 정리를 유도하고, 용대선 비중이 과도할 경우에는 톤세(해운 소득에 법인세 대신 보유 선박 톤수에 따라 일정액을 부과하는 제도) 혜택을 배제할 계획이다.선박 운용회사에 대한 지분 출자 제한(30%)도 폐지하고 올해 말에 시효가 끝나는 톤세, 국제 선박 등록제를 각각 2014년, 2012년 말까지 연장해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이 밖에 국적 선사의 해외 항만, 터미널 등 물류 거점 확보를 지원하고 외항 화물 운송 사업 등록 요건을 상향 조정하며 3년간 연간 30명씩 해운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나가기로 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