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한국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유튜브 코리아 이용자들의 동영상 및 리플 올리기를 막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아시다시피 유튜브는 전 세계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스스로 제작한 동영상을 올리게 하는 사이트로, 창립된 지 1년 8개월 만에 주식 교환 방식으로 무려 16억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가격으로 구글이 인수해 화제가 된 사이트다. 당시 구글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와 정보를 검색하는 사업을 통해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이 됐지만 자체 콘텐츠가 없어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튜브의 인수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견줄만한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한국에서 유튜브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23세 무명의 기타리스트 임정현이라는 젊은 청년이 연주한 ‘캐논 변주곡’이 유튜브에 올라 무려 5000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이후 뉴욕타임스가 그의 연주를 극찬한 사실이 국내에 보도되면서부터다. 현재 월 60억 개 이상의 동영상이 올려지고, 한국의 네티즌들 역시 유튜브에 다양한 장르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동영상 등을 올리면서 친숙한 사이트로 자리 잡아 왔다.그렇다면 여기서 쟁점이 되는 인터넷 실명제로 불리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내용은 무엇인가. 사실 이 제도는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듯이 ‘개똥녀 사건’ 등 인터넷상 사이버 폭력이 급등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네티즌들의 보호 장치 차원에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을 개정해 하루 평균 이용자 30만 명 이상의 포털 사이트나 20만 명 이상의 인터넷 언론 등에 접속해 글이나 콘텐츠를 올릴 경우 네티즌들은 실명으로 접속해야 하는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그 당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의 국민들이 이를 찬성했다. 그러다가 현 정부 들어 다시 이 제도를 강화해 하루 방문자가 10만 명 이상이면 실명제를 도입하도록 의무화했다.지난 4월 1일부터 적용된 이 제도로 유튜브 역시 실명제의 적용 대상이 됐는데, 구글은 이 제도의 도입을 거부했다. 필자는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구글이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익명성 보호를 위해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런 결정을 했다기보다 회사의 여러 가지 이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본다. 몇 해 전 구글은 중국 사업을 위해 중국 정부가 요구한 자체 검열을 받아들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해 온 일련의 정보기술(IT) 관련 정책들을 지켜보면서 우려했던 점이 현실화된 것은 짚어야겠다. 현 정부는 그동안 다른 분야는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유독 인터넷 영역만 글로벌 스탠더드와 정반대로 규제 강화를 계속해 이러한 덫에 걸렸다. 이용자 수의 기준을 30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강화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논의 과정 역시 충분하지 못했었다.그 결과 적용 대상 사이트가 10여 개 내외에서 150여 개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현 정부가 인터넷을 진흥하고 발전시키려고 하기보다 규제하고 억압하려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상의 허위 사실 유포나 명예 훼손을 막겠다는 의지만 보일 뿐 산업적으로 이를 발전시키려는 정책이나 의지는 없었던 것이다.외국 언론들의 잇따른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은 졸지에 IT 분야 및 인터넷 선진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 있는 후진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한 국가의 부정적 이미지는 한 번 규정되면 이를 만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 강화가 낳을 수 있는 폐단을 이제부터라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인터넷은 이미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영역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약력: 1964년 생. 1987년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95년 영국 러프러버대 언론학 박사.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책자문위원(2007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2007년~2008년). KBS 객원해설위원(2007~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