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명동점

사실 비빔밥은 사시사철 아무 때나 먹어도 좋다. 하지만 각종 나물이 한창 제 맛을 더하는 봄철에 맛보는 비빔밥은 그야말로 별미 그 자체다. 차진 밥 위에 푸짐하게 나물을 얹고 달콤한 참기름 한 방울과 함께 벌건 고추장 양념으로 쓱쓱 비벼먹는 그 맛은 환절기에 가출한 입맛까지 되돌아올 정도다.비빔밥 중에서도 전주비빔밥은 예로부터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장국밥)과 함께 조선 3대 음식으로 손꼽히던 것이다. 비빔밥은 서민에서부터 양반, 심지어 임금님까지 드신 가장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특히 임금님이 드셨던 비빔밥은 ‘골동반(骨董飯)’이라고 불렀다. 가장 전주비빔밥다운 전주비빔밥과 골동반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비빔밥 전문점 ‘고궁’이다.특히 1999년에 생긴 고궁 명동점은 일본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명동에 있는 까닭에 유난히 외국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 비빔밥과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1, 2층을 합쳐 총 100여 석 규모로 프라이빗 룸이 없어 호젓한 식사를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가게 곳곳에 놓인 고가구를 비롯한 각종 전통 소품에 벽면이며 파티션에 아로새겨진 전통 문양까지 한국적 정서가 가득 담긴 인테리어는 그런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이곳의 비빔밥은 여러모로 여느 비빔밥들과 차원이 다른 맛을 선사한다. 가장 맛있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따끈하게 데워진 방짜 그릇에 담겨져 나온 비빔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갈 정도로 윤기가 자르르 흘러넘친다. 십여 가지에 달하는 각종 나물들도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채소들로 만들어 낸 덕에 어느 하나 흠잡을 게 없다.그중에서도 콩나물과 황포묵 등은 매일매일 전주에서 가져다 쓰는 것으로 ‘전주십미(全州十味)’로 이름난 전주 콩나물의 연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비빔밥 전문점답게 전주전통비빔밥, 돌솥비빔밥, 알비빔밥 등 종류도 많다. 보다 더 특별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골동반 정식을 주문하면 된다.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른 비빔밥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현한 골동반 정식은 해물 신선로, 전주식 육회, 모둠전, 갈비 떡찜, 삼합, 북어구이 등 8~10가지 달하는 요리가 한꺼번에 나오는데 한상차림으로는 좀 과하다 싶은 양일지라도 그 섬세한 맛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말끔하게 비워진 그릇들을 발견하곤 한다. 특히 골동반 정식에는 모주가 함께 나오는데 막걸리에 생강 대추 계피 감초 흑설탕을 넣어 10시간을 달여 만든 해장술인 모주는 식전에 마시면 입맛을 돋우며 소화를 도와준다.골동반 정식의 요리들은 일품요리로 따로 즐길 수도 있다. 나른한 봄기운에 입맛을 잃어버린 이들이라면, 한국을 찾은 귀한 손님들에게 한국의 맛을 선보이고 싶은 이들이라면, 세계인을 매혹시킨 비빔밥의 진수를 맛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고궁’으로 가자.영업시간: 11:00~22:00메뉴: 골동반 정식 3만5000원 비빔밥 1만1000원위치: 4호선 명동역 10번 출구 세종호텔 뒤문의: (02)776-3211김성주·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