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7급 공무원’과 비슷한 영화로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주연의 ‘미스터&미세스 스미스’가 떠오른다. 남편에겐 총을, 아내에겐 칼을 쥐어주던 풍자정신이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둘러싼 은근한 통찰력까지는 아니라도, 남녀관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참신하게 그려보려는 야심은 제대로다. 로맨틱 코미디를 토대로 범죄 드라마며 첩보 코미디 등의 장르를 자연스럽게 버무린 솜씨도 눈길을 끈다. 한마디로 큰 펀치는 없어도 잔재미만큼은 쏠쏠한 영화다.수지(김하늘 분)와 재준(강지환 분)은 대학 시절부터 함께한 오랜 연인이다. 이들은 열렬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이별하고 마는데, 이게 다 수지의 고질적인 거짓말 때문이다. 물론 그녀에게도 그럴 만한 사정은 있다.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으로 남자 친구에게조차 신분을 얘기할 수 없는 신세였던 것. 어느덧 3년이 흐르고, ‘삼성맨’을 만나 결혼을 저울질하던 수지 앞에 다시 재준이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재회에 마음이 흔들리던 이들은 놀이공원이며 룸살롱 등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자꾸 마주치는데, 회계사라던 재준이 알고 보니 국가정보원 요원 신분으로 귀국한 때문이다. 러시아 공작원과 한국 과학자의 접선을 추적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스파이로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조직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한다.‘7급 공무원’은 많은 부분 배우들의 매력과 개인기에 기댄 영화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의 김하늘의 천연덕스러움은 여전하고, ‘경성 스캔들’ ‘쾌도 홍길동’에서 보여준 강지환의 뺀질거리는 어수룩함은 한심하지만 귀여운 면이 있다. 특히 강지환의 코믹 연기는 직속상관 원석 역의 류승룡과 함께 있을 때 제대로 빛을 발하는데, 대개의 박장대소가 그들의 콤비 플레이에서 터져 나온다.아쉬움이라면 오히려 액션에 있다고나 할까. 캐릭터들이 좌충우돌 맞부딪칠 때 생기를 발하던 영화가 하이라이트여야 할 마지막 액션 신에 도달하면 힘을 잃는다. 중반 이후 대규모 액션 신을 줄이고 캐릭터 간의 화학작용에 주력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검은집’으로 데뷔한 신태라 감독의 신작으로, 공포물이었던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다.감독: 신태라 / 주연: 김하늘, 강지환, 류승룡, 강신일 / 러닝타임: 112분 / 개봉: 4월 23일 / 등급: 12세 관람가기획 단계에서부터 3D로 준비해 ‘인트루3D’라는 3D 기술로 완성한 입체 애니메이션. 결혼식 당일 어마어마하게 몸집이 커져버린 ‘거대렐라’ 수잔 머피를 비롯해 미치광이 벌레 과학자 닥터 로치 박사, 물고기 인간 미싱 링크, 젤리 덩어리 밥, 초대형 벌레 인섹토사우루스 등 몬스터 5인방이 외계인을 퇴치한다는 내용으로, 고전 장르영화들을 거침없이 패러디했다. 한국어 더빙판에선 배우 한예슬이, 영어 버전에선 리즈 위더스푼이 수잔의 목소리를 연기했다.전쟁을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멜로드라마. 해군 함장 코르차크(콘스탄틴 카벤스키 분)는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만난 안나(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 분)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은 혁명의 기운에 휩싸이고, 코르차크는 군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안나의 곁을 떠난다. 그리움을 삭이며 편지를 써내려 가던 안나는 결국 간호병으로 전장에 뛰어든다. 러시아에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낸 블록버스터다.공효진과 신민아, 한국 영화계를 이끌 여배우 2인을 한꺼번에 만날 기회다. 명주(공효진 분)와 명은(신민아 분)은 자매라고 하기엔 성격과 외모는 물론 직업까지 극과 극이다. 명주는 어머니의 가게를 물려받아 제주도 고향집을 지키고 있지만, 명은은 대기업에 입사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두 여자는 오래전에 사라진 명은의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알지 못했던 가족의 비밀이 드러난다. 작년 부산영화제 상영작.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