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남자의 패션 아이템

뉴욕의 명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를 보면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나온다. 화가 나지 않아도 하루 종일 화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측정하는 실험인데, 실험이 진행될수록 실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체온이 상승하는 등 불쾌한 기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자기 스스로의 태도에 따라 자신의 기분을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반대로 환한 웃음, 활기찬 말투, 기분 좋은 옷차림 등 작은 변화가 기분 전환에 좋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기가 평소 좋아하는 옷을 입은 날은 왠지 하루 종일 자신감이 넘쳤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는 옷 입기라는 행위가 단순히 멋 내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기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는 올 봄여름 기분 좋은 옷차림을 책임져 줄 핫 아이템 몇 가지를 소개한다.봄철 옷차림에 가장 유용한 아이템은 단연 카디건(cardigan)이다. 우선 편안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며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믿음직스럽다. 캐주얼한 스타일은 물론이거니와 포멀한 스타일에도 잘 융화된다.이번 시즌 카디건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컬러다. 밝은 노란빛의 미모사 컬러는 올 시즌 키포인트 컬러이며, 흔히 쪽빛이라고 불리는 짙은 파랑이나 톤 다운된 레드 계열도 각광 받는 컬러다. 원색이 부담스럽다면 원색에서 살짝 물을 머금은 듯한 누드 컬러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스카이 블루, 샌드 베이지(sand beige), 엷은 그린 컬러 등은 봄 햇살과 어울려 상쾌한 이미지를 준다. 이러한 다채로운 컬러의 카디건은 이미 많은 남성복 브랜드에서 수용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대명사 ‘폴로’나 국내 내셔널 브랜드 ‘헤지스’ ‘빈폴’ 등에서는 클래식한 느낌이 가미된 다양한 컬러의 카디건을 접할 수 있고 ‘엠비오’ ‘인터메조’ ‘본’ 등 국내 남성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에서는 보다 모던한 느낌의 카디건을 고를 수 있으니 참고하자.윈드브레이커(windbreaker)는 활동성이 보장되는 실용적인 점퍼 아이템이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봄철에는 필수 아이템이다. 태생적으로 산을 오를 때 입는 스포티한 아이템인 윈드브레이커는 통풍성, 땀 흡수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매우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최근의 윈드브레이커들은 이러한 기능과 함께 패셔너블한 디자인을 가미해 일상생활 멋 내기 아이템으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윈드브레이커 특유의 활동성과 편안함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밀리터리 느낌이 가미된 제품을 추천한다.‘스톤 아일랜드’의 이번 시즌 윈드브레이커들은 포켓을 이용한 다양한 디테일과 구김 소재 또는 메탈릭한 소재로 이뤄진 제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샤이닝(Shining)한 느낌의 광택이 나는 소재를 주목할 만하다. 스포티함보다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을 선호한다면 미니멀한 디자인에 위트 있는 디테일이 가미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냐 스포츠’의 윈드브레이커는 정제된 디자인과 톤 다운된 컬러, 고급스러운 소재를 갖추고 있다. 특히 센스 넘치는 지퍼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띠어리’의 윈드브레이커는 다양한 소재에 과하지 않는 포켓 디테일과 기분 좋게 피트 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남자들에게 봄여름 잘 고른 스트라이프(stripe: 줄무늬) 셔츠 하나면 패션에서 해방될 수 있을 정도로 스트라이프 셔츠는 유용한 아이템이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트라이프 셔츠 한 벌은 별다른 스타일링 없이도 남성을 멋쟁이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단, 요란스러운 스트라이프 무늬는 반드시 피하도록 하자. 특히 이번 시즌 스트라이프 셔츠는 프레피룩(preppy look)이 서서히 힘을 잃고 그 자리에 미니멀리즘이 더해진 정갈한 느낌이 특징이기 때문에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 봄여름엔 샤프한 느낌의 핀 스트라이프 셔츠보다 파스텔 톤의 다양한 색상들이 조화롭게 배열된 멀티 스트라이프 셔츠가 좋다. 하의는 치노 팬츠(chino pants)를 매치하고 단추는 한두 개만 풀어 입는다. 엷은 노랑이나 블루 톤의 컬러를 선택한다면 차분하면서도 멋스러운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빳빳한 소재보다 부드러운 느낌의 소재가 좋다. 특히 유연한 리넨 소재는 휴양지를 거니는 듯 여유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론칭한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쇼나블’ 의 스트라이프 셔츠는 필자가 이번 시즌 가장 추천하는 아이템이다.최근 거리에서 백팩을 맨 남자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토드 백이나 메신저 백 등에 밀려 잠시 주춤했지만 여전히 백팩은 남성에게 가장 실용적인 백이기 때문이다. 최신 백팩 트렌드는 캐주얼하며 과감한 디자인이 그 특징인데, 2000년도 초반 배우 조인성이 어느 드라마에서 메고 나와 화제를 모았던 ‘발리’ 나 ‘프라다’ 등의 포멀한 럭셔리 백팩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 올 봄여름에 유행될 전망이다. 이제 백팩은 캐주얼 스타일을 더욱 패셔너블하게 완성해 주는 유용한 아이템이 됐고 그만큼 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백팩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브랜드는 ‘이스트 팩’이다. 한때 전국 대학생의 책가방이라고 불렸던 대중적인 이미지의 이스트 팩은 세계적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와 손잡고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브랜드와 디자이너 간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작업 중에서도 가장 손꼽힐 만한 상품으로 보인다. 라프 시몬스의 이스트 팩은 기존의 투박한 이스트 팩의 느낌에 광택 있는 패딩 소재나 메시(mesh: 망사) 소재를 사용하는 파격을 가미하는 등 흥미롭다. 벌써부터 유행을 앞서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디자인을 내세운 실용적이면서도 패셔너블한 백팩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스니커즈(sneakers)는 단조로운 스타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다채로운 컬러와 다양한 스타일의 스니커즈들이 많이 나왔다. 끈이나 버클이 없는 편하게 신는 신발을 뜻하는 슬립 온(slip-on) 스타일은 편안하고 자유분방한 이미지가 특징으로 특히 치노 팬츠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탐스’나 스웨덴 태생의 스니커즈 브랜드 ‘트레통’의 슬립 온은 그 자체로 여유로운 옷차림을 완성해 주는 아이템이다.최근 전통적인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빈티지 라인이 출시되고 있는데 나이키의 코르테즈, 아디다스의 ZX-700, 뉴발란스의 420 시리즈(6만9000원) 등이 그 대표적인 빈티지 스타일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1970~80년대 러닝화 스타일을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클래식한 디자인과 다양한 컬러를 가지고 있어 미니멀 스타일링에 화룡점정을 할 수 있는 강한 악센트 포인트 아이템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매 시즌마다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트렌드를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패션의 트렌드는 언제나 정치 사회 문화 등 세상 전반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받아 결과적으로 표현되는 일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아이템들은 올 봄여름 시즌 패션 트렌드를 대표하는 핫 아이템들인 만큼 반드시 당신의 경쟁력에 큰 힘이 될 것이다.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