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스타일리스트 안선미·푸드 스타일리스트 안영미 자매

그녀들의 스타일링에는 따뜻한 감성이 묻어 있다. 가뭄 끝에 내리는 촉촉한 단비처럼 일상에 지친 이들의 삭막해진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스함이 있다. 감각적인 리빙 인테리어 스타일링 및 푸드 스타일링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안선미 안영미 자매를 만나보자.안선미(왼쪽) 1968년생. 2006년 잡지 ‘에센’과 ‘리빙센스’로 잡지 화보를 시작한 이후 ‘레이디경향’ ‘메종’ 등 다양한 잡지에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또 ‘SBS 뉴스와 생활경제’ 고정 스타일리스트로 활약.안영미 1971년생. 요리 전문 잡지 ‘쿠켄’을 시작으로 언니와 함께 여러 방송과 매체에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스타일링 작업 외에도 부암동 스튜디오&카페 앤스나무, 용인 양지의 인테리어 스튜디오, 쇼핑몰(www.annsnamu.co.kr), 키즈쇼핑몰(www. pipilong.co.kr) 등을 운영.부암동에 있는 스튜디오&카페 ‘앤스나무(Ann’s Namu)’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달콤한 과자 향기와 은은한 커피 향기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그 달달한 향기와 함께 소박한 정취가 묻어나는 패브릭 제품들이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스타일링은 모두 안선미 안영미 자매의 솜씨다.“앤스나무라는 이름은 우리 회사 이름이기도 하고 동시에 카페 이름이기도 하죠. 우리 둘 다 ‘빨강머리 앤’을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 또 우리 자매의 성을 따서 앤스나무(Ann’s Namu)라는 이름을 지었어요.”(안선미 안영미)이들 두 사람의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빛을 발하는 카페 ‘앤스나무’는 처음부터 두 자매의 아이디어를 집대성해 만들었다. 콘셉트를 잡는 일부터 바닥 작업이며 벽, 천장 작업, 자연스럽고 소박한 느낌이 묻어나는 가구 디자인에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자매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소박하지만 따뜻한 스타일링을 추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매의 어머니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겼던 어머니는 바느질, 양재 솜씨는 물론 음식 솜씨까지 뛰어났던 분이었다.현재 그녀들은 가장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 중 한 팀이다. 하지만 TV며 여성 잡지, 각종 매체들에서 앞 다퉈 이들 자매의 스타일링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들 자매가 정식으로 스타일링을 시작한 건 겨우 3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처음부터 스타일링을 공부한 건 아니었어요. 저나 동생이나 평범한 가정주부였는걸요.”(안선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은 덕분에 손에선 늘 패브릭을 놓지 않았다. 커튼이나 침대 커버 등은 직접 만들곤 했다. 소소한 인테리어도 모두 직접 하곤 했다. 그런 그녀의 솜씨를 본 친구나 지인들이 집을 꾸미는 그녀의 감각적인 스타일링 솜씨를 빌려달라며 종종 도움을 청해 오곤 했다.“그렇게 입소문이 나다 보니 작은 패브릭 스타일 숍도 열게 됐고, 또 그러다가 잡지 화보까지 참여하게 되었죠.”(안선미) 정식 코스를 밟지 않은 그녀가 처음부터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게 된 건 아니다. 처음엔 그저 소품 협조에 불과했다. 하지만 ‘할 수 있다’ ‘하고 싶다’는 욕심에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기회를 찾아 나섰다.“화보에 참여한 잡지 담당자에게 리빙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해 보고 싶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아이템을 주면서 1주일 안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오라고 하더군요.”(안선미)주저할 것이 없었다.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감각을 살린 스타일링으로 한 권의 포토폴리오를 만들어 잡지사로 찾아갔다.“다행히 결과가 좋았죠. 작업을 거듭함에 따라 찾는 분들도 많아졌고, 다른 잡지며 TV에서도 스타일링을 할 기회가 점점 늘어났어요.”(안선미)일도 점점 늘게 되자 33㎡(옛 10평) 남짓한 패브릭 숍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졌다.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그녀의 일은 그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따로 ‘스튜디오 삐삐롱’을 차렸고 그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아 두 번째 작업실인 ‘앤스나무 스튜디오&카페’를 만들었다. “잡지 일을 하면서부터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필요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죠.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제 가까이에 최고의 솜씨를 지닌 인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함께 일하자고 청했죠.”(안선미)그녀의 감성과 가장 잘 맞는, 그녀와 가장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바로 그녀의 동생 안영미 씨였다. 사실 안영미 씨 역시 안선미 씨처럼 정식 코스를 밟은 스타일리스트는 아니다.“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하고 의상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긴 했지만 결혼 후에는 저도 평범한 주부로 살았어요. 남편과 아이들 밥 해 먹이고, 또 종손 며느리라서 1년에도 몇 번이나 제사상을 차리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죠.(웃음) 그런데 언니가 정식으로 푸드 스타일 공부를 해 보지 않겠냐고 제의해 온 거예요.”(안영미)언니는 그녀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 바쁘게 사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언니의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결국 정식으로 푸드 스타일 공부를 시작했고 이내 언니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며 설 수 있게 됐다.“언니가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하고 테이블 세팅을 하면 전 거기에 맞는 메뉴를 제안하는 방식이죠.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이제 겨우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랄까요? 하지만 일이 너무 즐거우니까, 또 언니와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안영미) 자신은 그저 언니의 인테리어 스타일링 중 일부일 뿐이라는 영미 씨지만 사실 영미 씨의 감각적인 푸드 스타일링 솜씨는 일찌감치 관계자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그저 보기에만 좋은 촬영용 화보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그 맛과 그 맛으로 인한 행복감까지 전해지는 그녀의 푸드 스타일링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안영미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특히 어머니의 손맛을 연상케 하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그녀만의 독창성이 살아있는 퓨전 한국 요리는 그녀의 주특기다.현재 안선미 안영미 자매는 부암동의 스튜디오&카페를 비롯해 용인 양지에서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각종 매체에서 리빙&푸드 스타일 제안을 하는 등 바쁘게 살고 있다.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고 키즈 인테리어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정말 제 언니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저 가녀린 몸에도 불구하고 가구도 번쩍번쩍 들고(웃음), 공사도 직접 하고요. 일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1주일 만에 도망칠 정도로 일이 힘들 거든요. 그런데도 지치지 않고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존경할 수밖에 없죠.”(안영미)“동생은 또 어떻고요. 제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함께 일을 하는 동료로서 정말 감탄할 때가 많아요. 일이 맡겨지면 하루 24시간을 넘어 25시간을 그 일에만 매달려 살죠. 그런 만큼 남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요.”(안선미)가정주부로, 또 스타일리스트로 바쁘게 살고 있는 만큼 그녀들의 일상은 늘 치열하다. 하지만 그 치열함 속에서도 그녀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우리의 길은 이제 막 시작한 걸요. 더 빨리 걷겠다고 조바심내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그러나 천천히 꿈을 향해 걸어가고 싶어요.”(안선미 안영미)그녀들의 꿈은 물론 최고의 스타일링 기업을 만드는 일이다. 그녀들만의 자연주의 스타일을 살린,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그 꿈을 위해 그녀들은 오늘도 천천히, 하지만 최선을 다해 꿈을 향해 걸어간다.김성주·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