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호 액티브글로벌스텐다드 대표



많은 기업이 갖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부실자산이나 불필요한 잉여자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하는가 하는 점이다. 유행이 지난 의류나 철이 바뀐 뒤 남은 계절상품, 관리비만 발생시키는 악성 외상 매출금, 그리고 환금성 없는 유가증권 등은 경영인들로선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급적 손쉽게 좋은 조건으로 처분할 수 없을까.





서울 서초동 서울고 옆에 액티브글로벌스텐다드(대표 고석호)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이런 부실자산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체다.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이라는 어려운 전문 용어를 쓰지만 핵심은 부실자산을 제값(부실 전 가격)에 인수해 준다는 것이다. 다만 대가로 요즘 유행하는 마일리지나 포인트 개념과 비슷한 ‘트레이드 크레디트(Trade Credit: TC)’를 준다.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잉여자산, 혹은 저수익 자산을 기업이 쓸 수 있는 서비스와 교환함으로써 이들 자산을 처분할 때 예상되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자산 가치를 회복시키는 경영 기법”이라고 고석호(42) 대표는 설명한다.





부실자산 인수 후 트레이드 크레디트 제공







예를 들어 A라는 의류 업체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는 봄철용으로 많은 여성 의류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를 제대로 팔지 못한 사이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 더 이상 팔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치자. 그렇다고 이 봄철 의류를 1년 동안 재고로 갖고 있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내년에 팔린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의류 업체는 재고 처분상에게 상품을 헐값(현재 가격)에 팔아야 하는데 액티브글로벌스텐다드에 매각할 경우 현재 가격의 약 3배에 해당하는 트레이드 크레디트를 받게 된다. 일반 재고 처분과 다른 점은 “현금 대신 크레디트로 대가를 제공한다는 점과 현재 시장 가치의 약 3배 수준으로 자산을 인수해 준다는 점”이라고 고 대표는 설명한다. 이 봄철 의류의 장부가격이 3만 원인데 철이 지난 만큼 실제 시장가치는 1만 원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하면 이를 장부가격 수준인 3만 원으로 평가해 이에 해당하는 크레디트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크레디트는 광고비나 판촉비 전산 투자비 등에 현금과 같이 쓸 수 있다”고 고 대표는 덧붙인다. 크레디트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광고 판촉 인쇄 각종 소모품 건설 부자재 및 각종 서비스 상품 이며 제품 공급 업체는 300여 개에 이른다.





다만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때 크레디트만으로 결제할 수는 없으며 항상 현금(또는 기업의 과거 지급 형태)과 섞어 결제해야 한다. 제품에 따라 일정 비율(예컨대 10~15%)만큼 쓸 수 있다. 나머지는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3만 원에 해당하는 크레디트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3만 원짜리 상품을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크레디트 10% 적용 제품의 경우 3000원만 크레디트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사의 구매 단가를 기준가격으로 삼아 동일한 조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크레디트를 쓴 금액만큼 기업은 현금 지출을 줄이고 대신 부실자산으로 대지급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또한 상품의 구매 단가와 조건이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이 제품의 구매를 거부할 수 있는 ‘구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고객사의 부담을 없앴다.





100여 업체 이용 … 유동성 확보 기대도







그러면 여기서 재고 자산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 이에 대해 고 대표는 “일반적으로는 장부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크레디트를 제공하지만 인수하는 자산의 가치가 어느 정도(크레디트 발행 금액의 35% 이상) 있어야 하며 만약 자산 가치가 전혀 없거나 현저히 떨어질 경우 다른 양질의 자산이나 현금성 자산을 섞어 인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찌 보면 대단히 복잡한 거래다. 그런데도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미 국내 회계법인 대기업 신문사 방송사 가구업체 제약업체 등 100여 개 업체가 이런 방식의 거래를 활용하고 있고 현재 30여 개사와도 교섭 중”이라고 고 대표는 밝힌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그는 “부실자산의 효과적인 처리가 기업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부실자산의 신속한 매각에 따른 여러 가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크레디트 사용액만큼의 현금 지출을 줄이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인다. 거래에 이용할 수 있는 부실자산은 재고자산 유가증권 투자자산 매출채권 유휴시설 부동산 등 처분하기 어렵거나 처분 시 매각 손실이 예상되는 자산이다.





고 대표는 1985년 서울 상문고를 졸업한 뒤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고 대표 가족은 캐나다 투자 이민자 중에서 아주 초창기 멤버인 셈이다. 약사였던 부친은 고 대표를 의사로 만들 생각으로 생물과 의학 공부 등을 권했지만 고 대표는 암기 위주의 생물 과목이 자신과 맞지 않아 경제학을 전공(1993년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졸업)했다. 이후 국내로 들어와 1994년 한국산업투자자문 글로벌 자산 관리팀에서 근무하며 건설업 분석과 국제 펀드 도입 등의 업무를 맡았으며 1996년 교보증권 국제금융팀으로 자리를 옮겨 다국적 펀드를 대상으로 증권 영업을 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1997년에는 국제 펀딩 전문 업체인 피델인터내셔날을 창업해 당시 종합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국제 펀딩 업무를 수행했다. 주로 국제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셈이다.





고 대표가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2000년 다국적 대형 바터 회사와 한국 내 합작법인(현재는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한국 기업으로 변신)을 출범시키면서부터다. 잠시 동안 바터 업계를 떠나 벤처기업 재무최고책임자(CFO)로 외유도 했지만 2007년 액티브글로벌스텐다드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에선 수십 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15년 이상 기업의 저수익 자산 처리뿐만 아니라 현금흐름 개선과 새로운 마케팅 기법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고 대표는 덧붙인다.





회계법인들, 자산 양도 세무 지원도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두 곳은 기업 간 바터 트레이드에 대한 안내 책자를 발간해 공동 마케팅 목적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은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은 회사가 보유한 저수익 자산(혹은 무수익 자산)을 바터 회사에 매각하고 그 장부가액에 해당하는 교환대가(트레이드 크레디트)을 발행받아 필요시 현금과 섞어 재화나 용역 결제에 쓰는 거래를 말한다”며 “기업 자산 현황을 분석해 처분 대상 자산 및 규모에 대해 조언해 준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처분 대상 자산의 평가를 수행하고 당사자 간 의견을 조율해 주며 양도 대상 자산의 세무 문제를 검토하는 등 저수익 자산의 효과적인 처리 방안 마련을 위한 자문 용역을 수행해 준다”고 덧붙인다.





회계법인이 이 거래를 권유하는 까닭은 △자산 가치 회복 △부실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립 △현금 유동성 확보 △간접 마케팅 효과 등을 들고 있다.





아울러 이 트레이드 크레디트를 활용해 광고와 판촉물 인쇄 여행 숙박 정보통신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운송 인테리어 소모품 건설 원부자재 등의 구매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새로운 경영 및 관리 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이 과연 기업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기업들은 조심스레 이를 실무에 적용하며 테스트하고 있다.




〈 회사 개요〉




창업: 2000년


본사: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임직원: 12명


주요 사업 내용: 기업 간 바터 트레이딩


거래처: 고객 100여 개사. 구매 네트워크 300여 개사





약력: 1967년생. 85년 상문고졸. 93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졸업. 94년 한국산업투자자문 근무. 96년 교보증권 국제금융팀 근무. 97년 피델인터내셔날 대표. 98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증권금융학 석사). 2004년 우성엔터프라이즈 상무. 2007년 액티브글로벌스텐다드 대표(현).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