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주유소

자영업을 하든 기업을 운영하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내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 시장에서 우리만 특별히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는 없다. 참다운 성장은 오직 고객을 늘리는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고객을 늘리는 것은 현재 이용하고 있는 고객의 이탈을 막거나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것뿐 다른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기업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다.하지만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리의 노력뿐만 아니라 경쟁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장사를 잘하는 식당이라고 할지라도 옆집에 더 좋은 식당이 생기면 망하는 것이며 ‘비타500’이 성공하면 ‘박카스’가 타격을 받는 것은 불변의 이치다. 아무리 충성도가 높은 단골손님이라고 할지라도 경쟁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이탈하기 때문이다.경쟁사의 전략에 따라 어떻게 고객이 움직이는지 특정 상권에 있는 주유소를 통해 관찰해 보자. 새로운 경쟁사가 생기기 전에 그 상권에는 길 양쪽으로 7개의 주유소가 경쟁하고 있었는데 비교적 안정된 시장에서 각 주유소는 제각기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근 대형 유통점에서 매장 근처에 셀프 주유소를 오픈하면서 이 상권에 큰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새로운 경쟁사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진출했을 때 기존 주유소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그것은 고객이 어떤 주유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소비자는 여러 주유소의 조건을 자세히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것이다.만약 셀프 주유소가 우리 주유소보다 리터당 30, 50, 100원 저렴하다면 어느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인가. 기존 주유소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셀프 주유소와의 가격 차이를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할 것인가. 셀프 주유소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인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주유소 사장은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먼저 셀프 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30원 정도 저렴하게 기름을 판매한다면 대략 시장점유율은 2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주유소는 매출의 26% 정도를 셀프 주유소에 빼앗긴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할인 폭이 30원이 아니라 50원으로 늘어난다면 시장점유율은 약 26%에서 33%로 늘어나게 되며 80원 정도 싸게 판다면 시장점유율은 46%, 100원 싸다면 52%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그 지역에 있는 주유소 매출의 절반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기존 주유소들의 대응은 어떠한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선물을 가득 쌓아 놓고 일사 불전의 태세로 판촉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러한 선물은 효과가 있는 것일까. 또 있다면 어떤 선물이 가장 효과가 좋은지 측정해 보았다. 테스트 해 본 선물(휴지, 라면, 생수, 캔커피) 중에서는 라면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높았는데, 기존 주유소가 주유 고객들에게 라면을 2개 제공한다면 셀프 주유소는 대략 26%에서 19%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주유 금액의 몇 %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준다는 서비스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는 사용 금액의 몇 %를 적립해 미래에 되돌려 준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리상으로 셀프 주유소와 반경 2km 이내의 주유소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주유소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차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객은 우리만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경쟁사보다 더 잘할 때, 고객은 충성심을 발휘해 사업을 돕지만 경쟁사가 더 잘한다면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독과점 사업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항상 주변 경쟁사의 변화를 감지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