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아이를 낳았으면 잘 키우는 것도 부모의 의무입니다. 그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이란 아이를 낳긴 했어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된 듯합니다.” 오는 8월부터 경제자유구역법이 특별법으로 격상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 지정된 6개 경제자유구역들(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은 말뿐이 아닌 진정한 ‘경제특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김문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김 청장을 만나 특별법의 내용을 들어보고 어려운 여건에도 높은 성과를 올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현황과 비전을 알아봤다.우리 청은 지난 2004년 개청 후부터 개발 사업과 외자 유치의 걸림돌이 되는 여러 규제를 찾아내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된 게 특별법입니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그간 우리 청이 제시한 것보다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먼저 실시계획 승인권이 지식경제부장관에서 각 시·도지사에게 위임됐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 내의 개발 사업이 각 구역청의 실정에 맞게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도로 용수 등 경제자유구역 기반 시설 설치 비용에 대한 국비 지원이 종전의 ‘일부’에서 ‘전부 또는 일부’로 개정돼 기반 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을 100% 받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됐습니다. 사실 지방 재정은 열악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규모가 는다는 사실은 지방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앞으로 보다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경제자유구역청 파견 기간을 최대 3년에서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해서 파견 공무원의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구역 내 개발 계획 미수립 지역에 대해 타 법률에 의한 개발 행위가 필요할 경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해 경제자유구역의 권한을 보장받게 됐습니다.사전 환경성 검토와 그린벨트로 발목이 잡혀 있던 두동 마천지구와 명지지구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했고 응동지구 개발을 위해 벌여왔던 국토해양부와의 오랜 줄다리기를 마무리 지었다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외자 유치를 위해 분야별 자체 해외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월마트 등의 글로벌 물류 업체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여 큰 관심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라면 아무래도 명지 국제 신도시와 응동 복합관광레저단지가 아닐까 합니다. 올해 착공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명지 국제 신도시 개발 사업은 총면적 447만㎡ 규모로 사업비 2조1215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입니다. 실질적인 경제 자유가 있으며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되는 진정한 의미의 국제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마찬가지로 올해 첫삽을 뜨는 응동 복합관광레저단지는 645만㎡ 규모로 개발됩니다. 이곳은 카지노, 골프장, 콘도, 해양 레저 시설을 갖춘 휴양 관광단지로 조성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도시로 키울 계획입니다.우리 청은 2020년까지 외국인 투자 유치 100억 달러를 목표로 지난 5년여간 경제자유구역의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왔습니다. 그 결과 4월 현재 총 46건 51억4000만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6개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큰 규모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또 사업이 완료된 신호산업단지와 부산과학산업단지에 251개나 되는 업체를 입주시키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습니다.물론 최근의 국제금융 위기로 인해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일이 매우 힘에 부치긴 합니다. 하지만 전 직원들이 똘똘 뭉쳐 한국의 새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 들어서도 지난 2월 미국 요트 생산 업체인 MMIS사와 총 5000만 달러 규모, 선박용 첨단 부품 생산 업체인 폴란드 토비모르사와 1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크게 조세와 임대료 감면 혜택이 있습니다. 먼저 3000만 달러 이상의 제조 기업과 200만 달러 이상의 고도 기술 산업 관련 연구·개발(R&D) 센터에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최초 소득이 발생한 해부터 5년간 100%, 그 다음 2년간 50%를 감면해 주고 있습니다. 또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는 사업 개시일부터 7년간 100%, 그 다음 3년간 50%를 깎아 주고 있습니다. 특히 1000만 달러 이상의 제조기업 등에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15년간 전액 감면해 줍니다. 임대료 역시 외투 기업에는 투자 금액에 따라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까지도 깎아 줍니다.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강점이라면 세계 최고의 물류·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입지에 자리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먼저 자유구역 내에 있는 17.16㎢ 규모의 신항은 2009년 12선석 규모에서 2015년까지 30선석으로 그 규모를 더욱 키워 연간 800만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1TEU=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20분 거리에 있는 김해국제공항은 세계 10개국 30개 노선을 잇고 있으며 앞으로 대륙횡단철도(TSR, TCR, TMR)와 연계될 예정으로 육·해·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이와 함께 인근 지역에 80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살고 있어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고, 이미 수많은 제조업 기업들이 단지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산업간의 가치사슬이 잘 갖춰져 있어 기업을 하는 데 최적의 투자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현재 아시아 중동지역의 투자 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철수를 계획하는 기업을 타깃으로 집중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R&D, 물류, 외국 의료기관 등 비제조업 기업은 물론 이미 국내에 투자 중인 외국인 투자자의 증액 투자를 유도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발표한 국가 신성장 동력 산업과 연계해 현재 추진 중인 남문지구 내 부품 소재 전용 공단에 일본의 부품 소재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특성화된 홍보 마케팅과 투자 유치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며 화전 두동 마천 지구의 외국인 투자 지역을 확대할 것입니다.또 추진 중인 명지지구와 응동지구의 개발 사업도 가시화하고 이 지역에 교육 의료기관 R&D센터 등을 적극 유치해 외국인들을 위한 환경도 개선할 방침입니다.2020년 완공되는 우리 구역이 꿈꾸는 모습은 수도권에 맞먹는 동남권의 경제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것입니다. 또 남부권 신공항 개항, 부산 신항의 확대, 남부권 및 대륙횡단 철도의 개통과 발맞춰 인구 30만의 세계 최고 물류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하는 것입니다.사실 이 같은 꿈을 이루고 진정한 경제자유구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지원 확대 및 규제 해소도 절실합니다. 일례로 두바이의 경우 무세금, 무제한 외환 거래, 무스폰서, 무노동쟁의 등 4무(無)와 다양한 물류 여건, 다양하고 편리한 지원 시스템 등 2다(多)를 갖춰 세계 물류의 전초기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1951년생. 79년 부산대 정외과 졸업. 81년 부산대 정치학과 석사. 93년 미국 조지타운대 대학원 수료. 2001년 중앙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79년 입법고등고시. 99년 국회재정경제위원회 전문위원·수석위원. 2006년 한국입법연구원 부원장. 2007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현).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대담=김상헌 취재편집부장 ksh1231@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