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펀드’ 올가이드
다가오는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들에게 무엇을 선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MP3나 게임기 등 자녀들이 받고 싶은 선물은 따로 있겠지만, 자녀들의 경제관 확립이나 향후 교육 자금 마련을 위해 어린이 펀드를 선물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더군다나 자녀에 대한 증여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펀드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린이 펀드에 가입할 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세금 문제는 어떤지 정확히 알고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린이 펀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투자 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어린이 펀드란 어린이가 가입하는 펀드라고 하기보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가입하는 펀드라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도움이 되는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자녀가 펀드에 가입하면서 투자와 경제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돈을 어떤 식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제로 투자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또한 운용사마다 어린이 펀드 가입 대상 고객에게 경제 교실이나 경제 캠프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경제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 또 다른 체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다. 바로 교육비다.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유치원생 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시점이 대략 10년이 걸린다고 보면, 10년 뒤 교육비 목돈을 한 번에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따라서 지금부터 차곡차곡 모은다면 분명히 훗날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펀드 외적인 측면에서 자녀와 부모 간 친밀감도 높일 수 있다. 부모가 정성스럽게 자녀의 통장을 관리해 주고 투자의 조언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돈뿐만 아니라 마음도 풍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그러나 이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운용사가 주최하는 경제 관련 행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어린이 펀드 가입 고객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혜택이 아닌 일종의 마케팅 행사가 될 수 있으므로 각 운용사마다 어떤 프로그램이 이뤄지는지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어린이 펀드도 펀드라는 점이다. 즉, 대부분 우량주로 구성된 일반 주식형 펀드와 운용상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펀드의 특성상 이익이 아닌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일찌감치 영국과 미국에서는 어린이 펀드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먼저 영국은 2002년 이후 출생한 어린이들은 만 10세가 되면 무조건 어린이 펀드(Child Trust Fund)에 가입하도록 법제화했다. 이 펀드는 어린이가 성년(18세)이 되기 전까지 환매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 기간은 18년으로 상당히 긴 장기 투자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가 직접 현금 보조를 한다는 사실이다. 출생 시와 만 7세 때 각각 250파운드(약 50만 원)를 지원하고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추가로 250파운드를 준다. 이는 자녀의 교육과 주택 마련을 돕고 동시에 출산까지 장려하는 목적으로 시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미국은 ‘교육비 저축계좌’나 ‘529 플랜’을 통해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 계좌에 있는 자금을 교육비 목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금액의 소득세를 감면해 준다. 물론 그 외의 목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페널티가 부과된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전무하다. 한때 어린이 펀드에 대한 비과세 논의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아직 실제로 실행된 정책은 없다. 출산 장려나 교육비 문제 차원뿐만 아니라 건전한 투자 문화 정착에 있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러한 어린이 펀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증여 부분을 제외하면 ‘모래사장 없는 해변가’와 같을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10년을 단위로 만 19세까지 1500만 원, 만 20세부터 3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즉, 열 살짜리 자녀에게 1500만 원을 증여했다면 스무 살 때 다시 3000만 원까지 증여가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증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펀드에 가입할 경우 증여에 대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펀드에 관한 증여세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1500만 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했다고 해서 무조건 15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1500만 원을 투자한 후 수익이 나서 3000만 원이 됐다고 하자. 처음부터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증여세가 면제되는 범위 안에 자녀 이름으로 가입한 펀드에서 자본 차익이 났으니까 아무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왜냐하면 세무서에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여세를 물지 않으려면 꼭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절차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신고서를 다운 받아 가족관계증명서와 펀드 통장 사본을 가지고 가서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의외로 간단하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신고가 불가능하고 세무서에 직접 방문해 신고하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둘째, 적립식으로 가입한 경우에는 어떨까. 10년 동안 1500만 원의 증여세 면제가 가능하므로 월로 나누면 매월 12만5000원씩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그럴 경우 10년 뒤 투자 원금은 1500만 원이므로 증여세가 면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세무서는 투자자가 적립식 펀드에서 매월 12만5000원씩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신고서를 받지 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립식으로 가입했다면 투자 원금과 수익의 합이 1500만 원이 되는 시점에서 일단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후 얻는 수익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셋째, 증여 신고를 하지 못했다면 교육비 영수증을 챙기면 절세에 도움이 된다. 10년 전에 어린이 펀드에 가입했거나 향후 10년 내에 어린이 펀드에 가입해 1500만 원을 넘어선 투자자들이 만약 증여 신고를 하지 못해 국세청에 적발되면 증여세는 물론 신고 불성실 가산세와 납부 불성실 가산세 등이 부과돼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럴 때 절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자녀의 고등학교, 대학교 학비 영수증을 챙기는 것이다. 교육비에 사용된 펀드 금액은 증여세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 펀드를 환매한 후 날짜의 학비 영수증도 인정된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한편 1억1500만 원까지는 증여세 신고 시 1500만 원을 제외한 1억 원은 증여세 최저 세율인 10%로 증여세 문제가 종결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 절세에 도움이 될 것이다.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투자의 습관을 익히게 한다. 소액이라도 어린이 펀드에 투자하면서 자녀에게 투자 및 경제 공부를 습득시키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들에게 펀드에 대한 투자 이외에 일정한 용돈을 주면서 돈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