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투자법

지난해 2월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기억하는가.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는 바로 후보자들의 자산 증식이다. 특히 자산 대부분이 분양권, 토지 매입, 고수익 임대 등 부동산으로만 이뤄져 있어 투기 의혹과 관련해 난타전이 벌어진다. 그만큼 부동산이 재테크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후보들 중 절반 가까이가 분양권 매입을 통해 시세 차익을 누리려고 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하다.물론 경기가 호황일 때는 일반 주택 매매보다 입주를 앞둔 분양권의 인기가 높았다. 청약 가점이 높지 않은 실수요자에게는 내 집 마련을 위한 기회가 됐고, 투자자에게는 저렴한 분양권을 구입해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 침체로 분양권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입주 예정 분양권은 연일 가격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지금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분양권 매물이 대거 나오고 있다.투기과열지구 해제, 전매 제한 완화 등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분양권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 및 신축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가 분양권 거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입주를 앞두거나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매수세가 있기는 하지만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부동산뱅크(www.neonet.co.kr)가 1분기 수도권 지역의 분양권 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 마이너스 2.13% △경기 마이너스 3.73% △인천 마이너스 0.08%로 내림세를 기록했다. 정부의 11·3 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분양권 거래가 재개됐지만 집값이 최대 30∼40% 하락해 오히려 분양권 매물이 적체됨에 따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월간 변동률은 3월 기준 서울이 0.53%로 오름세로 전환했지만 경기(마이너스 1.89%)와 인천(마이너스 0.06%)은 전달에 이어 낙폭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서초구가 1.35%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래미안 퍼스티지(주공2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경기도에서는 부천시 마이너스 1.87%, 고양시 마이너스 1.20% 등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고분양가로 기존 분양권 거래도 조용했지만 지난 2월 13일 발표된 미분양 양도세 감면 조치로 상황은 더욱 악화된 모습이다.미분양 물량이 16만여 가구에 이르는 가운데 80% 이상이 지방에 적체돼 있기 때문에 지방 분양권 시장은 연일 하락세로 냉기가 감돌고 있다. 양도세 감면 조치가 수도권까지 확대되면서 오히려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강남권은 서초구 중심으로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양도세 감면 등에 이어 강남 3구 투기 지역 해제 기대감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불안이 지속되고 투기 지역 해제가 미뤄지고 있어 상승 분위기는 주춤한 상황이다. 그 외 구로구, 성북구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수요자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웃돈이 붙은 가격으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용산구는 주상복합 단지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지만 현재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서초구 J공인관계자는 “3월 말까지 입주를 앞두고 있는 래미안 퍼스티지의 문의가 많아 1주일에 1∼2건 정도 거래 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웃돈이 붙어 문의만 있을 뿐 거래는 뜸하다. 중형은 웃돈 없이 분양가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고, 132㎡(40평형)대 이상만 선호하기 때문에 3.3㎡당 500만 원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구로구 G공인관계자는 “고척동 푸르지오 105㎡(32평형)의 분양가가 4억 원 정도 됐는데 현재는 5억∼5억2000만 원 정도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기존 영등포구치소의 이전으로 이 일대가 복합단지로 조성될 계획이기 때문에 투자 목적을 갖고 거래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간혹 급매로 나온 게 있으면 금방 빠진다”고 전했다.성북구 B공인관계자는 “기존 매매 시장이나 분양권 시장이나 똑같다. 66㎡(20평형)대의 분양가가 2억5000만 원이었는데 3억 원 수준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말했다.경기도는 지역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른 양상이다. 파주와 김포, 그리고 용인 지역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대거 출시됐지만 판교는 웃돈이 2억 원까지 붙었다. 전매 제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급매물이 서서히 소화되면서 분양권이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미분양에 대한 양도세 면제 조치가 시행되면서부터는 수요자들이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미분양으로 눈길을 돌린 탓에 분양권 가격이 5000만 원까지 하락한 단지도 등장했다.파주시 G공인관계자는 “분양권 규제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문의가 전혀 없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3000만∼4000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지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한라비발디 132㎡(48평형)대의 분양가가 4억9000만 원 정도였는데 상황에 따라 1000만 원까지 하락한 분양권이 있다”고 전했다.김포시 H공인관계자는 “양도세 혜택으로 인해 분양권은 팔리지도 않는다. 입주를 앞둔 단지들이 여전히 미분양인데, 누가 분양권을 사겠느냐. 분양권을 사서 시세 차익을 봐야 하는데, 기존 아파트들이 하락하고 있어 고분양가로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용인시 H공인관계자는 “싼 물건이 너무 많다. 힐스테이트, 성복자이에서 5000만 원까지 하락한 분양권이 있다. 3월 이전에는 문의도 많았지만 현재는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다. 경남2차는 군인공제라 분양가가 워낙 저렴해 찾는 수요자들이 많지만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판교동 Y공인관계자는 “지난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거래는 입지가 좋은 동판교 중심으로 많이 이뤄졌다. 125㎡(38평형)가 7억 원에서 9억5000만∼10억 원 수준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아무래도 투자 가치가 있으니 찾는 수요자들이 많은 게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연수구 S공인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지은 아파트는 입지도 좋아 문의는 꾸준하게 오는 편이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차이가 맞지 않아 거래가 잘 안 된다. 작년 초보다 5000만∼7000만 원 정도 올랐지만 현재는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오롱더프라우 단지는 3000만 원까지 하락한 분양권이 등장했다”고 말했다.분양권 시장은 경기의 패턴과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은 이미 외환위기 당시에 풀었던 것으로 지난 1999년 전매 제한이 전면 철폐된 이후 2001년도에 분양권 시장이 되살아났다. 그 이후 2003년에 투기과열지구가 도입되면서 분양권 전매가 제한됐다. 정책 효과는 적어도 1∼2년 시차를 거쳐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의 분양권 시장을 어둡게 볼 필요는 없다.다만 과거에 비해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분양권 시장 회복 시기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곳은 거래가 비교적 원활하기 때문에 지역적으로도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신경희·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팀장 skh56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