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종목 전망
국내 경기 전망은 물론이고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낙관론자들과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확연히 달라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기는 최악의 고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경기선행지수의 대표적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각국의 주가지수와 원자재 가격이 반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한국 경제의 향후 회복 속도와 강도는 다분히 글로벌 경제 상황과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낙관적으로 본다면 한국 경제는 올해 1~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출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소비와 설비 투자의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딜 게 분명하다. 특히 고용 부문은 가장 마지막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취업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괴리는 크게 나타날 것이다.이처럼 최근 국내외 경기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민간 소비는 올해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소비 주체인 가계의 소비 여력 부족 때문이다. 소비 변수에는 크게 가계의 수입과 지출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변수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먼저 가계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고용 상황, 임금과 자산 소득의 증감 등이다. 고용과 임금 측면에서는 각 기업들의 영업 실적 부진과 설비 투자 위축으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주식시장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 지속에 따른 부(-)의 자산 효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가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크게 소비자물가, 금리, 비소비지출의 비중, 소비 심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이처럼 경기의 변곡점에서의 소비재에 대한 투자 전략은 정칙보다 변칙과 발 빠른 대응이다. 경기지표 등 펀더멘털에만 얽매여서는 결코 소기의 투자수익률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빠르게 반영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현재의 주가 흐름을 보고 있으면 언제 경제 위기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유통 업체를 비롯한 경기 관련 소비재주들도 지난 3월 초를 기점으로 대부분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먼저 소재와 산업재 주가를 움직이게 하고, 그 뒤에 경기 소비재의 주가를 끌어올린다. 이에 따라 유통업에 대한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Overweight)를 유지하며 시장에 순응할 것’을 권해본다. 굳이 소비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점만을 눈여겨본다면 지금의 상승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발상 투자 전략이 필요한 것은 주식시장의 선행성 때문이다.실제로 지난 2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에 비해 0.5% 증가해 지난해 1월 이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에서 벗어나며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통계지표를 분석해 보면 과거 경기선행지수와 음식료, 섬유 및 유통업종지수 등 필수 소비재와 경기 소비재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대체로 궤적을 같이하며 움직여 왔으며 소비재의 업종지수는 경기선행지수의 전년 동월비에 비해 대체적으로 1~2개월 선행해 왔다. 이번에도 경기선행지수의 전년 동월비는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비해 소비재업종지수는 그동안의 낙폭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특히 경기 소비재 중 섬유의복(패션 업종)의 경우 변동성이 유통과 음식료 업종에 비해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의 학습 경험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즉, 소비경기 호·불황에 따라 주식 매력도가 크게 변동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 상황에서는 패션 업종의 밸류에이션(valuation) 매력이 가장 우수해 보인다.물론 소비재 시장 내에서도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업태별 차별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업태별 영업 동향을 살펴보면 당초 예상에 비해 백화점은 선방하고 있다. 반면 소비경기 침체의 직격탄은 대형 마트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소비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과거에는 경기 방어주라고 하면 주저 없이 대형 마트라고 했지만 지금은 선뜻 답하기가 어려워졌을 정도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취급 상품별로 따지면 생필품 위주의 대형 마트가 여전히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가처분소득 감소로 대형 마트의 객단가(customer transaction: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가 지난해 6월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선택적 소비재의 대명사인 백화점은 소비경기에 대단히 민감할 것 같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계층 간 소득 양극화 심화에 따른 부유층의 여전히 높은 소비 여력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 수요 감소에 따른 국내 명품 판매 확대 등은 백화점 매출 증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구조적인 소득 및 소비 양극화 심화는 결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하이엔드(High-end) 채널의 추가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일반적으로 기대감에 의해 상승한 주가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으로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양상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 왔다. 최근 빠르고 강력한 주가 반등으로 인해 소비재주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달 중순 이후 소비재 관련 기업들의 2009년 1분기 실적이 발표될 것이고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기업의 경우 일정 부분 주가의 하락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외 경기 회복에 대한 징후는 원자재 가격의 반등을 비롯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기대감에 의해 지나치게 상승한 종목은 비중을 줄여가는 동시에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해야 할 시점이다.현시점은 상승 여력이 가장 높은 종목들에 대한 매입보유(Buy & Hold) 전략을 펼칠 때다. 현대백화점 GS홈쇼핑 LG패션은 가장 훌륭한 투자 타깃이다. 현대백화점은 가계의 구매력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영업접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외환위기와 신용대란 이후 가계 채무 조정에 따른 냉혹한 소비 침체기에도 비교적 견고한 외형 성장을 이룩했다. 또 2010년부터는 공격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하며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어 주가 재평가의 기틀을 마련해 가고 있다. GS홈쇼핑은 경쟁사인 CJ홈쇼핑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상승한 게 매력이다.또 경기 침체에도 무형 상품들이 시장에서 선전해 1분기 영업 실적 역시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며 양호한 실적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밸류에이션 매력 또한 대단히 매력적이다. LG패션은 금년 수익 예상과 밸류에이션을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대단히 보수적으로 전망한 게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최근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주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1253억 원에서 올해 1416억 원으로 증가함에 따라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서 손색이 없다. 아울러 부족했던 여성복 부문이 크게 강화돼 이번 경제 위기 이후 변화될 패션 업계 내의 판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보인다.박종렬·HMC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jrpark@hmcib.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