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긴급 점검 - 중국

중국의 경기에 대한 평가는 ‘기대 이상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데로 모아진다. 지난 2월까지 자유낙하했던 각종 경기지표는 잇따라 호조세로 돌아서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안심의 한숨을 내쉬는 듯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분명 지표로 보면 좋아졌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수출도 3월엔 감소 폭이 크게 줄며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그래프가 고개를 쳐들었다. 작년 11월 마이너스 2.2%를 기록한 뒤 지난 2월 마이너스 25.7%까지 수직 낙하했지만 지난달엔 마이너스 17.1%로 호전됐다. 70개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4개월째 떨어진 마이너스 1.3%를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구매자관리지수(PMI)도 50을 넘어서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소비 시장에서 들리는 소리도 점점 밝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전한다. 휴대전화는 금융 위기 발생 전 수준으로 팔린다. LG전자는 오히려 매출이 증가 추세다. 부동산 매매도 활발하다. 자동차 시장은 활황세를 보여 지난달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적어도 바닥을 찍었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부동산 시장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지난 1분기 상핀팡(商品房: 일반 분양 아파트) 거래량은 118만7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3%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69억40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1% 늘어난 규모다. 특히 부동산 시장 폭락을 주도했던 선전시에선 상핀팡 거래량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무려 239.42%나 뛰었다. 물론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가격은 아직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거래된 상핀팡 평균 가격은 ㎡당 5849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5% 떨어졌다. 하지만 “거래가 늘면서 시장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다”는 말은 부인하기 어렵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500선을 돌파하며 올 들어 33%가량 뛰었다.원자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중국 세관의 지난 4월 10일 발표를 보면 3월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521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나 늘었다. 구리 수입량도 37만4957톤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6%나 늘었다. 항공사의 1~3월 국내 여행객 운송 규모도 지난해 동기에 비해 13~21% 증가했다.그러나 중국 정부는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추가 부양책 이야기도 나오고, 유동성 공급 확대란 정책 기조도 그대로 유지된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중앙은행) 총재는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최근 천명했다. 숫자로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말이다. 올 들어 3개월 동안 신규 대출은 4조5800억 위안에 달했다. 정부의 올해 신규 대출 확대 목표인 5조 위안에 벌써 근접한 수준이다. 광의의 통화인 총통화(M₂) 증가율은 25%로 역시 정부의 목표치인 17%를 크게 웃돌고 있다. 돈이 풀려도 너무 풀렸다는 말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게다가 각종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인데 통화 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이는 중국 정부가 현재의 상황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방심했다간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조만간 소비 진작책을 내놓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바닥을 찍은 경기가 ‘L자형’으로 길게 늘어진다면 산업 기반이 취약한 중국으로서는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기 부양의 고삐를 더 당기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정책을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사실 지표에는 여러 가지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농민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살 경우 소비자가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자뎬샤상(家電下鄕)이나 세금 면제 등은 소비를 대폭 늘릴 게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 계속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자뎬샤상만 해도 벌써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농민들의 소득 중 30%는 도시에 나가서 공장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친인척들이 송금해 오는 돈이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수출 감소로 인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소득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되는 자뎬샤상은 결국 소비를 늘리기 위한 일회용 처방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지난 3월의 무역 흑자가 186억 달러로 전월 48억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도 액면 그 자체로만 보기는 어렵다. 3월 수입 증가율이 마이너스 25.1%로 전월(마이너스 24.1%)보다 더 악화됐다. 무역 흑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었기 때문일 뿐이다. 수입 감소는 내부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4분기 10%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일본 노무라증권 홍콩법인 순밍춘연구원)”이라는 주장도 나오는가 하면 “낙관론을 말하긴 아직 이르다(중국사회과학원 장샤오징 박사)”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낙관론의 배경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와 이에 따른 지표의 호전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담’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모든 숫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생산성지수도 2월 3.8%에서 3월 8.3%로 상승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그러나 홍콩중문대학 레이먼스 소와이만 교수는 “낙관론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6개월은 더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하락 폭이 줄어들었지만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수출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실업자 문제가 심화되면서 소비 진작책이 큰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인민은행 역시 통화 완화의 지속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과 농민들에게 자금이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이라는 응급처치를 받고 몸이 좀 가벼워졌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병이 치유되지 못했다는 뜻이다.경기지표도 뜯어보면 낙관론만을 주장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장 박사는 “유동성이 한꺼번에 많이 풀렸지만 그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고 말했다.일부에선 통계 자체에 허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경제관찰보는 3월 은행의 신규 대금 1조8000억 위안 중 4000억 위안은 허구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2월 말 대출 잔액과 3월 셋째 주까지의 대출 잔액이 거의 비슷했는데 3월 마지막 한 주 동안 4000억 위안의 신규 대출이 이뤄졌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대출 확대 압력을 받고 있는 이들 은행이 허구 대출을 일으켜 실적 부풀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추가 부양책 실시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 시스템을 고치면서 돈을 쏟아 붓고, 세제 개편으로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담을 완화시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조주현·한국경제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