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긴급 점검 - 한국

3, 4월 유동성 장세는 전문가들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저점을 기록한 3월 2일 1018.81 이후 큰 조정 없이 4월 16일 1336.72까지 무려 31.2%나 상승했다. 4월 16일 장중에는 1371.28을 기록하며 1400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4월 15일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16조472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최근 국내 증시 상승의 주요 원인은 해외 유동성의 공급 확대가 첫손에 꼽힌다. 실물경기는 여전히 침체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확대로 풍부해진 해외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된 것이다. 과거 국내 증시에서 나타났던 유동성 장세의 대부분도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3월 17일부터 4월 16일까지 3조2740억 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외국인 순매수 총액(3조5094억 원)의 93.3%가 이 기간에 집중됐다. 코스피 지수 1300대, 환율 1300원대로 주가와 환율 모두 매력적인 상황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회복이 빠를 것으로 판단한 데다, 주가가 빠지더라도 주식을 팔아서 달러 매수로 환율을 올리면 환차익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머니게임’의 논리다. 외인들이 ‘작전’을 걸면 언제든 주가는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얘기다.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이 유동성 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생긴다. 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은 “증권사는 증시가 달아올라야 영업이 되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연구소는 지나간 것에 대해 동어반복을 할 뿐이고 증권사는 전망을 하기 때문에 선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연구소는 대개 보수적인 관점을, 증권사는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4월 16일 ‘한국 경제 조기 회복설 점검’ 리포트를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장세가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한국 경제의 회복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2009년 중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에서 최근 주택 시장 회복 조짐과 함께 재고 감소 및 ISM제조업지수(전미구매관리자협회인 NAPM이 매달 약 300명의 회원에게 제조업 동향에 대한 설문을 실시, 그 결과를 지수화한 것)가 상승하는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급락하던 국제 유가도 2월 19일 배럴당 40.1달러를 기록한 후 빠르게 오르고 있어 전반적으로 세계경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 주택 시장 재고 비율이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과거 평균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태이고 주택 가격이 여전히 하락 추세다. 또 일부 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실물경기는 여전히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자동차 업체 파산 등 대형 악재의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경기 회복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말, 금년 초 급격한 하락은 일단 멈춘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수출은 마이너스지만 전기 대비는 플러스다. 여러 지표들이 경기 저점의 약한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유동성 장세는 그간 겁을 먹었던 사람들이 빨리 저점이 오기를 바라는 기대를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명심할 것은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지속될 수 없는데, 실물경제 회복의 시그널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워낙 많은 돈을 풀어놓아 오히려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있고, 결국엔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그동안 푼 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강 교수는 “지금은 일종의 ‘기대 버블’로 정부가 돈을 푸니까 기대가 높아지고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대 버블은 실현되면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며 선순환하겠지만, 깨지면 W형으로 다시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현 상황을 정리했다.유동성과 관련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16일 “시중에 풀려 있는 (부동자금) 800조 원은 유동성 과잉”이라며 “유동성이 추가로 더 풀릴 경우 지표가 호전되면서, 만약 자금이 돌기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올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계하기도 했다.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경제 펀더멘털로 보면 코스피지수 1200~ 1300이 맞다. 1300 이상은 유동성 장세다. 지금 늘어난 유동성은 갈 곳이 따로 없다. 부동산은 시기상조이고 채권은 금리 매력이 떨어졌다. 또 경기 하강 속도가 둔화된다는 모멘텀 측면에서 봤을 때 경기가 더 나빠지면 정부가 재정을 더 풀 것이기 때문에 더 나빠질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그는 “2~3분기 단기 머니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펀더멘털 윗선에서 강세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 “다만 이번 상승은 진통제(유동성)를 맞고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조정이 올 것이다. 각국의 재정 적자가 너무 많아 내년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럴 경우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금리와 물가가 오를 것이다. 이를 되돌리려면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 내년 전망은 4분기에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최근 가장 긍정론적인 리포트를 내고 있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유동성 장세에 조정이 있더라도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1997년 6월 2일~1998년 6월 16일)과 정보기술(IT) 버블 붕괴(2000년 1월 4일~2000년 12월 26일) 당시 코스피는 각각 마이너스 63%, 마이너스 53% 하락했다. 두 구간 모두 급락 이후 4개월∼9개월 정도의 박스권 장세를 보였는데, 최근 금융 위기를 보면 2007년 10월 11일 이후 2008년 10월 24일까지의 코스피가 마이너스 54% 하락한 뒤 4개월간 박스권 흐름을 보이는 것이 비슷하다. 과거 평균치를 현재에 적용해 보면 조정 받을 수 있는 기간은 6~8일 정도, 하락률은 마이너스 7~마이너스 5%로 1240~1270이 조정선”이라고 전망했다.이어 “4월 13일 골드만삭스의 1분기 실적 발표와 주요 금융회사의 순이익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금융 위기로 인해 위축됐던 위험 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에 있어서도 미국 시중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주택 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얘기했다.반면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단기적 과열 징후가 보인다. 주식시장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경기가 살아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대가 지표를 앞서나간 만큼 4~5월에 조정 국면이 올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지금은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로 통화 유동성이 늘었는데, 부동산, 채권,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갈 곳 잃은 돈이 증시로 들어와 유동성 장세를 형성하면서 단기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는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른바 ‘기대 버블’이기 때문에 펀더멘털이 살아나지 않으면 또다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유동성 장세의 모멘텀과 실물경제 회복 중 어느 부분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상승세가 조정 받는 시기도 4~5월, 2분기 이후, 연말 등 다양하게 도출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급격한 추락은 없을 것이라는 데는 입을 모으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