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일본 현지 리포트

실망이 크면 기대도 큰 법이다. 온갖 악재의 터널을 뚫고 온 금융시장은 지금 미국발 훈풍 소식에 투자 심리가 솔솔 되살아나고 있다. 주식시장은 실제 가치보다 기대 가치가 더 큰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이것이 종종 버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애널리스트들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기대감으로 ‘펀더멘털’보다 주가가 ‘오버슈팅’하려는 ‘모멘텀’이 생긴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이 깨어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물경기 회복이 이어지지 않으면 버블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모멘텀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경기 회복 단계까지 이어지느냐다.일단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의 실적 회복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4월 13일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인 골드만삭스는 1분기 실적이 18억 달러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4월 9일 미국 2위 은행(Comercial Bank)인 웰스파고는 1분기 순이익이 약 30억 달러(주당 55센트)로 추산된다고 전했다.4월 16일 JP모건체이스는 1분기 순익이 21억4000만 달러(주당 40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3억7000만 달러(주당 68센트)와 비교하면 10% 감소한 것이지만 블룸버그가 집계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주당 순익 32센트는 웃도는 수준이다.금융회사들이 그동안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면서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해 왔던 만큼, 이들의 상황이 개선되면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신용 경색 완화와 대출 확대 등 경제 전반으로 ‘훈풍’이 확산될 수 있다. 곧 있을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실적 발표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투자은행은 투자 손실을 전 분기에 털어버리면(손실을 한꺼번에 장부에 반영하면) 다음 분기는 흑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와 밀접한 씨티그룹과 BOA의 실적을 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긍정적인 지표들도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4월 16일 발표된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5만3000건이나 감소한 61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인 66만 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경기 침체 완화 기대감을 높여줬다.이재만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국 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가 발표하는 경기 침체(Recession) 종료기에 비해 평균 4주 정도 선행한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경기 침체 종료 4주 전에 고점을 형성하는데, 지난 3월 27일 고점(198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67만4000명을 기록) 이후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금융 위기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는 미국 주택 판매가 조금씩 늘어나고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것도 이번 훈풍에 기여하고 있다. 전월 대비 2월 주택 판매 증가율은 신규 주택의 경우 4.7%, 기존 주택은 5.6% 증가했다. 주택 판매량 대비 재고 비율은 2009년 1월 12.9개월에서 2월에는 12.2개월로 축소됐다.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5% 미만으로 1972년 1월 이후 최저치다.그러나 아직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고 보기에는 우려할 만한 점이 많다는 반론도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주택 재고 비율이 하락했으나 과거 평균에 비해 여전히 높다. 1998~2005년 사이 신규 주택 재고는 4.1개월로 지금의 12.2개월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주택 가격은 여전히 하락 추세로 2월 신규 주택 중간가격은 전월 대비 2.9% 하락했다. 2월 중 미국 신규 주택 착공은 22.2%, 건설 허가는 3.0% 증가했지만, 3월 주택 착공 건수는 10.8%, 건설 허가는 9%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4월 16일 미국에서는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기업도 연이어 등장해 만만치 않은 악재로 부각되기도 했다. 미국의 2위 쇼핑몰 회사인 제너럴그로스프로퍼티즈가 최근 27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 보호(챕터11)를 신청했고, 세계 최대 신문 용지 업체인 아비티비보워터(연산 540만 톤)도 이날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최근 금융권의 실적 호전은 시가 평가 완화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금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실업 증가와 가계 수입 감소 등으로 신용카드 등의 연체가 계속 늘고 주택 시장도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앞으로도 금융권의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중국도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식으로 경기 부양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 ‘5월 위기설’로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4월을 보내고 있다.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 경제 여건.오버슈팅(overshooting): 경제에 어떤 충격이 가해졌을 때 상품·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폭락해 장기 균형 가격에서 벗어나는 것.모멘텀(momentum): 물체가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동하려는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