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양론 인터뷰
행복도시(세종시)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쪽은 행복도시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고 수도권 과밀 해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반대자들은 행복도시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행정 효율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이 같은 대립은 특히 정치권에서 더욱 격렬하게 나타난다. 대정부 질문을 통해 “행복도시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한 반대론을 편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과 반대론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 한승수 총리에게 “제정신인가”라고 일갈하며 정권 퇴진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사무총장)은 당내 국가균형발전 및 행복도시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이걸 변질시키면 정말 나쁜 정부”라고 일갈했다. 4월 8일 국회 대정부 질문 때 한승수 국무총리를 향해 “총리는 지금 제정신입니까”라고 핏대를 세울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대통령은 취임때 국법질수를 준수하겠다고 선서를 했다. 행복도시 건설 계획은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다. 멋대로 계획을 변경한다면 나쁜 정부 아닐까?”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행복도시를 반대하면서 ‘탱크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선 당시 ‘그때는 표를 얻기 위해서 한 얘기다. 행복도시는 계획대로 갈 것이다. 이명박 표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렇게 해서 충청권에서 1위로 당선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말을 바꾼다니, 충청도 사람들을 ‘핫바지’로 보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다.”“갑자기 행복도시 문제가 불거진 이유가 뭡니까”라고 물었다. “사실 이 문제는 오래된 문제다. 참여정부 시절 12부4처2청49개 기관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9부2처2청38개 기관으로 축소하지 않았나. 이렇게 됐으니 법안을 새로운 정부 부처명으로 수정해야 하지 않나. 이 변경 고시를 아무 이유 없이 아직까지 미루고 있다.”특히 그는 정부가 변경고시 변경에 미온적인 것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1년 넘게 요구하고 있는데, 안 들어준다. 행정안전부 장관도 만나고 총리도 만나고, 대정부 질문 등 수많은 기회를 통해 정부의 의지를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대답을 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엉뚱한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한다.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도시를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산, 분당, 동탄 등의 신도시를 봐라. 그 도시들 생길 때 자족 기능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가. 정부가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행정 부처 이전은 변경할 계획이 전혀 없다. 다만 계획 인구 달성을 위해 자족 기능을 보완하겠다’고 말하면 되는데, 행정 부처 이전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아무리 자족 기능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 줘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또한 박 의원은 충청도 민심과 관련, “대단히 좋지 않다. 정말 폭발 직전이다. 지금 집회를 열면 수천 명이 나온다. 수백 년 뼈를 묻은 조상 묘를 파내고 고향을 떠났는데, 이제 와서 또 엎어버린다면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당연히 민주당과의 공조가 이뤄지고 있을 것 같다. 그는 “이미 3월 18일에 민주당과 행복도시의 지위는 중앙정부 직할의 특별자치시로 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특별법을 4월 임시국회 내에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4월 10일에는 충청권 출신 자유선진당 및 민주당 의원들의 긴급 연석회의를 개최해 이 법안을 모든 법안에 앞서 처리하기로 의견일치를 봤다.”인터뷰 내내 목소리가 높아지던 박 총장은 “한나라당이 행복도시 건설 법안을 폐기하려고 유도한다면 굉장히 불안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행복도시는 현재 계획되고 있는 행정도시로서의 자족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차 의원은 근거로 3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도시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30만 명, 충청권에서 10만 명, 기타 지역에서 10만 명이 유입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 인구가 현재 2500만 명이다. 2030년까지 30만 명이 줄어든다고 해도 과연 과밀화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는 건가.”차 의원은 국토 균형 발전 역시 “별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차 의원은 “현재 수도권에서 세종시까지 수원 용인 오산 평택 천안 아산 등 주요 도시들이 포도송이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며 “결국 행복도시가 건설되면 국토 균형 발전보다는 수도권이 더욱 늘어지는 ‘연담화’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에는 무슨 혜택이 있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차 의원은 “행복도시는 국가 경쟁력도 떨어뜨릴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행정부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입법부와 청와대를 떨어뜨려 행정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복도시가 자리 잡으면 장관 한 명이 보통 주 3회, 1년에 144번 정도 서울로 출장을 와야 한다. 이때 수행하는 실무자들이 보통 5명 정도다. 이들이 한 번 이동할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1년간 교통비와 식비로만 4800만 원이나 된다. 19개 전 부처와 수시로 업무 협조하는 실·국장, 서기관 사무관 등까지 따지면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다.”차 의원은 “행복도시 건설을 ‘무효화’하자는 게 아니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이미 4조9000억 원이라는 돈을 투입해 토지를 사들이고 기반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어떤 형태의 새 도시를 만들든 당연히 투자돼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했다. 이제 청사 건축과 같은 건물이 들어설 텐데 “앞으로는 ‘매몰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이 기회다. 청사 건축이 2% 정도 진행됐는데 아직 터를 닦는 수준이다. 바로 지금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인 동시에 마지막 기회다.”차 의원은 “행복도시를 살리는 길은 지금과 같은 행정중심도시가 아닌 기업도시 에코도시 교육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코도시 같은 경우 전 세계가 저탄소 녹생 성장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이를 위한 모델 도시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 시티’의 예를 들면서 “행복도시 주변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연구단지가 있고 토지가 이미 마련돼 있으며 기반 시설이 준비 중인 이 상황에서 조금만 연구한다면 미래 신성장 동력을 가진 도시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인터뷰 말미에 그는 “사실 행복도시 때문에 많은 자료 조사를 했다”며 “사실 행복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어떤 학자들도 이에 대해 객관적인 연구나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