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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지금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장 먼저 시작한 데가 미국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에 이어 공적자금 지원이 논의된 곳이 바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였다. 수없는 논란과 시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개입 방침을 정했다. 오바마 정부가 자국 차 업계의 자구 노력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와중에서도 최근 미제 차 1만7600대를 관용으로 구입하기로 한 것도 자동차 산업이었기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자동차는 가히 국가적 산업이다. 비록 경쟁력은 뚝뚝 떨어져 왔지만 오랫동안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분야이기도 하다.차 업계의 비중은 한국에서도 크다. 기대도 큰 산업이다. 자동차의 수출 비율을 보거나, 업계의 직간접 종사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가 있다. 정부가 차 업계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다. 이미 쌍용차가 대폭 감원 방침을 발표했고 GM대우라든가 다른 메이커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려움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우리 정부가 낡은 차를 바꿀 때 세금을 감면하는 등 다각도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자동차 산업 활성화 방안’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 대책을 내놓기까지 발표 현장에서, 그리고 발표 이후 후속 조치라고 내놓기까지 허둥지둥한 정부의 정책 실력은 정말로 가관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고 정교하지도 못했다.지원 내용은 자동차 내수 판매를 활성화하고 부품 산업의 경영 안정을 유도하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2000년 전에 등록된 노후 차량을 새 차로 교체할 경우 취득·등록세가 최대 250만 원까지 감면되니 차 구입에 관심 있던 소비자라면 구미가 당길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침체에 빠진 자동차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내수도 확충해 보자는 것임이 분명하다.위기 상황이다 보니 언론이나 국회가 정색을 하고 문제 제기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왜 차 업계만 지원하느냐, 특혜 아니냐, 과도한 것 아니냐, 우리 업계도 그만큼 지원해 달라는 요구나 시비가 있을까봐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올 연말까지 한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외국도 지원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그렇다. 미국이 빅3에만 대략 224억 달러 규모의 직접금융을 지원하고 영국이 9년 이상 노후 차량 교체 시 2000파운드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유럽도 중고차 교체에 따른 인센티브와 함께 친환경차 연구·개발비는 저리 융자 지원을 하기로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업계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껄끄러운 과제다. 어려운 산업이 한두 군데인가. 그래서 이번 정부 발표에 정부가 그동안 내세워 온 저탄소 녹색 성장 정책의 일환이라는 내용을 끼워 넣었다.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비 지원이 들어간 것은 정책을 만드는 기술이랄까, 요령이다. 차 업계 지원에 대한 일종의 합리화로 평가된다. 이로써 충분할까. 그간 자동차 노조의 강경 노동운동을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국민 입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에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세금이 감면되고 차 값도 내린다면 더 많은 차가 팔려 세금은 더 걷힐 수 있지만 이번 조치로 직접 세수 감소분이 1200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은 아무래도 정부 부담이다.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선불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차 업계에서 본다면 ‘후불제’가 될까. 정부가 먼저 지원책을 내놨으니 차 업계 노사도 그에 상응하는 자구 노력과 구조조정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논리에서 그렇다.공은 이제 자동차 업계로 넘어간 셈이다. 완성차 업계와 관련 협력업체는 활성화 대책이 나온 것이 비상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점부터 잘 인식해 경영 혁신과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저탄소·고연비 차량 개발에 주력하면서 저비용·고생산성 체제로 하루빨리 나아가야만 한다. 세계 차 업계의 판도 변화의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강노 높은 자구 노력이 이번 대책에 병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노사가 함께 나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지지 못한다면 지원 정책은 중도에 정지될 가능성도 있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