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의 블루칩은 단연 ‘원자력’ 테마주다. 원전 플랜트 관련 기업에서부터 기자재, 설계 등 대부분의 원자력 관련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녹색 성장을 국정 비전으로 내건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대폭 증설할 것이라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해외 신규 원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개국에서 300여 기(基)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신규 건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통 원전 1기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약 3조 원에 달하니 시장 규모로 환산하면 약 700조~1000조 원이 되는 천문학적인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셈이다.게다가 현재 원전 설비 용량 기준으로 전 세계 6위 원자력 대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970년대 이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원전 기술 국산화’ 정책으로 현재 원전 각 부문에서 기술 자립을 거의 이룬 상태다. 특히 원전 종합 설계 기술, 원자로·핵연료 제작 기술, 원전 건설·운전 기술 등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적인 원전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이러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최근 원전 플랜트 해외 수출 1호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요르단 터키 중국 등 핵심 원전 수출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해 영국 에너지기술 기업 에이멕(AMEC)과 합작법인도 세우기로 했다. 또 인구 10만 명 규모의 도시에 물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의 개발과 수출을 앞당기기 위해 관련 예산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발 빠른 정책 추진은 전 세계적인 넓은 시장 규모와 우리의 선진 기술력이 결합된 원자력산업이 우리나라의 현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원전산업 중에서도 특히 원전 설계와 플랜트 엔지니어링 시스템 구축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 종합 설계와 주기기 설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술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 설계 경험도 갖고 있다.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에는 세계적 원자력 에너지 전문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사로부터 개량형 원자로인 AP1000의 종합 설계 용역을 2000만 달러에 수주해 원자력 선진국인 미국에 원자력 설계 기술을 역수출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또 우리나라는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설계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 링아오원전 등에 기술 용역을 제공하는 등 원전 기술의 해외 수출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의 교훈처럼 지난 50년간 원자력 발전소도, 기술도, 전문가도 없었던 우리나라는 ‘원전 기술 국산화’라는 한 가지 목표 아래 모두가 합심해 세계 6위 원자력 대국이라는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이제 다가올 100년, 우리는 이제까지 이룩한 성공을 바탕으로 원자력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우선 원전의 첫 해외 수출 달성을 위해 원전 수출 대상국에 대한 각종 경제·외교적 지원과 교류를 확대하고 기술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원자력 전문 기술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 및 재교육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과 이행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분야다. 아울러 원자력의 지속 가능성 확대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주기기술 개발 등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한국전력기술 사장약력: 1945년생. 70년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69년 한국전력공사 입사. 98년 월성원자력발전소 소장. 2002년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2006년 석원산업 대표이사. 2008년 한국전력기술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