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개정

춘천 MBC에 근무하던 K 씨는 최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년 전 A 아웃소싱 업체 소속으로 업무용차 운전사로 채용됐지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파견 사원은 2년을 넘게 근무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계속 근무를 원했던 K 씨는 춘천 MBC와 본인, 그리고 A 아웃소싱 업체 모두 계속 근무를 원하는데도 법 때문에 근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며칠 전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K 사장은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년 동안 근무하고 회사에 적응해 업무에 숙달될만 하면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정 그렇다면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고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는 정규직을 사용할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이윤이 줄어 기업의 존립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격렬한 노조 활동과 해고 제한에 관한 근로기준법 31조 등의 정규직에 대한 강력한 보호로 정규직 사용 비용이 매우 높은 것이 지금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이다.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법이다. 비정규직이라도 고용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2년의 계약이 만료됐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계속 고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경우 계약을 연장해 2년 이상 계속 고용할 것이다. 이것은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된다. 그런데 근로자가 비정규직의 고용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기업이 이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면 근로자는 실직 상태에 빠지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면 기업에도 손해다.이러한 이유로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제정 당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반대했고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조차 원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의 노동 유연성은 전 세계 181개국 중 152위로 단연 꼴찌 그룹에 속해 있다. 싱가포르는 1위, 일본은 17위, 홍콩은 20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마저 111위로 우리보다 높다.모든 경제 행위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항상 상대가 있다. 쌍방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자연스러운 경제행위와 사회적 조화가 이뤄진다. 이를 무시하고 제삼자가 어느 한편의 일방적 이익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쌍방 모두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한다.이러한 실례는 인류 역사에 무수히 많이 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주택 임대료를 통제했던 미국과 영국 등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으며 가난한 가계의 생활비를 줄여주기 위해 식료품 가격을 통제했던 이탈리아 인도 프랑스 러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굶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심지어 굶어 죽는 사람들도 생겼다.지금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계약 기간이 끝나는 오는 7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2년 후 2011년 7월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비정규직보호법은 그야말로 잘못된 법이다. 그리고 그것을 제정한 것은 국회의 커다란 실수다. 잘못된 법은 즉시 바로잡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국회는 실수를 인정하고 비정규직보호법을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할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질질 끌면 끌수록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정부 입법을 거쳐 국회로 간 기간제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모두 고용 기간 2년을 4년으로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것도 가능성이 희박하고 보면 비정규직법 제정 2년이 되는 7월 1일 이후 파견직과 계약직의 대량 해고가 순차적으로 가속될 상황이 명백하니 겁이 난다. 지금은 정규, 비정규직을 따질 때가 아니며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숭고한 때다.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약력: 1959년생. 연세대 대학원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2002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이사 (현). 2006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 2009년 한국 HR서비스 산업협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