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 8월 문 연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創業板: 일명 차스닥) 개장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0년간 끌어 온 차스닥(CHASDAQ)이 오는 5월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출범하게 됐다. 중국 증권업관리감독위원회가 최근 차스닥 기업공개(IPO)와 상장 관리 방법을 내놓으면서 5월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한 것. 중국 언론들은 5월부터 상장 심사를 시작하면 8월부터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차스닥 출범을 준비한 건 1998년부터다. 하지만 비유통주 개혁과 벤처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및 증시 침체 등으로 번번이 개장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당초 5월 개장이 예정됐었지만 상하이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없던 일로 돼 버렸다. 2004년엔 선전증권거래소에 중소기업 증시를 출범시켰지만 활성화에는 실패했다. 중소기업 증시는 발행 주식을 1억 주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점 이외에는 상장 요건과 관리 기준이 기존 거래소와 차이가 없어 기술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및 관련 산업 발전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증시의 경우 상장기업 수가 273개에 불과해 우리나라 코스닥 1040개에 비해 크게 적은 수준이다.증권업관리감독위원회가 내놓은 차스닥 상장 요건은 기존 거래소보다 크게 완화된 게 특징이다. △3년 연속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 기업 △최근 2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2년 누적 흑자가 1000만 위안(약 22억 원) 이상, 또는 최근 1년 수익과 매출이 각각 500만 위안(약 11억 원)과 5000만 위안(약110억 원) 이상인 기업으로 최근 2년간 매출 성장률이 30%를 초과하는 기업 △상장 후 주식 발행액이 3000만 위안(약66억 원) 이상인 기업 등이다. 반면 상하이 증시의 경우 자본금 5000만 위안 이상이면서 1000위안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1000명 이상이어야 하는 등 상장 요건이 차스닥에 비해 엄격하다.= 차스닥은 은행들의 국유 기업 위주 대출 관행과 회사채 시장 낙후 등으로 직간접 금융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올 들어 3개월 연속 매달 1조 위안 이상의 신규 대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대형 국유 기업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중국 정부는 특히 은행 대출 위주의 기업 자금 조달을 다변화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 활성화 정책을 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회사채 발생 규모는 전체 채권 발행의 3.3%에 그쳤다. 이는 중국의 신용평가제도가 낙후된 탓도 있지만 회사채 발행 회사를 대형 국유 기업으로 제한해 온 때문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국유 기업은 은행 대출이 쉽다는 이유로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것.차스닥 출범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시장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와 자금 회수 경로를 확대시킴으로써 중국 벤처캐피털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중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 위기 여파로 다소 위축됐지만 꾸준히 고성장세를 이어왔다. 중국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2004년 38억 위안(약 836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339억 위안(약 7조4580억 원)으로 10배나 증가했다. 외국인 자금도 지난해 그 비중이 65.8%에 달할 만큼 높은 편이다. 투자 주체별로는 공공 기관과 기업의 투자 비중이 낮아진 반면 금융회사와 개인의 비중은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향후 중국의 벤처캐피털 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응답자가 72%에 달한 것도 차스닥 출범에 따른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차스닥과 기존 중소기업 증시가 선전증권거래소에 위치함에 따라 선전거래소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위주로,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대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위주로 점차 특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스닥 출범은 한국에 위협과 함께 기회의 두 얼굴로 다가온다. 한국 증권선물거래소는 차스닥 출범으로 코스닥이 위축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 증시의 공급 물량 증가와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감소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스닥 출범으로 공격적인 외국인 자본이 코스닥에서 차스닥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300개 이상의 중국 벤처기업이 차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선전과 선양시 등 각 도시에서도 자기 지역 벤처기업을 차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물밑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IDGVC(IDG자회사) 등 주요 외국 자본의 중국 벤처캐피털 시장 진출이 확대됨으로써 상대적으로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DGVC는 지난해 최초로 중국 상무부로부터 외자 단독의 벤처캐피털 설립을 허가받았다. 투자 규모는 5억 달러에 이른다.하지만 위협에 못지않게 기회도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한국의 벤처캐피털들로서는 자금 회수 경로가 확대된다는 측면이 있다. 최근 중국 증시의 내국인 전용 A주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외국인적격투자자(QFII) 자격을 획득한 국내 금융사들로서는 투자 대상이 늘어남으로써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푸르덴셜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한화투신운용 등 4개 국내 금융회사가 QFII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투자에 따르는 손실 발생 가능성도 기존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해당 기업과 산업에 대한 보다 충분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이치훈 연구원은 지적했다.중국 진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차스닥 상장도 검토해 볼만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발표된 규정에선 외국 벤처기업의 상장 허용 여부는 언급한 바 없지만 중국 증시에 외국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현지 진출 외국 기업의 차스닥 상장도 허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철수 시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데 향후 중국 철수에 있어 차스닥 상장과 지분 매각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차스닥이 미국의 나스닥과 같이 성숙된 시장으로 발전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투명성 및 투자자의 기업 평가 능력 제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법규 등 제도 보완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비중(약 60%)이 큰 중국 증시의 특성상 투자자들의 성숙한 투자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장사 임원들의 모럴 해저드가 근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차스닥이 중국의 카지노 증시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주가 조작을 엄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잇따라 주가 조작과 연루된 상장사 임원을 처벌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증시가 차스닥 출범 이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여 향후 차스닥과 중소기업 증시와의 중복으로 인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