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시장에서의 소비자 선택
작년에 모 우유 회사가 우유 값을 18% 인상했다가 매출액이 급감하자 다시 원상회복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 이면에는 가격을 18% 인상하더라도 매출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의사결정을 할 때 기업이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여부다.하지만 문제가 간단하다고 해서 그에 대한 해답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소비자는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그러면 과연 소비자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상품을 구매하는지 우유를 통해 파악해 보자. 할인점의 우유 판매대에는 수많은 우유가 경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유가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크게는 브랜드 등급 용량 가격이 다르고, 작게는 디자인 메시지 색상 모델 포장방법 등이 다르다.저마다 독특한 전략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선택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왜 어떤 우유는 잘 팔리는 반면 어떤 우유는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역으로 어떻게 하면 우유를 잘 팔 수 있을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소비자가 우유를 구매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가장 큰 기준은 아마 가격, 브랜드, 우유 등급, 끼워 주는 선물 등일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조건에 따라 소비자가 구매하는 우유 브랜드가 어떻게 바뀌는지 측정해 보았다.먼저 기본 시나리오는 서울 매일 남양 3개의 브랜드가 똑 같은 가격에 일반 팩 우유를 2250원에 판매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측정해 보았다. 결과는 서울우유가 44.1%, 매일우유가 33.5%, 남양우유가 22.4% 선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면 이 상황에서 세 회사가 새로운 프리미엄 우유(서울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 남양의 아인슈타인 우유, 매일의 맛있는 비타우유)를 일반 우유보다 200원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서울은 49.4%, 매일은 30.5%, 남양은 20.1%로 나타났다.전체적으로 서울우유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만큼 서울우유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가 다른 브랜드의 프리미엄 우유보다 더 많이 소비자의 선택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만약 2위인 매일우유가 판매 확대를 위해 200ml를 하나 더 붙여 판매하는 판촉 활동을 한다면 시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먼저 일반 팩 우유에 200ml를 하나 붙여 판매할 경우 서울우유는 49.4%에서 38.2%, 남양우유는 20.1%에서 14.3%로 크게 감소하는 반면 매일우유는 47.6%로 무려 17.1%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할인점에 가 보면 자주 200ml 우유를 끼워 판촉 활동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이번에는 3개 회사 이외에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만약 이마트가 기존 우유 값(2250원)보다 500원 저렴한 자체상표(PL) 브랜드로 우유 시장에 진출한다면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먼저 서울우유는 49.4%에서 36.2%로 무려 13.2%가 감소, 매일우유는 30.5%에서 21.3%로 9.2% 감소, 남양우유는 20.1%에서 13.8%로 6.3% 크게 감소한 반면 이마트 우유는 28.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기존 브랜드 우유가 PL 브랜드 우유 출현으로 인해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는 이유는 기존 우유가 500원 비싼 만큼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어려운 우유 시장의 본질적 속성 때문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