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경쟁력을 말한다 - 서영호 경희대 경영대학장

대학이 진화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글로벌 경쟁력’과 ‘단과별 독립 운영’이다. 물론 우수한 교수와 학생 유치는 기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영대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경희대는 대학본부로부터 상당 부분 독립권을 이양 받으며 자체적으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예산과 인사 등을 단과대가 집행하면서 다양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취임 후 전략적으로 경영대학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경희대 서영호 경영대학장에게 현황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대학들이 해외 대학에 비해 전략적 운영의 중요성을 늦게 깨달았지만 다른 분야에서 급성장한 것처럼 대학도 짧은 기간 안에 따라잡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시대적 조류라고 봅니다. 1970년대에는 법대 다음이 경제학과였습니다. 당시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꽃으로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때였습니다. 1980년대 이후 기업의 사회적 비중이 커지고 글로벌화되면서 기업 경영에 많은 관심이 모이게 됐습니다. 경희대 경영대의 경우 한의대 다음으로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모입니다. 경영학은 자본주의의 첨병이므로 자동적으로 인력 수요가 많고 성적이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실제로 비인기학과의 경우 합격해도 등록을 하지 않고 옮기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인기학과로 학생들이 쏠리는 상황은 사회적 현상입니다. 중화학공업이 발전할 때는 화공과가 인기 있는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선호가 바뀝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경영학이 인기는 많지만 다른 학부의 합격 점수와 큰 차이는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공급과 수요로 결정되므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오히려 강제로 규제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것입니다.자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과 인사입니다. 먼저 예산의 경우 등록금과 교수 급여 외에 모든 것을 부여받았습니다. 연구 지원, 학생을 위한 투자, 국제 교류 등 각종 사업 등과 관련한 예산은 모두 학장 권한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학장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집행하는 것은 아니고 자율예산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고 때로는 학생들의 의견도 묻습니다.교수 인사권에서 모집과 선발 권한은 단과대학이 갖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대학 본부와 이사회가 모두 선발했습니다. 상당한 변화죠. 총장과 이사회는 최종 결정권과 거부권만 갖고, 석좌교수 채용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 단과대학의 자율권이 보장돼 좋은 교수가 이해상충으로 인해 탈락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지난해까지 자율 운영을 시범적으로 실시했지만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확대했습니다. 해외 교수 초빙, 교수 연구 인센티브, 학생 해외 파견 등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어 큰 성과가 있다고 봅니다.기부금이 일정액 이상이 될 경우, 신축 경영대학관인 ‘오비스홀’에 기부자 이름을 딴 강의실이나 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회계학과 이성호 교수의 제자들이 발전기금으로 2억 원을 모아 ‘이성호 강의실’을 헌정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기부자의 이름을 딴 공간이 2개 있는데 10개 정도로 늘릴 계획입니다. 동창회 차원의 소액 기부와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 등으로 장학금을 확충하고 있습니다.그리고 기업 차원의 기부는 상위 1~3위권 대학에 몰려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강한데 그 외 대학들에게 기부할 경우 더욱 빛이 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전국 50개 대학교 어디를 가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입시 지옥을 없애고 대학들이 최고 수준의 평준화가 되기 위해 기업들에 중상위권 대학을 지원하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그동안 재원 마련 방법은 전략적인 접근보다 임기응변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부학장제를 도입해 내부는 부학장과 위원회에 일임하고 학장은 모금이나 대외 관계 활동에 신경 쓰려고 합니다.우리나라 대학들은 미국 대학들이 학교 순위와 전공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개별 브랜드를 갖는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희대가 한의대를 최초로 개설한 것처럼 의료경영 분야를 처음으로 개설해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의대에서도 의료경영이 있지만 경영대학에서 개설한 것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비즈니스도 강합니다. 관련 연구 실적은 최고 수준입니다.외국 대학교와의 교류 등 국제화 역량을 획기적으로 키우려고 합니다. 국내서 외국 유학생은 경희대에 가장 많이 있습니다. 한 해 300명 수준으로 약 1500명의 외국 학생이 경희대에서 공부합니다. 중국 유럽 일본 미국에서 온 학생들이 전교생의 15~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점 교류, 복수 학위제 등 확충해 더욱 글로벌화된 경희대가 될 것입니다.경희대는 60주년을 맞아 전국 5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경영대는 그 목표에 맞춰 자체 기금 조성을 통해 연구 역량과 국제화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목표는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업체가 직원을 대상으로 매달 성과를 관리하는 것처럼 교수들에게도 지표에 의해 목표 관리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이를 통해 연말에 단과대 학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입니다. 대학도 마인드가 많이 변했습니다.우수한 교수진 확보를 위해 교수특별채용제를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카이스트에서 최고 실적의 교수를 영입했습니다. 신임 교수 채용도 있지만 최고 수준의 교수를 영입하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편하게 사는 시대는 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연구에 분발하고 있습니다. 잠재력이 많은 교수에게 각종 지원을 할 것입니다.학생의 경우는 장학금 확충이 필요합니다. 전체 경영대 학생 중 5~10%가 전액장학금을 받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교수 특별 채용과 10% 장학금 부여는 진보를 위한 한 걸음입니다.수년 전부터 이 문제가 거론됐지만 대학은 직업교육보다 전인교육을 지향합니다. 대학이 직업교육만 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의 입맛에 딱 맞는 재원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턴십 제도를 활용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미국처럼 인턴을 할 경우 학점을 인정해 주는 식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4년 반, 5년 이상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한 학기를 이용해 현장 위주의 인턴십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그런 지적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대학은 상아탑에 안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4, 5년 전부터, 특히 경영대학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따라잡습니다. 세계시장에서 저가 브랜드였던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JD파워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것처럼 경영대도 5~10년 후면 현재보다 크게 발전된 모습을 가질 것입니다. 경영대의 발전 속도는 지금 굉장히 빠릅니다.1956년생. 서울대 경영대 졸업.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 경영학 박사.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한국품질경영학회장(현). 2009년 경희대 경영대학장(현).정리 =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대담 = 김상헌 취재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