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억 원대 아파트 찾기
‘값이 싸면서 수익이 높은 부동산은 없을까.’이는 모든 부동산 투자자들의 희망 사항일 것이다. 값이 싸다는 것은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여기에 투자 수익까지 크다면 얼마나 좋을까. 귀가 솔깃한 대목이다.값이 싸다는 것은 투자자의 자산 규모에 따라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값이 싼 부동산의 기준도 오르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싸다’고 생각하는 아파트 값은 대략 1억 원대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부동산 뱅크가 조사한 4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1680만 원. 예컨대 66㎡(20평형)대 아파트라면 3억3600만 원대가 평균선인 셈이다. 따라서 서울 아파트 값이 1억 원대라면 당장 느끼기에도 싸다는 생각이 앞선다.‘싸다= 수익이 높다’는 것은 2~3년 전만 해도 성립되지 않았던 등식이다. 고가 대형 아파트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저가 소형 아파트는 투자자들의 관심 영역 밖이었다. 그러나 호황기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지금은 값이 저렴한 아파트가 오히려 경쟁력을 갖췄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4월 첫째 주 규모별 아파트 변동률을 살펴보면 소형(전용 60㎡ 이하)은 0.40%, 중소형(전용 60~85㎡ 이하) 0.20%, 중형(전용 85~102㎡ 이하) 마이너스 0.08%, 중대형(전용 102~135㎡ 이하) 마이너스 0.02%, 대형(전용 135㎡ 초과) 마이너스 0.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소형 자체의 경쟁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저가 소형 아파트는 활용도가 많다. 전세와 월세로 임대 사업을 벌이기가 수월하다. 굳이 은행 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만 끼고도 7000만~8000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알토란같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은 요즘과 같은 불황기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매수자를 찾기도 중대형 아파트에 비해 한결 수월하다. 본인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팔아, 자금을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은 재테크 측면에서 볼 때 굉장히 중요하다.이런 이유로 최근 역세권을 비롯해 대중교통망이 발달한 곳은 1억 원대 소형 아파트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묶이는 자금이 적은데다 처분이 수월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함에 따라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도 한결 줄어들었다.부동산뱅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1억 원 미만 아파트는 24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북 3구인 도봉 노원 강북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강남구에서도 1억 원대 미만 아파트는 총 21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 가운데 금천구 가산동 주상복합 두산아파트 73㎡(22평형)는 지난 1월 말 매매가가 1억3000만 원에서 지금은 1억6000만 원으로 뛰었다. 강남구 역삼동 우림루미아트 40㎡(12평형)도 매매가가 1억 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1억2000만 원으로 올랐다. 특히 강남권 소형 아파트는 신혼부부, 미혼 가구 수요가 많다.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급적 직장과 가까운 쪽에 살림집을 얻게 마련이다.자녀가 생기기 전까지 이들에게 주택 구입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생활 편리성이다. 최근 강남에는 소형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당초 건설 업체들은 이들 소형 아파트를 정부의 소형 평형 의무제 실시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급해야 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재건축 아파트가 헐리면서 강남 소형 아파트는 희소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잠실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마다 소형 평형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더군다나 소형 아파트는 전세 수요가 꾸준하다. 오히려 전세가 매매 수요를 넘어설 정도다. 이 때문에 이들 주택에 투자할 때 전세가가 얼마인지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매매가는 몇 달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지만 전세가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추후 시세 상승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집값은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올린 뒤 다시 전세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앞서 예를 든 가산동 두산아파트 73㎡(22평형)도 현재 매매가는 1억6000만 원이지만 전세가는 8500만 원이다. 세입자만 잘 찾을 수 있다면 이 집을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세금을 빼고 7500만 원에 불과하다. 역삼동 우림루미아트 40㎡(12평형)도 3월 말 현재 매매가는 1억2000만 원인데 전세가는 8000만 원이다.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세금 등 기타 경비를 빼고 4000만 원이다.물론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 주택은 단지가 크지 않다. 일반 아파트 단지를 생각해선 안 된다. 대부분이 ‘나홀로 아파트’여서 주거환경이 쾌적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부 주택은 허가 사항만 아파트일 뿐 사실상 주상복합이거나 오피스텔에 가깝다. 오피스텔과 나란히 붙어 있는 단지도 많다.중대형 평형에 비해 가격 오름 폭이 크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분위기만 타면 몇 주 사이 5000만~1억 원씩 매매가가 오르는 것이 다반사인데 비해 소형 아파트는 2~3개월이 지나도 오르는 수준이 많아야 3000만 원이다.오피스텔에서 매물을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최근 오피스텔 시장은 공급과잉 탓에 매매가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전세가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매매가의 60~70% 선이기 때문에 전세금을 뺀 나머지 비용 부담은 적다. 다만 오피스텔은 입지 여건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입주 가구 연령대가 20~30대여서 대중교통망이 얼마나 잘 발달됐는지가 중요하다. 가급적 지하철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곳에다 구입하는 것이 좋다.강남구 대치동 대우아이빌멤버스 4차 63㎡(19평형)는 매매가가 지난 1월 1억2536만 원에서 지금은 1억9500만 원으로 올랐다. 이 오피스텔은 강남권에 있기 때문에 근처에 직장을 둔 샐러리맨 수요가 많다. 송파구 오금동 동인 트루빌 36㎡(11평형)도 1월 8200만 원에서 지금은 매매가가 1억2500만 원이다.경매 정보 제공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에서 나온 감정가 1억 원대 아파트 물건은 총 24건이었으며 이 중 12건이 낙찰된 것으로 조사됐다.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률이 36.7%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낙찰가율도 1억 원대 아파트는 83.9%를 기록해 평균치(78.5%)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 3월 4일 열린 은평구 신사동 우일아파트 502호(51㎡)는 17명의 입찰자가 몰려 결국 감정가 1억7000만 원의 94.7%인 1억6096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