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빅3에 도전장 낸 케이블 사업자

유·무선 전화와 방송·통신을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통신 회사의 출범을 앞두고 빅3(SK, KT·KTF, LG)간 경쟁뿐만 아니라케이블TV 업자들도 사활을 걸고 이들에 맞서고 있다. 빅3 통신업체가 거대한 골리앗이라면 케이블TV 업자들은 덩치는 작지만 다윗들이 연합체를 형성해 놓은 양상이다. 대형 통신 업체와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사업 영역이 비슷하다. 방송 송출,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딪친다. 대형 통신 업체는 최근 IPTV(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양방향 TV 송출 서비스)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케이블TV 업자가 기득권을 갖고 있는 방송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대로 케이블TV 업자들은 KT 등 통신 업체가 거의 독과점하고 있던 유선전화 시장을 저렴한 인터넷 전화라는 상품으로 매섭게 잠식해 가고 있다.케이블TV 업계는 유선전화 시장에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집 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 전화로 쓸 수 있는 번호이동제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되면서 케이블TV 업체의 시장 공략이 본격화됐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하루 2000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4월 7일을 기준으로 케이블TV 업계의 인터넷 전화 가입자 수는 총 35만2305명이다. 이와 같은 성장세의 배경은 15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바탕으로 결합 상품의 반응이 좋고, 대형 통신 업체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초고속 인터넷도 기존에는 KT의 메가패스(현재 ‘쿡’으로 전환) 등의 브랜드가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선호됐지만, 지역별로 케이블TV 업체가 제공하는 초고속 서비스의 속도가 빨라지고 오류가 거의 없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보다 저렴한 지역 인터넷 서비스로 변경하고 있다.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의하고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사업 허가가 포함돼 있어, 만일 통과될 경우 케이블TV 업체들은 차후 이동통신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다. MVNO는 SK텔레콤 등 기존 이동통신 업체의 기지국 등 인프라를 빌려 이동전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으로, 새로운 이동전화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그렇다면 방송 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출한 대형 통신 업체가 케이블TV 업계의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있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긴장했던 것보다 방어력이 있다는 게 케이블TV 업계의 반응이다. 올해 초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IPTV의 3개월 성적은 기대 이하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3개사의 총가입자 수는 지난 3월까지 21만여 명뿐이다. 이러한 부진은 ‘콘텐츠 부족’과 ‘유료 전환’으로 인해 기존 가입자마저도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케이블TV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형 통신 업체들의 막대한 마케팅 물량 공세다. 대형 통신 업체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쿡’과 같은 광고를 TV에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고, 진입 초기에 서비스 이용료를 시장 가격보다 헐값에 내놓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케이블TV 업자들은 지역별 각개전투 전략을 취해 맞대응할 계획이다. 씨엔엠의 유시화 부장은 “해당 지역을 특화한 지역 밀착 마케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 스포츠 중계, 지역 사회 후원 사업,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제작 등이다. 지역 케이블TV 업자들은 이용자 유치를 위해 비싼 TV 광고는 하지 못하지만 자체 방송 홍보, 전단지 살포도 꽤 효과적이라고 말한다.케이블TV 업자들은 각 부문에서 대형 통신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고 빼앗길 시장보다 빼앗을 시장이 더 크므로 ‘해볼 만하다, 위축될 것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업계 구도 변화에 정중동(靜中動)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