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콤’으로 맞서는 LG

LG텔레콤은 경쟁사인 SK텔레콤, KTF와 전혀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 이른바 틈새 전략이다. 3월 말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SK텔레콤 2316만1435명, KTF 1443만5981명, LG텔레콤 825만6385명, KT 282만7047명이다. 규모에서 경쟁사들에 밀리기 때문에 똑같은 전략으로 물량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다.이에 들고 나온 것이 ‘오즈(OZ)’ 정액요금제다. 월 6000원에 휴대전화로 PC에서와 똑같이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2008년 4월 3일 출시 때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이벤트를 벌였지만 지금은 1GB로 용량을 제한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 1GB면 무제한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LG텔레콤의 설명이다.오즈 정액요금제 가입자는 3월 말 현재 62만7000명이다. 1년 만에 이만큼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에 LG텔레콤 측은 고무돼 있다. 틈새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사실 LG텔레콤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대표로 여겨지는 영상 통화보다 인터넷 풀브라우징(PC 화면과 똑같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에 집중한 것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2년 전 KTF의 ‘쇼’가 론칭되면서 LG텔레콤의 열악한 상황이 거론되기도 했었다.SK텔레콤과 KTF는 이미 2세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에서 3세대인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wideband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으로 이미 넘어온 상태. LG텔레콤은 CDMA의 진화 버전인 ‘CDMA2000 1X EVDO 리비전A’를 쓰고 있다. “리비전A부터는 3세대로 구분된다”는 것이 LG텔레콤 측의 설명이다.그러나 결과적으로 영상 통화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면서 3G 이슈가 식어가고 있다. 이를 비집고 LG텔레콤은 풀브라우징 서비스를 출시했다. LG텔레콤 강신구 차장은 “2세대부터 꾸준히 준비해 3세대에 와서 정착시켜야 하는데 갑자기 튀어나와 소비자들이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영상 통화는 답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어디서나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인터넷이 답”이라고 설명했다.LG텔레콤이 풀브라우징 서비스를 최초로 내놓은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이 먼저 내놨지만 ‘네이트’와의 간섭효과 때문에 전략적 상품으로 밀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속도가 느려 시장에 정착되지 못했다. 남들이 ‘쇼’할 때 LG텔레콤은 풀브라우징을 선택했고 1년간의 개발 끝에 지난해 내놓았을 때 무한 정액제 요금은 6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었다.PC 환경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동통신 인터넷은 그간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이동통신 인터넷의 비싼 요금에 대한 공포감마저 존재하는 형편이다.LG텔레콤은 풀브라우징 인터넷을 들고 나오며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얼마면 인터넷을 사용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설문 조사 결과 6000원이 나왔다. 내부에서는 ‘너무 싼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사실 LG텔레콤이 6000원을 밀 수 있었던 비결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즈 정액제 요금이 나온 뒤 SK텔레콤과 KTF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지만 가격은 2만6000원, 2만4000원으로 LG텔레콤 상품에 비해 4배 이상 비쌌다. SK텔레콤과 KTF가 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출 경우 기존 무선 인터넷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이동통신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가입자당 평균 수익)로 따져보면 데이터 이용 고객의 경우 SK텔레콤은 ARPU 4만2000원 중 1만1000원이 데이터 요금이고, KTF는 3만8000원 중 7000~8000원이 데이터 요금이다. LG텔레콤을 의식해 6000원대로 가격을 낮출 경우 오히려 기존 매출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식인 효과(carnivalization: 새로운 상품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반대로 LG텔레콤의 가입자당 평균 데이터 이용액은 4000원대였다. 게다가 ‘리비전A’는 WCDMA만큼 설비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가도 낮은 편이다. 6000원으로 할 경우 오히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이 분야에서 LG텔레콤이 앞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마케팅을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LG텔레콤을 도와주는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LG데이콤의 인터넷 전화 ‘마이LG070(my LG070)’도 똑같은 원리다. KT가 인터넷 전화에 뛰어들긴 했지만 집전화(PSTN: public switched telephone network)를 포기하고 인터넷 전화(VoIP: Voice over Internet Protocol)를 유치하기 시작하면 가입자당 수익이 크게 줄기 때문에 지난해까지는 집전화 지키기에 치중했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다 보니 자회사인 SK텔링크가 진행하는 인터넷 전화에 소홀한 편이었다. 결국 LG데이콤은 아무도 없는 황야를 홀로 개척한 셈이다.2007년 6월 출시된 마이LG070은 매월 6만~8만 가구씩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올 3월 말 현재 140만 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인터넷 전화의 경우 공식적으로 가입자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LG데이콤 측에 따르면 전체 규모는 약 300만 가구로, LG데이콤이 약 5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 다음은 KCT(한국케이블방송)가 뒤를 따르고 있다. LG데이콤은 “KT와 KCT가 최근 많이 따라오고 있지만 이들은 주로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가정용으로 따지면 마이LG070의 점유율이 90%가 넘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KT가 공격적으로 인터넷 전화 시장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유선전화의 대세가 집전화(PSTN)에서 인터넷 전화(VoIP)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LG데이콤이 인지도 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KT가 결합 상품을 들고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하기 시작할 경우 이후의 시장 상황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최근 통신 업계의 트렌드가 합병·결합 상품이다 보니 LG 통신 3사에 대한 합병 시나리오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 측은 “KT·KTF 합병과 LG 통신 3사의 합병은 차원이 다르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작은 사업자끼리 뭉쳐 봐야 큰 효과도 없다. 다만 LG데이콤이 LG파워콤의 지분 48%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두 회사의 합병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장기적인 고려 대상일 뿐이지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대신 통신 시장의 대세인 결합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촘촘한 대리점을 가진 LG텔레콤이 상품 결합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 LG 통신 3사의 경우 ‘오즈(OZ)’ ‘마이LG070’ ‘엑스피드(Xpeed)’로 각기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고 브랜드 인지도도 비슷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브랜드 통합을 무엇으로 하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