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청와대가 거대해지고 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점점 인원도 늘고 조직도 커지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소속 위원회들의 난립이다.행정안전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예산 집행과 행정 기능이 존재하는 행정위원회는 42개로 6개가 더 늘었다. 자문위원회도 20개 정도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이 중 청와대 소속으로 새로 만들어진 위원회는 국가브랜드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미래기획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사회통합위원회 등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사무처를 두고 공무원과 민간인들을 채용해 사실상 청와대 조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경우 장관급 위원장 외에 1급 단장 3명, 국장급 팀장 6명, 직원만 44명에 달한다. 지난 1월 만들어진 국가브랜드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위원장과 간부, 민간인을 포함한 직원을 합해 직원이 47명에 달한다.최근 신설된 녹색성장위원회나 사회통합위원회의 경우도 비슷한 규모다. 기존에 있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나 지방분권촉진위원회(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지방이양추진위원회 결합), 국가건축정책위원회(건축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의 이름을 바꿈) 등까지 합할 경우 청와대 소속 위원회의 규모는 청와대 본청(약 500명)과 맞먹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추정이다.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부분의 청와대 소속 위원회들이 기존에 기능을 못하던 것들을 이번에 새롭게 제 기능을 하도록 이름과 조직을 리모델링한 것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청와대는 그 예로 녹색성장위원회와 사회통합위원회는 기존의 3개 위원회(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기능 재분류 등을 통해 2개의 위원회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브랜드위원회도 기존의 국가이미지위원회를 바꾼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 해명이다. 그러면서 청와대 측은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정부 위원회들에 대해 그 실적과 활동을 평가해 지속적으로 축소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위원회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위원회병(病)을 앓았던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최근 신설한 국민원로회의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기구는 주요 국가 정책 수립이나 범국가적 경축 행사 등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 역할을 맡는 순수한 자문 기구다. 위원들은 정치, 외교·안보·통일, 경제, 사회통합, 교육과학, 문화체육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원로들로 구성됐으며 의장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현승종 전 국무총리,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맡았다.청와대는 이 기구에 별도의 사무처를 따로 두지 않고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업무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위원회를 운영하다 보면 결국 사무처를 두고 공조직화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우려다.이런 위원회들이 제 할일만 100% 해 준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그런 기대 자체가 난망(難望)이란 얘기도 나온다. 위원장 자리가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중간 기착지 정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의 비판을 받고 물러났다가 지난 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 취임했다.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거론됐다가 낙마한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도 최근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촛불 사태로 지난해 6월 물러났으나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가뿐하게 컴백했다. 이들이 언제 다시 비중 있는 자리로 옮겨 가게 될지 모르지만 대부분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