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공단 지역에 활기가 넘쳤다. ‘잘 살아보세’라는 표어를 벽에 걸어두고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 하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웠다. 공장들은 쌩쌩 돌아가고 빼곡히 들어앉은 교실에는 학구열이 넘쳐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랑스럽게 발전했고 교육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중산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이렇게 통합되고 안정된 풍경을 찾기 어렵다. 대기업의 생산 기지는 해외로 나갔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도 중국으로 나갔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교육은 어떠한가. 비정상적으로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과 날로 늘어나는 ‘기러기 가족들’. 이 모든 것들은 중심을 잃어버린 채 허상만 쫓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그렇다면 우리의 중심은 무엇이 돼야 할까.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도 많고 손재주도 있으며, 목표가 주어질 때의 집중력은 높이 인정받는다. 특히 과학과 기술 분야에 씨를 뿌린 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오늘날 굴지의 세상에서 알아주는 기업을 받쳐주는 기술력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이 모든 기술력의 바탕에는 교육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공계보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을 선호하게 되는 시점부터 우리의 중심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공(工)과 상(商)이 중심에서 밀리면서 인력의 수요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 전에 스스로 선수들의 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처럼 기술이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산업 기반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기술(technology)이 핵심인 시대에 기술자가 무대에서 밀려난 것이다.오늘날 기술은 힘이다. 돈만으로 기술을 살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 다른 기술을 얻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기술이나 명확한 윈-윈 사업 모델이 없으면 글로벌 전문 기업과 일을 할 수 없다.그렇지만 몇 명의 작은 기업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좋으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의 한국 지방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이것이 네트워크 경제의 결정적인 특성이다.그런 점에서 기술이 산업과 사회의 기반이 되고 우수한 인력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비전을 주어야 우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의 양성은 실용적이고 지속적이며 유연한 교육 시스템에 달려 있다.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는 ‘교육’을 키워드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의 연설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 가고 싶은 누구나 대학을 가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사실 그가 백악관에 들어설 때 미국은 일본에 대한 패배감과 콤플렉스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정보기술(IT)과 더불어 미국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실제로 오늘날 미국에 가 보면 전문대학(Junior College)이 상당히 많고 커진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종합대학을 가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일반인들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교육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학 입시 위주의 단면적 교육이 아닌 입체적인 스펙트럼의 교육 프로그램이 전개돼야 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각 개인들이 적응할 수 있다. 잘 훈련된 인력들에 의해 기술이라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정립돼야 중심을 가지고 산업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약력: 1960년생. 83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90년 미국 퍼듀대 컴퓨터공학 박사. 95년 미국 TSI사 부사장. 98년 시큐어소프트 설립. 2007년 안철수연구소 기술고문. 2008년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