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보수나 진보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정치학자나 사회학자들의 몫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굳이 보수나 진보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기실 이들이 정치 경제는 물론 경영 문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조이고 철학이나 최근 들어 이들 용어가 무절제하게 남용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필자는 보수와 진보의 역사적 배경, 철학적 의미 등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일반적으로 보수란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키려는 사조다. 전통적이라고 하는 것은 평균적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하는 그런 전통적인 가치관이다. 이에 비해 진보적인 가치관이란 이런 전통적인 가치관도 소중하지만 진보란 단어 뜻 그대로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인류를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을 보존해 장기적인 미래를 보자는 그런 가치관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란 없어선 안 될 가치관이며 진보도 무시돼서는 안 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필수적인 가치관이다.보수를 대변하는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 대통령으로는 1980년대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미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그는 자국민에 대한 테러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보복으로 제압했다. 심지어 그 당시 테러에 우호적이던 리비아의 가다피 대통령 왕궁을 대낮에 전투기로 폭격하기도 했다.또한 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을 제한하는 조약에 불만이었던 그는 미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금 들어도 황당한 스타워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주 공간에서 레이저로 구소련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요격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미·소 간 군비 경쟁을 야기하고 구소련을 경제적으로 붕괴시킴으로써 냉전을 종식시켰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진보를 대변하는 미국 민주당의 대표적 대통령으로는 1970년대 후반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지미 카터는 인류애에 기반해 인권 회복을 제창, 그의 독특한 ‘인권 외교’를 시작했다. 다소 미국의 국익에 반할지는 모르지만 각별한 우방이었던 대한민국의 인권을 문제 삼고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그에게는 국익보다 인류애가 더 앞섰던 듯싶다. 지미 카터는 대통령을 마친 후 해비타트 운동 등 지속적으로 인류애를 과시함으로써 대통령으로는 무능했지만 대통령을 마친 후에 더 위대해졌다는 소리도 듣고 있다.여기서 얘기하려는 것은 보수가 나은가, 진보가 나은가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 나름대로 추구하는 선이 있고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다.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 민족에게는 전통적으로 마음속 깊이 보수적인 가치관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단기간에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글로벌 국가로 등장하게 된 것을 보면 변화를 받아들이는 우리 민족의 진보적 성향을 또한 느낄 수 있다.우리에게는 미래를 위해 보수도 필요하고 진보도 필요하다. 다만 단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보수를 수구로 보는 시각과 진보를 친북으로 보는 시각이다. 보수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키자는 사조이지 구태의연한 악습을 지키자는 사조는 아니고 아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진보는 앞서 얘기한 지미 카터 사례에서 보듯이 인권을 보호하자는 사조이지 인권 최악의 국가인 북한을 숭배하는 사조는 아니고 아니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건전하고 성숙한 시민 의식이 갖춰질 때 우리 국가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경희대 경영대학장약력: 1956년생. 서울대 경영대 졸업(경영학 학사).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 경영학 박사.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한국품질경영학회장(현). 2009년 경희대 경영대학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