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주 수석무역 사장

“모든 분야에서 활기가 떨어져 가고 있어요. 불황에도 강하다는 주류 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 경험상으로 주류 시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성장률이 2~3% 떨어지면 그만이었는데 올해에는 5~10%까지 시장이 감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김일주 수석무역 사장은 최근 주류 업계의 상황을 이렇게 짚었다. 김 사장은 현재 수석무역, 천년약속, 지어소프트 등 3개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을 동시에 역임하고 있다. 수석무역은 ‘성공을 부르는 V와인’ 발디비에소 등 전 세계 250여 종의 와인은 물론 J&B와 딤플 등 위스키, 타이거, 크로넨버그 등 맥주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종합 주류 기업이다. 천년약속은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을 생산하는 기업이며, 지어소프트는 국내 대표 무선 인터넷 기업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투 잡’도 아닌 ‘스리 잡’을 하고 있는 것.이처럼 세 회사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 보니 그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다. 서울 수석무역 본사에서 저녁 무렵 인터뷰를 진행한 바로 그날도 오후에는 부산에서 천년약속의 주주총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김 사장의 활기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에서는 지친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업계에서 높이 사고 있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모습이었다. “사실 일이 없으면 오히려 몸이 좋지 않아져요. 가끔 휴가를 내긴 하는데 그럴 때마다 꼭 아프곤 합니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농담처럼 말하곤 하죠. ‘나는 전생에 머슴이었나 보다’라고 말이죠.” 자신의 액티브한 성격과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김 사장의 성공론은 단순했다. ‘성공’이란 ‘자기만족’이라는 것. 김 사장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결국 성공의 잣대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의 잣대가 다른 만큼 성공의 기준도 모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그렇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직장인의 꿈이라는 사장 직함을 세 개나 가지고 있으면 이미 성공한 것은 아닐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의외의 말을 했다. 즉, “여든 살까지 룸살롱에 다니는 것”이라고 말이다. 김 사장은 주류 업계의 대표 기업인이니 만큼 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왜 여든 살까지, 그것도 룸살롱이란 말인가. 김 사장은 그 이유를 5가지로 나눠 말했다.첫째,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든 살까지도 인생을 즐기려면 건강은 필수 요소다. 둘째, 재물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아무리 건강해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 수준이 돼야 떳떳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직장인에게 재물이란 비즈니스에서의 성공과 같은 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좋은 동료와 친구가 있어야 한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동료와 친구가 없다면 인생은 외롭기만 할 뿐이다. 넷째, 여든 살까지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주류 업계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뛰어 온 김 사장에게 룸살롱은 비즈니스 장소 중 한 곳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집사람의 건강”이라며 “건강을 유지하고 돈을 버는 일은 모두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즉,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인 아내의 건강과 가정의 화목이 그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김 사장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이유가 아마도 그가 가지고 있는 ‘성공’에 대한 이 같은 남다르고도 명확한 정의 때문이 아니었을까.30년 가까이 주류 업계에서 일해 온 김 사장은 주류 마케팅과 영업에 관한 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 중 하나다. 베스트셀러 위스키 ‘윈저’ 개발에 참여했고 내리막길을 걷던 ‘임페리얼’에 국내 최초로 위조 방지 장치인 키퍼 캡을 장착해 위스키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렌타인’ 위스키를 한국 시장에서 성공시키기도 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의 현장에는 항상 김 사장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처럼 줄곧 성공 가도를 달려온 것처럼 보이는 김 사장에게도 걸림돌은 있었다. 바로 영어였다. 김 사장은 “해외 기업과 일을 많이 하는 주류 업계에서는 뛰어난 영어 실력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입사 초기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눈물도 흘렸을 만큼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외국인 상사와 일하며 내가 저들보다 못할게 뭔가라는 오기가 생겼다”고 회상했다.“비즈니스맨에게는 수많은 성공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이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순전히 자신이 이를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악에 받쳐 무려 7년여간 독하게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 성공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그는 최근 주류 업계가 겪고 있는 불황 속에서도 또 다른 성공을 준비 중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구호에 그칠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워 차근차근 불황 뒤의 호황을 준비 중입니다. 특히 타 기업들이 움츠리고 있는 마케팅 활동을 강화 중입니다. 그 결과 1월 2월 천천히 오르던 판매량이 3월 들어 크게 뛰었습니다. 특히 와인의 경우 큰 기회를 잡았습니다. 여러 와인 수입사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한때 280여 곳에 달하던 수입사가 30~40개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와인의 후발주자인 우리로서는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국내 위스키 시장의 산역사라고 할 수 있는 김 사장은 최근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한때 “위스키 같은 독주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이런 변화는 그 스스로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이유는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도는 오징어처럼 마시면 마실수록 오묘한 맛을 가진 술이기 때문”이다. “와인을 수입하는 회사 사장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제게 ‘어떤 와인이 가장 맛있나’라고 물어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죠. ‘해답은 당신만이 알고 있다’고 말입니다. 내 몸에, 내 입맛에, 내 주머니에, 내 환경에 맞는 와인이 최고의 와인입니다.”약력: 1960년생. 82년 조선대 무역학과 졸업. 83년 두산씨그램 입사. 2005년 진로발렌타인스(현 페르노리카코리아) 영업 마케팅 총괄 부사장. 2007년 수석무역 대표이사 사장(현). 2008년 지어소프트, 천년약속 대표이사 사장(현).셀러브리티 인터뷰에 응한 유명 인사들에게는 ‘성공을 부르는 V 와인’ 발디비에소(ValdiVieso)를 선물로 드립니다. 발디비에소는 1879년 설립된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이며 남미에서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 메이커입니다. 특히 발디비에소의 영문 표기에서 보듯 ‘승리의 V’가 두 번이나 들어가 있어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공을 부르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